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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세상으로아슬아슬 조심조심오체투지 배밀이수행의 길 멀어도고요히 낮은 자세로나를 찾는 중입니다 새벽 숲 돌고 돌아 계곡을 건너가면물소리엔 물이 되고 새소리엔 새가 되어어느새 나를 보는 나거기, 한 점 미물입니다 외로운 목을 빼고순간을 살아내는느릿한 민달팽이밑바닥 생을 기어마침내 알몸의 촉수그 해탈에 듭니다 약력- 1990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1991년 『문학예술』 시 부문 신인상 당선- 『안개꽃 은유』 『시간의 세포』 『바람의 뼈를 읽다』 현대시조100인선 『블루 마운틴』- 『돌아보면 다 꽃입니다』 『익명의 첫 숨』- 가람시조문학상, 《문학과 비평》 시 부문 문학대상, 한국시조시인협회 본상, 수원예술대상, 윤동주문학상, 올해의시조집상, 시조시학상 본상, 한국시학상, 경기문학인상, 수원문학상 작품상 등 수상 시평(詩評)진순분 시조시인은 강산도 십 년이면 변한다는데 서른 몇 해를 오로지 시조를 위해 한 길을 걸어 온 시조계의 거목이다. 해가 갈수록 깊어 가는 그녀의 시조
기고ㆍ서통여론
진순분 시조시인
2023.11.10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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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돈다.몸속에 천연 고분자인 아미노산이라 불리는 단백질이 사냥감이다. 줄을 칠 때는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는다. 한 군데 자리 잡은 후, 원하는 목표물에 실을 늘어뜨린다. 또는 먹잇감을 잡기 위해 거미줄을 아예 치지 않는 거미도 있다. 이것이 거미가 살아가는 생존방식이다. 이러한 거미줄에 착안하여, 합성섬유인 나일론이나 방탄조끼의 안을 만들고 수술 봉합용 실도 만드는 등 다양하다. 거미줄로 인해 많은 것을 개발하고 있지만 그 강도만큼은 거미줄만큼 강하지는 않다.이렇듯 살기 위한 편법을 자행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회 속을 들여다보면 어두운 부분이 눈에 띈다. 덫을 놓고 기다리는 보이스피싱이다. 그들의 수법은 지능화되고 있어, 악랄하기 이를 데가 없다. 가족, 지인들을 사칭하여 고령층은 물론이고, 젊은이들까지 당하고 만다. 그 피해액이 지속해, 증가하고 있다. 조직 또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 거주하여 해킹 앱 설치로 개인정보유출도 쉽게 털린다. 이러한 전산망이 좋은 의미로 쓰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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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아 수필가
2023.11.10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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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푸른 눈썹이 밤 깊도록 치켜세우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불면을 불러일으키는 요소 몇 가지가 서서히 발동을 걸고 있다. 밖에는 소리 없이 은행잎이 지는데.거리를 배회하고 싶은 욕망이 잠들기 전 잃어버렸던 기억을 들추어 내기 시작한다. 슬며시 그가 있던 침대를 훔쳐보다 고개를 떨구고 베개 같지 않은 오목 쿠션에 얼굴을 기댄다. 기침이 쇳소리를 내며 잠시 들려간다. 언제나 그렇듯이 서먹서먹한 느낌의 시간과 낯설음이 못 견딜 만하면 울려대는 반응 그것은 차라리 해소기침이면 좋겠다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병원이라도 같텐데. 스스로 추측하기에 내 몸에 올라탄 기침은 분명 알레르기의 이부 변종이다.아무 때나 반응을 하는 데는 명수다. 그것도 잊어버릴 만하면 뭉기적 대며 비비고 들어온다.신기하게도 첫 방문을 하는 순간 장소의 변화나 공기의 변화를 어쩌면 그렇게도 민감하게 채취하는지 영락없이 쇳소리를 내며 기관지를 긁어댄다. 때로는 헛기침으로 성대가 부풀어 올라 쩔쩔맬 때도 있다. 후두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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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문인협회 회장 정명희
2023.11.1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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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면 태양은 갈대밭 벌판에 놓인 큰 불덩어리 같았고, 오르트들은 벌판을 가득 메우고 휩쓸며 지나가는 들쥐 떼처럼 보였다.두려움을 모르는 좀비들처럼 오르트들은 태양을 넘어가며 타죽었다. 오히려 부나비처럼 마치 타 죽는 희열을 맛보려는 듯 태양을 향해 몰려들어 전열이 흐트러지고 있었다.“이 놈들아, 동쪽으로 가란 말이다!” 퓨퓨퓽! 이케로가 광선총을 쏘아대도 오르트들은 꾸역꾸역 태양으로 달라붙었다.“대제 전하, 큰일났습니다. 이러다 부하들이 모두 태양에 타 죽을 것 같습니다.”“멍청한 놈!” 오르트 대제는 울상이 된 이케다의 보고를 받자 유니콘의 엉덩이를 후려갈기며 달려갔다.“비켜!” 대제는 순식간에 태양 앞에 나타나 벼락같은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불빛에 최면 걸린 듯이 달라붙고 타 죽는 부하들을 막지 못했다. 오르트 대제는 장갑을 끼고 투구로 얼굴까지 가렸다. “이럇” 흑빛 유니콘의 고삐를 감아쥔 대제는 빛보다 빠르게 태양 한가운데로 뚫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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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삼 작가
2023.11.1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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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와 대화를 나누면 어떤 심정일까? 설마, 그런 일이. 가당키나 한 일이야? 반문할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1980년부터 22년 동안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던 농촌 드라마 ‘전원일기’가 tvN에서 ‘회장님네 사람들’로 소환되었다. 오랜만에 만난 배우들은 서로의 근황을 주고받으며 반갑게 웃었다.그중에는 고인이 된 분이 몇 분 계신다. ”응삼이“역을 맡았던 박윤배 배우도 그중 한 사람이다. 빔 스튜디오가 비엠리얼 솔루션 디지털 휴먼 기법으로 그를 복원시켰다. “우리 전원일기 식구들 잘 지내셨죠?” 능청스러운 첫인사에 배우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놀람, 신기함, 반가움, 그리움의 감정에 출연자들 눈가가 촉촉해졌다.“응삼아, 나 알아?” 김수미 배우가 물었다. 그러자 “아휴. 일용 엄니를 왜 몰라유?” 하는데 망자가 아니라 꼭 살아 있는 사람과 영상통화를 하는 듯했다. 딥페이크 솔루션이 상용화되어 사랑하는 사람을 준비 없이 보낸 이들의 마음 치유에 도움을 주면 좋겠다 싶었다요즘 뜨거운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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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진 수필가
2023.10.2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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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이 사르르 내려앉는 어느 가을 날, 아무도 남지 않은 행궁 안으로 들어가 본 적 있는가.한옥의 풍광과 곁들여진 고운 등불이 한옥의 추녀자락을 밟고 다소곳이 불 밝히는 따스한 분위기의 그 곳, 어느 누구와도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만 같은 그 기분은 또한 무엇일까.이날은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의 날이었다.수원의 일기예보에 대해서 그리도 민감해 본 적이 없는 내게 얼마 전부터 정확한 일기예보를 찾게 되었다. 인터넷으로 하루하루를 체크할 수 밖에 없었던 긴박감, 그리고 걱정거리. 그런 날들은 하루하루를 심장 뛰게 하는 결과를 낳았었다. 조금이라도 비가 오면 전시되었던 작가들의 시화작품이 젖어서 망가질지도 모르니까. 물론 방수는 잘 되었다고 하지만 만에 하나 시화들이 젖게 되면 낭패를 몰고 오기 때문에 가슴이 조마조마했다.그날도 역시 70%의 비가 온다는 예보에 아침부터 걱정이 태산이 되었다. 언제 어느 시점에서 비닐을 씌워야 하는 걸까. 시간을 보고 또 보고. 하늘을 몇 번 씩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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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문인협회장 정명희
2023.10.2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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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꽃화성의 성곽 따라군락을 이루면서무심한 세월 지나담담히 마주 서며한세상 잠시 살다 간시인들의 이야기꽃은회색 머금고서바람에 서걱인다시 한 줄 풀어내고다시금 일어서고바람결 행간을 읽는시인들의 비망록 시평(詩評)시인의 정신은 무엇으로부터 나오는가? 가끔 주위의 시인들에게 가슴으로 묻고 싶다. 시인들을 매료시키는 시의 정신은 참으로 오묘하고 신비스럽기 때문이다. 시인들은 시의 세계에 들어가면 그곳에서 눈물을 흘리고 춤을 추고 행복해한다. 서기석 시인도 그렇다. 차분히 내면의 세계에서 시 창작에 몰두하는 그를 보면 옛 선비가 고즈넉한 정자에서 마음을 가다듬고 시혼을 불러 시를 읊는다는 느낌이 든다. 그의 시는 정갈하면서도 담백하고 맛깔진 정서가 담뿍 들어 있다. 시인의 시를 읽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자기가 쓴 시를 탐색하고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화전이나 시를 모아 놓은 어느 장소에서 시인들의 마음을 탐색해 보는 것도 중요한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이번에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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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석 시인
2023.10.2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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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 서울뉴스통신】 이철수 기자 =우리나라는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21조 1항을 통해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한다. 이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집회의 자유를 가지며 이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집회는 신고 방법과 주최자 및 참가자의 준수사항 등의 규정이 있고 금지나 제한 사유가 없으면 허가가 아닌 신고를 통해 누구나 집회를 할 수 있다. 평화적인 집회 및 시위에 대한 방해 금지 조항 또한 규정함으로써 집회·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보호해 주고 있다.다만, 그 전제는 적법하고 평화적인 집회·시위에 한해서다.작년 대불산단에서 집회 과정에서 불법행위로 현행범으로 체포된 사례가 있다. 우리 모두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자유가 있으나 이에 대한 책임도 따른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희망의 함성으로 시작된 집회·시위가 원망의 소음으로 변질 됐고, 시민들의 평온한 일상을 빼앗는 불법집회·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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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수 기자
2023.10.26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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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 오르트에게 쫓기던 태양훈육관장과 수비대가 숨이 턱에 닿도록 달아나 겨우 목성으로 들어갔다.“미자르 장군, 미안합니다.”“아닙니다. 이만큼 막아 내시느라 많이 힘드셨습니다. 치료부터 받으십시오.” 3군단장은 진 구축 상황을 재촉하며 점검하는 중이었다.“10사단은 대적점으로 이동 완료했나?”“폭풍이 심한 곳이라 진지 구축이 늦어지고 있습니다.”“공병단을 보내서 지원해.” 부관의 보고를 받으며 엄청난 병력으로 목성을 향해 밀고 오는 적들을 우주 망원경으로 관찰하고 있었다.“남극과 북극점의 자기장을 높여서 놈들 신호 체계에 혼란을 주도록 조정 완료했습니다!” 1사단장이 자기장을 높이자 앞쪽에서 달려오던 오르트들이 심한 자극을 받아 두통을 일으키는지 머리를 쥐고 서로 부딪치며 넘어졌다. 그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뒤에서 밀고 오는 오르트들에게 짓밟히며 깔려버렸다.“오르트들이 500km 주위까지 접근했습니다!”“3군단 전투태세 발동!” 미자르 장군은 속이 탔다. 십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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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삼 작가
2023.10.16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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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을 열어 본다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고요히 잠들어 계신 엄마의 모습이제멀리 떠나신 서늘한 방기운콧날이 시큰거린다다시 볼 수 없을 그 웃는 얼굴액자 속 사진에서만잔잔한 미소 지으며앉아 계신다그 허전함떠남에 대하여방은 묻고 있다 약력경기 화성 출생계간 『수원문학』 신인상수원문인협회 회원행복한 글쓰기 회원수원시 팔달구 거주 시평詩評밝음을 대표하는 시인의 긍정적 사고는 어느 장소를 막론하고 빛이 난다. 그런 정서의 시인이 엄마의 떠남에 대하여 잔잔한 이별을 시로 쓰고 있다. 고요히 잠들어 계신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며 시인은 엄마의 일생에 대하여 침묵한다. 사람이기에 이별은 더욱 슬픔으로 다가온다. 죽음 앞에서 엄마는 그 아무 것도 아니다. 단지 한 생애를 살아간 여인일 뿐이다. 이제 엄마는 액자속에서만 웃고 계실 뿐 가두어진 엄마의 나라에서 자식들을 내려다보실 뿐이다.이성란시인은 엄마의 추억을 얼마나 간직하고 있을까. 저렇게 잔잔히 미소를 지으며 내려다 보시는 사진 속 엄마만 있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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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란 시인
2023.10.1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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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도 바다에서 몸을 씻고 올라온 달님이 향긋한 머릿결로 산허리를 휘감고 잿빛 바위에 앉아 있습니다. 떡갈나무 숲 작은 바위 아래 고라니 남매가 잠을 자는 얼굴을 조용히 들여다봅니다. 낮 동안 내린 가을비로 초록빛 진한 풀내음에 달님은 얼굴을 가져다 대봅니다.반딧불이가 긴 동그라미를 그리며 잿빛 바위를 날아다닙니다. 돌돌돌 계곡의 물소리가 소나무 숲에서 우~~ 소리를 내며 부는 바람소리랑 어우러집니다.달님은 눈을 감고 조용한 행복에 잠겨듭니다.산자락 호숫가 풀숲에서 달맞이꽃이 가슴을 두근거립니다. 처음 가슴을 두근거린 날 언제였는지 까마득 오래인데, 달님을 향한 달맞이꽃의 두근거림은 지금도 그대로입니다.언제나 금방 목욕을 끝낸 것처럼 해맑은 얼굴에 보일락 말락 하얀 그리움을 담은 미소로 말없이 산마루에 걸터앉아 밤새 숲을 보듬는 달님의 아늑한 가슴, 모두가 잠이 든 숲, 산이 만들어내는 보드라운 선율에 달님은 살포시 눈을 감고 하얀 그리움으로 행복해합니다. 누군가 서러움으로 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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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중권 시인
2023.10.16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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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일을 몰두해서 하다 보면 훌쩍 시간이 흐른 걸 피부로 느낀다. 얼마나 흘렀는지 가늠하지 못한 자신이 약간은 섬뜩하고 겸연쩍어 서둘러 마음을 추스르며 시간을 확인한다.정말 늦은 시간이다. 그 전 같으면 일분일초의 시간도 아까워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시계를 보겠지만 이제는 느린 정신 탓인지 다 마무리하고 점검을 하기에는 과부하가 걸린다.서글픈 일이라고나 할까. 칠분의 육까지 쓸 대로 다 써버린 지금 집중보다는 느림의 미덕을 지향하고픈 마음이 절실하다. 그러나 그 생각도 잠시 해야 할 일에 빠져 허덕인다.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순간, 시집을 펼치다 칼라사진 한 장이 눈에 걸린다. 문득 마음에 걸려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어쩜 내가 아는 김 선생님이다. 가끔 언니라고 부르는 그 분이 세상을 떠난 지도 벌써 수년째다. 시집 속의 그녀는 소녀처럼 밝은 표정으로 열대과일 아래서 함박 같은 미소로 웃고 있다. 그녀를 그리워하는 시집 주인공은 인생은 하룻밤 일장춘몽이라며 한 편의 시에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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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문인협회장 정명희
2023.10.16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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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공으로 흐르는 급류 우주 경비선이 시베리아 흰 벌판을 내려다보며 북상하고 있었다.“열어 줘.”“못 나가게 문을 단단히 잠가.” 스노가 눈밭을 보자 뛰어나가고 싶어 떼를 부렸다. 시리우스는 키드라와 통화를 끝낸 뒤 그동안 지구에서 활동한 내용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수색 대장입니다. 지구에서 속히 나오셔야겠습니다. 천왕성도 함락되고 지금 토성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지만 오르트들에게 견디지 못할 것 같습니다.” 보고서와 개인 자료를 따로 분리하고 있을 때 알테어로부터 연락이 왔다. “우주 3군단은 어디까지 진군했어?”“목성에 다가가고 있습니다. 그곳이 1차 저지선인 것 같습니다.” Nn11이 비행 속도를 광속 이상으로 높이자 무음으로 날던 우주 경비선이 공기를 찢는 소리를 내며 북극문을 빠져 나갔다.“이번에는 대총독이십니다.”“시리우스 교수, 지구는 위험 지역이니 어서 나오시오.”“드릴 말씀이 없어 미안하군요.” 알마크나 시리우스는 착잡한 얼굴로 서로 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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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삼 작가
2023.09.2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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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위해 그런다는 것을 안 눈빛보석은 범진 스님에게 조심스럽게 운을 떼었던 것이었다.“옮겨 심으러 가자.” 낮시간 교통이라 더 많이 길이 막혀 두 시간 넘게 걸려 서대문에 도착하였다. 마리아가 서대문 구청에 가서 허락을 받고서야 합목은 미니버스로 옮겨졌다.“자, 출발.” 승용차와 미니버스에 오른 일행은 관음사로 향했다.“대웅전이 바라보이는 이곳이 좋겠어. 일주문으로 삼아야 하니까.” 햇빛 잘 들고 바람 소리 시원한 정문에 등나무가 심어졌다.‘고마워.’ 전음으로 합목이 눈빛보석과 은교에게 마음을 전했다.“스님, 감사해요.”“내 마음이 더 기쁘다.” 은교와 눈빛보석이 고마워하자 범진은 도리어 합장하며 좋아했다.“인석아, 침 냄새 나.” 백구가 합목을 이리저리 혀로 핥아 주자 범진이 못하게 말렸다. 합목은 살았다는 표시로 끔찍한 백구의 혀로부터 벗어나게 해 준 범진 스님에게 합장하듯 허리를 숙였다가 폈다(범진은 바람이 한 번 휘어지게 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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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삼 작가
2023.09.2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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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추절추절 내리는 어느 늦은 밤 빼곡하게 들어선 주차 차량 사이로 웬 떡인가 싶게 한 개의 주차 자리가 비어 있었다.이상하다 싶었지만 너무 기분이 좋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차에서 내려 이중 주차한 차들을 낑낑대며 밀어내고 차량이 들어갈 공간을 마련했다.판단이 미숙했는지 앞 뒤 차를 밀어두었으니 이제는 차를 잘 댈 수 있겠다 싶어 좌회전으로 핸들을 돌렸다. 비가 내려서 그런지 뒷 공간이 얼비치고 조절이 잘 안된다 싶어 차문을 내리고 이리저리 둘러보며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그런데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차에서 내려보니 앞뒤로 밀어 놓은 차간 공간이 적었던지 세워 둔 차량 앞 번호판을 보기 좋게 떨어뜨려 한쪽으로 기울어진 게 보였다.비 오는 것도 아랑곳않고 번호판에서 떨어진 너트를 이리저리 맞추어 보았지만 번호판은 잘 붙지가 않고 계속 떨어져 흔들거렸다.속상해도 어쩔수 없다 싶어 앞 창문에 붙은 전화번호를 돌렸다. 분명히 남자분일거라고 생각하며 전화를 돌렸는데 어쩜 잠결에 깬
기고ㆍ서통여론
수원문인협회장 정명희
2023.09.22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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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새벽에 남한산성 제2 남옹성치를 다녀왔다. 병자호란의 아픈 기억만 알려진 남한산성은 삼국시대부터 쌓은 산성으로 유서 깊고, 외세에 한 번도 빼앗기지 않았다고 한다.어두운 새벽에 산을 오르니 앞길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희망 일출 회원들과 함께 오르니 힘들지 않았다. 제2 남옹성치는 동서남북이 확 트였다. 그래서 새벽 일출 보기엔 안성맞춤이다. 우리는 일출을 기다렸다. 이제나저제나 해가 솟아오길 기다리자, 드디어 동쪽에서 붉은 여명이 조금 비치더니 손톱만 한 붉은 해가 조금씩 조금씩 고개를 내밀었다. 순간,“와아-”사람들의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오래간만에 보는 일출과 산바람은 시원했다. 성남과 서울 도심의 불빛도 보이고 사람들은 일출 사진을 찍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나도 모처럼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일출 사진을 찍고 가족들에게 카톡으로 전송했다.‘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라는 영화에 감동적인 장면이 있다. 사진작가인 숀이 히말라야에서 눈표범 사진을 찍기 위해 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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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심원 아동문학가
2023.09.2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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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항상모자를 쓰고 다닌다화가처럼, 뮤지컬 배우처럼모델처럼 우아하다한때는 부러움이던 그녀이젠 육십 고개에서지난날을 떠올리며슬픔에 잠긴다그녀를 닮아가듯어떤 옷을 입어도 어울리지 않을 때모자는 자신감이다시인으로 보이고화가로 보이기도 한다젊은 날 부러움이었던그녀 나를 부러워한다지난 날의 내가지금의 나를 올려본다모자 챙이 슬쩍 손짓한다 약력국제펜 회원, 경기펜 총무국장 남명문학 부회장경기문협, 『문학과 비평』 사무국장, 수원문협회원, 『신정문학』회원경기문학인협회 공로상수상,『문학과 비평』 작품상, 『신정문학』 수필부문 우수상, 애지중지 행시 짓기 대상제2회 남명문화제 작품상 영상시 신춘문예 우수상, 『문학과 비평』 공로상 수상, 문학신문 주최 제27회 윤동주 별 문학상 수상저서; 레스피아에서 선녀를 만나다 시평(詩評)소탈하고 포근하고 감성이 넘치는 이승해 시인의 시를 보노라면 시적 내공이 어디까지인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깊다. 시인을 보면 활력이 넘치고 긍정적이며 사교적인 심성이 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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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해 시조시인
2023.09.2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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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높은 가을하늘바람이 실어다 준찬란한 오색 단풍잠시 머문 가을사랑 한껏 받으며교태를 떨더니가을바람에 실려쓸쓸히 떠나간다.머물지 못하고이별하는 운명 앞에허무를 삼키며붙잡아 보지만아름다움은영원하지 않다고자연 따라 떠나는가을이 머문 자리 약력1937년생 수도여자사범대학국어국문학과 졸업 1990년 신인문학상 수상으로 등단.수원문학상, 백봉문학상 수상, 경기수필가협회장.저서 수필집 시집 외 다수 시평 詩評시집 의 저자 강양옥 시인은 수원문인협회 원로로서 수원문학 대상을 받은 작가다. 시인은 수필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시에는 부드러운 내성과 강인함이 묻어있다. 그녀의 강건한 정신세계는 시와 수필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그녀는 “하늘이 의연한데 눈앞에 다가온 황혼이 세월을 재촉한다”고 말한다. 더 늦기 전에 “마음속 심연에 고인 시들을 건져 올려 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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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양옥 시인
2023.09.08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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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장마로 인한 집중호우로 많은 재산과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온 국민이 수재민을 돕는 모습을 보며 우리 국민의 저력을 볼 수 있어 흐뭇했다.장마로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기는 불행한 일이 해마다 반복되어 안타깝다.챗GPT 초거대 AI 시대에 안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예방대책이 마련되어야 하겠다.예로부터 ‘오뉴월 장마’라는 말이 있다. 양력 6월과 7월에 한 달 정도 내리는 ‘지루한 비’를 장마라고 한다.올해는 장마 초기에는 국지적 폭우와 불볕더위가 반복되는 ‘도깨비 장마’ 형태를 보이다가 특정 지역에 ‘극한 호우’가 지속하여 피해가 컸다.사람들은 기상이변이라며, 지속 가능한 지구환경을 지키려는 실천이 필요하다고 했다.지루한 장마 피해 소식을 듣자니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른다.내가 태어난 곳은 남한강 상류 산골 마을이었다. 그러다 보니 산불이 아니면, 물난리를 겪는 모습을 보고 자랐다.중학교에 가려면 십 리를 걸어서 하진 강 나루터에 도착하면, 나룻배로 강을 건너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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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심원 아동문학가
2023.09.0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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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라 소슬바람이 아침저녁으로 불어온다. 어제저녁 늦은 시간에 선풍기를 켜 놓고 잔 덕분에 아침엔 온도가 내려간 기운과 합쳐 추워서 이불을 끌어 당겼다. 아무도 없는 집 안에 싸한 분위기가 아침을 덮는다.그는 그렇게 바람이라 칭하면서 이른 새벽에 몇 개의 짐을 챙겨 나가 버렸다.“차 속에서 꺼낼 것 없지?” 그게 다였다. 아침이면 몸이 무거운 나는 잘가라는 인사도 못하고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다. 그런 나를 바라보면서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가끔 나는 그의 생각 언저리를 훑고 있다.사실 그렇게 살아가는 그가 안쓰럽다고 생각하는 날들이 부쩍 많아진 요즘 느닷없이 충주에 땅을 샀다고 해서 또 속이 상했다. ‘나이가 몇인데 이제야 땅을 사다니 말도 안 돼’ 속으로 생각하면서 눈물이 글썽했다. 오죽했으면 집에서 먼 그곳에 땅을 샀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또렷한 답이 안 나오지만 어찌 생각해 보면 그 나름대로 무던히 생각한 게 있을 것이라는 추측뿐이었다. 과묵하기 이를 데 없는 그가 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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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문인협회장 정명희
2023.09.08 1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