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녀는 내 기억 속에서 최고의 반려자였다.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는 스물여덟의 고운 새색시로 무척 밝고 긍정적인 사고를 지닌 직장 동료로 만났다. 그녀와 나는 정확히 12살 차이가 나는 띠동갑이었다.업무를 같이 보면서 스스럼없이 친해지게 되는 것은 오로지 그녀의 몫이었다.무슨 이유에선지 그녀는 언제나 내 곁에 있었고 나를 따르며 행복해했다. 직장에서의 속상한 일도 남편과의 다툼도 그녀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이야기를 했다. 어떤 때는 깜짝 놀랄 정도로 어떻게 이런 말까지 나에게 할 수 있을까 의아할 정도였다.그런 보이지 않는 그녀의 관심과 믿음 때문에 나는 직장생활을 아주 편안하게 우쭐거리기도 하며 몇 년을 보냈다. 누군가 응원해 주고 믿어 준다는 것은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기 때문이었다.정말 그녀는 나에게 만큼은 속이는 게 하나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비밀스런 일들까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했다.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객관적으로 자신을 냉철하게 돌아보고 분석하며 이야기하는 그녀가 신비
기고ㆍ서통여론
수원문인협회장 정명희
2023.06.23 16:30
-
미자르는 시리우스를 협상단에 참여시키게 되면 우주 전체의 대표성을 띠기 때문에 꺼렸다. 자칫 재가없이 출동하고 있는 3군단이 작전도 펴기 전에 떠들기 좋아하는 별들의 회의에 중요 안건으로 오를 수 있기 때문이었다.“장군의 심려를 덜어 주기 위함이니 믿어 주세요.”“별들의 회의에 상정하실 겁니까?” 미자르는 가능하면 협상단에 시리우스를 포함시키지 않을 생각이었다. 아직까지는 그 권한이 군단장에게 있었다.“왕자와 데네브를 구한 다음에 그렇게 할 것입니다.”“휴우, 감사합니다.” 그제서야 시리우스의 말뜻을 알아들은 미자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은교를 꼭 구해 주세요.” 언제 깨어났는지 마리아가 시리우스에게 간절한 목소리로 부탁했다.“마리아의 간절함이 이루어지게 나도 같은 마음이 되어 줄게.” 범진이 옆에서 마리아의 손을 꼬옥 쥐어 주었다.“원장 이모, 아프지 마.” 스노가 꼬리를 흔들며 혀로 누워 있는 마리아의 얼굴을 핥았다.“교수께서 협상에 참여하시게 되면 단장을
기고ㆍ서통여론
이중삼 작가
2023.06.15 17:25
-
함박눈돌 지난 손자 녀석이 아장아장 걸어나가하늘을 보고 손뼉을 치하얗게 웃는다처음 보는 눈이 신기했으리라내 생애 하늘에서찹쌀가루가 쏟아지기는처음이다고했으려나할머니 여기 온통 찹쌀가루여요얼른 퍼다가 호박고지 켜켜이 넣고시루 떡을 안치셔요냉동실에도 넣었다가동짓날 쟁반위에 옹심이를 만들어 팥죽도 끓이셔요아가야 너의 맑은 눈으로 보이는 건 온통 즐거운 일들 뿐이구나나의 탁한 눈으로 보는 저 흰 눈은오염된 것들을그냥 두고 볼 수 없어서잠시라도 순백으로 덮으려는신의 섭리는 아닐까한다세상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은둔 수도원의 통성 기도를 듣고겸손히 겸손히 내려 쌓이시는구나 1959년 전남 화순출생한국문인협회 회원수원문인협회 회원대한 시문학협회 이사2017 전국 예술대회 대상수상
기고ㆍ서통여론
김연화 시인
2023.06.09 15:21
-
시장을 주름잡는 사람의 무리정조의 효심 따라 수천 킬로 상도의 길팔달문 시장에 모인 유상들의 후예지친 백성들을 위로하는 왕 있었으니‘불취무귀(不醉無歸)’의 높은 뜻출출하거든 만두로 취(取)하고 가게가방 가득 행운만 취해서 가게딸 혼수는 비단 이불로 취하여 가게새색시 꽃단장에 쓸 분첩 취해서 가게명절 아가에게 입힐 때때옷 취하여 가게어머니께 드릴 꽃신 한 켤레 취하는 가게아버지 저녁상에 올릴 고기 한 근 취하여 가게조상님 제사상에 올릴 제물 취하는 가게튼튼한 작업복은 쌍둥이네서 취하여 가게사계절 예쁘고 멋진 옷 취하여 가게꼬불꼬불 머리 모양 취하고 가게쿵덕궁 쿵덕궁 말랑한 떡 취하여 가게말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듣는다산에 묻고 가슴에 묻고 흐르는 구름에 묻은 말아버지 사도세자를 향한 뜨거운 빗물 한줄기가슴에 품었던 부국의 원대한 꿈지지대 고개 넘으며 풀어낸 애민세상엔 없는 것도 있을법한만물을 풍족하게 취(取)하여 귀가할 수 있는 곳팔달문 시장에는 오늘도 또 내일도 정조가 산다 1957년
기고ㆍ서통여론
이복순 시인
2023.06.09 15:18
-
웃음이란 기쁘거나 즐거울 때 소리 내어 표현하는 것이라고 한다.옛말에도 "일소일소" "일노일노"라는 한번 웃으면 한번 젊어지고 한번 화를 내면 한번 늙어진다는 말이 있다. 또한 "소문만복래" 라 하여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이 있다. 요즘은 세상도 좋아지고 살기도 편해졌는데 암이나 그 밖에 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지금은 여러 가지 병도 웃음으로 치료하고 암도 고치기 힘들고 어렵다는데 웃음으로 60%이상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고 한다. 이렇게 병을 웃음으로 고친 사람들을 많이 찾아 볼 수 있는 게 현실이다. 병도 마음먹기에 따라 좋아질 수도 있고 웃음의 힘으로 조금씩 고쳐나갈 수 있다. 웃음은 정말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직장이나 가정에서 또는 주위에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알게 모르게 인간관계가 원만하지 못해 스트레스로 인해 속병을 앓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고 특별히 스트레스를 풀대는 없고 가슴에 쌓아두면
기고ㆍ서통여론
정다운 수필가
2023.06.09 15:15
-
올 한해 양띠들은 멋진 운으로 한해가 행복하다고 동네 지인이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지인은 나보다 한 살이 아래인데 늘 여장군처럼 당당하고 힘이 있다. 얼굴이나 몸매는 유럽의 여자처럼 큼직하고 오똑한 콧날의 곡선은 전혀 한국사람같지 않게 높고 잘 생겼다. 그녀를 볼 때마다 하얀 피부에 멋스런 옷차림이 다른 사람들 눈에 잘 띈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나보다 나이가 어린데도 얼마나 당당하고 씩씩한지 나도 모르게 언니라고 할 정도로 주변 상식에 능하고 달변가여서 어지간한 사람은 당할 재간이 없다. 그것이 전부라면 매력이 덜 하겠지만 가끔씩 여린 구석이 있어 지나간 날들을 구수하게 풀어내며 회상을 할 때는 믿어지지 않는다. 낮은 어조로 조근조근 힘들었던 삶의 자락을 펼치곤 하는 그녀. 알고 보면 남편의 객기 덕분에 고생 꽤나 한 여인이다. 그녀의 남편은 소장사다. 막말로 정육점에 가서 미리 흥정을 하고 도살장에 있는 소를 사서 잡아 가지고 도매로 정육점에 넘기는 일을 한다. 도박도 곧잘 하
기고ㆍ서통여론
수원문인협회장 정명희
2023.06.09 15:13
-
별도 잠든 고요한 새벽아궁이 불 지펴 따끈한 아침상어린 자식 두 눈엔 졸음이 번지네덜커덩 경운기 밭과 논 누비고하루해 짧게만 느껴지는 일상땅거미 바라보며 집을 향했지콧물 눈물 범벅된 아이들차례대로 목욕시켜 잠자리에 눕히니둥근 달은 문 앞을 서성이고내일 일할 욕심에 반찬 만들고밀린 빨래 정리하고 하늘 보니깊은 밤 저 달은 반쯤이나 기울어졌네현실에 충실하며 살아온 시간돌아보니 그때가 행복한 날생각하니 소중한 추억이었네자연 속 풍경 같은 시절이었네 약력수원문인협회 회원 『시민문학』수필등단 『한국문학예술』시조 등단 수상 : 『새농민』수필공모 대상 사는 곳 : 수원 팔달구 세자로 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계간문예이사 시평 詩評오랜 시간을 갈고 닦아 시문詩門에 들어 온 권점늠 시인의 시는 농익은 삶의 단편을 시로 표현하는 것 같다. 그의 족적으로 보아도 수필이면 수필, 시조면 시조를 시작으로 해서 그 정점을 시로서 달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삶이란 그렇게 익어가야 한다. 나이가 들고 세
기고ㆍ서통여론
권점늠 시인
2023.06.09 15:12
-
왕자는 데네브와 이대로 안드로메다로 돌아가도 행복하지만 그것을 선택하지 않았다. 협상 내용대로 하면 지금 당장은 이 해적별이 안전해 보일지 모르지만 우주 전쟁이 끝나면 날마다 우주의 도망자가 되어 고달프게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었다.“그건 무리한 요구일 것 같은 데요.”“어느 군단입니까?”“3군단이요.” 눈빛보석의 표정에서 잠시 구름처럼 그림자가 스쳐갔다. 3군단이 아니기를 바랐던 것이다. 다른 군단과 달리 3군단장은 아버지 친구라서 자신을 희생시켜가며 이 일을 조용히 해결하려 할 것이었다. 어려서부터 미자르 장군은 자신의 자식이나 다름없이 기드로온을 귀여워해 주었던 것이다. 이 협상은 시끄러워져야 해적별에 도움이 될 것 같기 때문이었다.‘데네브, 너의 생각은 어때?’ 눈빛보석이 은교에게 물었다.‘네 생각이 내 생각이야. 나는 너와 함께 있으면 생사도 관계없어.’ 은교는 깊은 눈빛으로 말해 주었다.■ 별똥별 부대 전화로 인질 협상이 다시 시작되었다.“별자리를 하나 주
기고ㆍ서통여론
이중삼 작가
2023.05.01 09:17
-
마흔 해를 훌쩍 넘긴장롱안 이불 속에는목화밭 한뙈기가 들어있고산비탈을 오르내리시던어머니의 가쁜 숨소리와새참 바구니를 넘보던고라니의 맑은 눈망울과산새들의 수다 와분첩을 열고 뽀얗게 단장한찔레꽃 무더기의 향기와꽃가루 범벅이 된벌들의 윙윙거림이 들어있다모난 데를 둥글게깎아가며 살아라타이르시며 만들어 주신초록깃이 달린 진분홍 본견이불햇볕에 버무려 뽀송히 말리면지난날이 성큼성큼 걸어 나온다 약력1959년 전남 화순 출생한국 생태 문학회이사한국문인협회 회원수원 문인협회 회원2017 전국예술대회 대상 수상 시평 詩評마음 고운 김연화 시인이 오늘은 많이 외로웠나 보다, 봄 깊어 가는 밤늦은 시간에 아직도 따스한 솜이불을 덮고자 하니. 아무리 잊으려 해도 힘들 때면 더욱 생각나는 초록깃 달린 진분홍 본견이불은 바로 어머니이신 것을. 그래서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그 이불을 뽀송히 말려서 그리운 어머니와 함께 지내던 지난날을 성큼성큼 걸어 나오게 하려고 작정한 것이리라. 평상시 시인의 행보에서 진정 모
기고ㆍ서통여론
김연화 시인
2023.04.28 16:14
-
누가 사월을 잔인하다 했는지?4월만 되면 “ 토머스 스턴스 엘리엇”의 황무지 첫 구절이 떠오른다.제주도 4.3사건이나 4.19혁명 그리고 9년 전 세월호 사건이 터지고는더욱더 사월만 되면 그 말이 떠오르는 것 같다.그런 사월이 올해는 적어도 내게 행복한 사월이 되었다.이유인즉 일 년 전 TV 노래 경연 프로그램에서 우연히 “박창근”이란 가수를 보게 되었고, 노래를 좋아하면서 그 가수를 마음에 품고 동생처럼 친구처럼 ‘덕질’을 하게 되면서 내 삶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그렇게 오매불망 좋아하는 가수를 지난 주말 4월15일 토요일 서울 경희대 평화의 전당 공연장에서 박창근 가수와 팬들과의 만남 “포그니 데이” 란 이벤트를 통해 가까이에서 만나보게 되었고, 팬미팅 공연을 하는 도중 갑자기 듀엣으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함께 노래를 부르는 되었는데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꿈같은 일이 이루어졌다.덕질이란 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행동
기고ㆍ서통여론
목경화 수필가
2023.04.28 16:12
-
몇 번의 봄비가 내리더니 마냥 좋아하던 벚꽃잎도 스르르 녹아서 언제 그렇게 화려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사라져 버렸다.여기저기 뾰족뾰족 고개를 내민 새싹들은 앙징스런 모습에서 연둣빛 볼웃음을 띠고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다. 이 산 저 산 철쭉과 진달래는 고운 단장을 하고 연지곤지 찍듯 산과 들을 새악시 볼처럼 발그레하게 물들이고, 그 사이 햇두릅, 방풍나물, 달래, 냉이 씀바귀들이 쑥쑥 자라 입맛을 돋우고 있다.밥상 위에 올려진 햇나물들이 조물조물 무쳐져 식탁 위에 함초롬히 놓여 있으면 저절로 힘이 나고 밥맛이 살아난다. 환희의 봄이다.일요일 아지랑이 가득한 들판과 소물소물 속삭이듯 들려 오는 듯한 봄 풍경이 눈에 어려 좀이 쑤시기 시작했다. 부지런히 주변 청소를 해 놓고 도저히 집안에만 있기엔 몸이 근질거려 주섬주섬 봄옷을 차려 입었다.불현듯 오랜 친구였던 ‘재’를 만나러 간다. 봄빛보다 더 포근한 친구다. 아무 때나 불쑥 그녀를 만나러 가면 그녀는 언제나 한결같이 반갑게 맞
기고ㆍ서통여론
수원문인협회장 정명희
2023.04.28 16:10
-
능선은 줄기마다 밝은 붓질을 하며 달려가다그 끝에 푸른색 물감을 뚝 떨어뜨린다그러면 산은솜털이 뽀얗게 번져 있는갓난아기의 귓등처럼 밝아진다푸른색으로 흘러내리는 계곡마른 가지마다 새순들은눈부신 연두색의 등(燈)으로 그려지고물살은 소란스럽게도얼굴을 파묻고 있던 돌들에게봄칠을 해댄다산 아래 능선의 끝자락엔 진달래며 산벚꽃이 벌써봄 준비를 마쳤고산어깨에 걸린 햇살은물감을 풀은 듯 붉게 번지고 있다. 1957년 강원도 강릉 출생, 1996년 신춘문예 등단, 시집 『아침시집』 『나를 오른다』 『크레바스』 『설산 아래에 서서』 등, 한국시문학상, 경기문학상, 바움작품상을 수상했다. 한국시인협회 사무총장, 국제PEN한국본부 심의위원장과 감사역임 시평(詩評)「문안산 물감빛」을 최영규시인의 산악시집 『설산 아래에 서서』에서 만났다. 문안산은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에 소재한 536m의 그리 높지 않은 산이다. 시인은 산을 모르며 능선과 산줄기, 계곡의 풍경들을 스케치하여 한 편의 서정적 시로
기고ㆍ서통여론
최영규 시인
2023.04.28 16:07
-
【광주·전남 = 서울뉴스통신】 이철수 기자 = 옛말에 몸이 100냥이면 눈이 90냥이라는 말이 있듯이 신체에서 눈이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지대하다. 그러나 외부적·환경적 요인으로 시야가 제한된다면 어떨까?대표적인 현상이 바로 안개다. 안개는 육상뿐만 아니라 해상에서도 발생을 하는데, 보통 해상에서의 안개를 ‘해무’라고 부르며 보다 짙은 안개를 ‘농무’라고 한다.일반적으로 농무기는 3월부터 7월까지를 말하며 초여름인 6월에 ‘농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데, 바다는 육지와는 달리 길을 알려줄 수 있는 신호등이나 기준선이 없고, 농무로 인해 앞이 보이지 않을 경우, 방향을 잃거나 선박끼리 충돌 · 좌초하는 등 사고 발생 위험이 높다.실제로 지난 3월 10일부터 3월 12일까지 여수·광양항에 짙은 해무로 도선 운항이 중단되어 약 100여 척이 넘는 선박이 발이 묶이고, 부두 접안에 어려움을 겪어 투묘하거나 외항에서 대기하는 등 항만 물류기능이 일시적으로 마비되었다.항세에 익숙한 선박 또한
기고ㆍ서통여론
여수항VTS 순경 정보원
2023.04.26 12:40
-
한 개는 찾았는데 또 한 개는 찾지 못하고 있을 때 징그럽지만 은교가 주워서 알박이의 손에 쥐어 주었다.“복 받으실 겁니다. 예쁜 아가씨.” 알박이는 받은 눈알을 자신의 입 안에 넣고 혀로 굴려 싹싹 닦아 빈 눈 속에 집어넣었다.“너 때문에 지체되었잖아. 빨리 가!” 키드라는 알박이의 엉덩이를 차 앞장세우고 은교와 함께 눈빛보석이 있는 별로 이동했다. 은교에게 깜짝 놀랄만한 기쁨을 주기 위해 키드라는 손님이 누구인지를 계속 알려주지 않았다.“찌라시, 앞으로 나한테 부제독이라고 불러.”“너부터 찌라시라고 부르지 마.” 알박이가 어깨에 힘주고 들어가며 문 앞에 서 있는 찌라시에게 자신이 승진한 것을 알려주었다.“창피해 죽겠네. 저것들 데리고 우주 군단과 협상할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하다.” 키드라는 티격태격하는 알박이와 찌라시를 보며 달려가 차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하루 전만 해도 그러고 남았을 것이다. 체면과 체통이라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 옷 같은 것인가를
기고ㆍ서통여론
이중삼 작가
2023.04.21 16:50
-
저 바닷물에 손 담그면잉크빛깔 물들여 질까미역 톳 세모가사리가 몸을 헹구고전복이 다시마를 답삭이는포구는 잠잠하다물길도 멀리 가슴 띄운 섬낮은 지붕을 감싼 돌담마다대를 이은 옛 얘기 소곤대는데물질 나간 빈집에는검은 염소 울음 소리겨울바람도유채 잎 파랗게 엎드려 꽃대를 기다리고구들장 다락논 벼 그루터기는눈물 찰랑 그때 그 물방개를 기다린다어디선가맺으며 풀어 대는 복 장단 앞세워애절한 판소리 고갯길 넘어오면바닷물도 울컥울컥 추임새다자갈밭 한구석에 초분이 누워 있다 1992년 『문학예술』로, 1995년 『문예사조』로 나옴한국문인협회·수원문인협회 회원시집: 『헛된 기다림』 『동백꽃 붉은 입술』 『비에 젖은 강』 등2023 『청산도 바람』시집 : 월간문학 출판부 시평(詩評)2023년 정홍도 시인의 시집 『청산도 바람』속에서 시 한 편을 꺼내 들었다. 못내 잊지 못할 청산도를 그리며 시인이 운을 뗀다. ‘시는 내가 쓴 것이 아니라 바람, 구름, 빗소리가 쓴 것이라고, 시는 내가 쓴 것이 아니라
기고ㆍ서통여론
정홍도 시인
2023.04.17 09:47
-
살아오면서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있다. 바로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요.”라는 말이다. “아∼그러세요.”라고 대답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전혀 본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다. 문득 다른 사람들 눈에 많이 본것처럼 느껴지는 내 앞모습은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해 본다.긍정적으로 보면, 평범하고 크게 거부감을 주지는 않는 것 같다. 어려서부터 본래 말이 없는 편이라 친밀감을 주지는 못할지라도 상대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는 모습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할 일이다. 그런데 이를 거꾸로 보면, 평범하다는 것은 개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현대는 개성의 시대라는데, 좀 더 톡톡 튀는 개성을 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다.사람은 누구나 겉이 보이는 앞모습과 속이 보이는 뒷모습이 있다. 두 모습 중 어느 것이 중요한지는 사람마다 관점의 차이가 있다. 우선 당장은 쉽게 눈에 띄는 앞모습이 중요하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 처음 만났을 때
기고ㆍ서통여론
정종민 수필가
2023.04.17 09:45
-
마음이 공연히 뒤숭숭하다. 이 걸 할까 저 걸 할까 생각하기도 벅찬 느낌이 온몸을 엄습한다. 몸도 마음도 무거워 심호흡을 해도 안정이 안 된다. 괜스레 사무실을 방문한 사람들과 실없는 농담을 하다가 무언가 제대로 할 시간을 놓쳐 버렸다. 잘 잡히지 않는 해야할 일들, 그런 시간 속에서 얼마나 나는 어디로 흘러왔던가.한 주 일정을 보니 할 일이 겹겹이 쌓여 있다. 셋째 날 넷째 날 감사 준비, 여섯 번째 날 정관개정위원회, 일곱째 날 여덟째 날 00공원 바자회 등등. 그 다음 주로 넘어가니 산소가기, 셋 모임 그리고 또 감사. 일이라고 하면 밥먹는 일도 일이고 세수하는 일, 화장하는 일도 다 일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게되다니. 한심한 마음이 들어 한숨을 훅 뱉는다.몇 해 동안 조그만 사업 하나 해 보려고 여기저기 쏘다닐 적 말없이 따라와 준 이 관장이 전화를 하며 만나자고 한다. 그는 한 번도 거슬리는 말이나 행동조차도 한 적이 없다. 무척 교과서적인 남자다. 생활 자체도 어쩌면 그렇게
기고ㆍ서통여론
수원문인협회장 정명희
2023.04.17 09:43
-
[봄철 불청객 부주의 화재]봄철은 따듯한 기온, 강한 바람, 낮은 습도 등 화재 발생의 최적 조건이 형성되는 기후적 요인과, 야외활동이 증가하고 지역축제 등 시민참여 행사 개최가 많은 만큼 부주의에 의한 화재 발생 비율 또한 높다.최근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최근 5년간 봄철 화재가 59,742건으로 전체 28.4%를 차지하고 있다. 봄철 화재의 원인으로 부주의 33,487건으로 가장 많았다.봄철에는 건조하고 강한 바람으로 인해 작은 불씨가 대형화재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어떤 계절보다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부주의 화재의 요인들을 살펴보면 담배꽁초로 인한 산불화재, 음식물 조리중 발생하는 주택화재, 쓰레기 소각 중 발생하는 화재 등 일상생활에서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화재를 예방할 수 있는 부분이다.부주의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먼저 담배는 반드시 지정된 장소에서 피우고 담배꽁초를 버릴 때는 불씨가 남아있는지 재차 확인하도록 한다. 또한 산행 중에는 라이터 등 인
기고ㆍ서통여론
예방안전과소방사 정승현
2023.04.11 21:05
-
【광주·전남 = 서울뉴스통신】 이철수 기자 =마약 청정국이란 말이 무색할만큼 지금 대한민국은 마약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손쉽게 마약을 구할수 있을 뿐만아니라 점점 그 규모가 조직적으로 커져가고 있는 현실이다. 또한 최근 우유에 필로폰을 섞어 학원 근처에서 학생들에게 나누워 준 이른바‘마약 음료’사건도 서울 강남 학원가 한복판에서 발생하여 충격을 주고 있다.약이 귀한 시절 배앓이를 할 때 민간요법으로 사용하던 양귀비는 천연마약으로 분류되는 식물로 열매에서 아편을 추출해 모르핀을 비롯한 해로인, 코데인 등 강력한 마약으로 가공이 가능하다.경찰은 유관기관과 합동하여 양귀비 개화와 대마 수확기가 다가옴에 따라 7월 말까지 마약류에 대한 특별단속기간을 실시한다. 밀경작 우려가 있는 섬지역 뿐만 아니라 야산의 비닐하우스, 텃밭, 정원등의 장소에서 재배가 불법으로 끊임 없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특히 접근이 어려운 지역은 무인헬기(드론)을 이용한 단속을 하고 있다.양귀비 및 대마 취급 자격이나 재
기고ㆍ서통여론
이철수 기자
2023.04.10 21:23
-
“하모니카를 수석 부두목으로 임명한다. 하모니카 앞으로 나와.”“옥수수 이빨, 이 새끼 빨리 안 나와!” 하모니카가 보이지 않자 하델은 화를 내며 소리 질렀다.“엉엉.”“어떤 새끼가 우는 거야?” 하델은 광선총을 빼어 들고 소리 나는 쪽으로 달려갔다.“확 쏴 죽인다. 나 우는 소리 겁나게 싫어하는 거 알지?”“하모니카님이 우리를 살리고 대신 전사했어요.” 우는 부하 멱살을 거머쥐고 머리에 총을 겨누자 그렇게 대답했다.“훌쩍훌쩍.” 여기저기 우는 소리가 더 나기 시작하더니 수천 군데가 되었다.“이 새끼들아, 뚝 안 그쳐!”퓽퓽퓽! 하델의 광선총이 허공을 향해 불을 뿜었다. 그러자 우는 소리들이 진정되었다.“하모니카 이 새끼가 해적답게 뒈질 일이지, 멋을 부리고 지랄이야.” 하델은 럼주를 벌컥벌컥 마셔 댔다.“우리 중에는 오르트와 싸우다 죽어 줄 놈들이 필요하다. 멋있게 뒈질 놈들 앞으로 나와.” 처음에는 머뭇거리더니 울던 부하들 대부분이 앞으로 나왔다. 부두목 중에는
기고ㆍ서통여론
이중삼 작가
2023.04.03 1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