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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묵묵히 거리를 걷다보면 불현듯 세월의 소리를 듣는 시간이 있다. 아무 것도 생각지 못한 시간에 쿵쿵쿵 심장을 세차게 두드리며 다가왔다가는 슬며시 꼬리를 감추는 야릇함. 어쩌면 대상없는 그리움의 폭발인지 목마른 보헤미안의 기약 없는 외침인지 혼란스럽게 느껴지지만 삭막한 심장을 두드리는 소리는 어마어마하다. 그런 소리를 들으며 사막의 낙타처럼 외로이 걷는 길, 그 길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한 겨울의 편지 같은 눈이 새로운 시간을 맞이하며 이유 없는 폭설로 산지사방에 내려앉는 것에 대하여 묘한 쾌감을 얻는다. 그런 폭설이 잔잔한 눈가루를 뿌리고 희뿌옇게 내려오는 눈발보다 더 강열하게 와 닿는 것은 상상속의 도피일지 모르지만 폭설이라고 해서 다 나쁜 것은 아닐 것이다.눈 내리는 날 아침 창문을 열면 창밖으로 보이는 정원 위에 무차별하게 내려 앉아 버젓이 무게감을 들어내는 눈덩어리가 보인다. 문득 심술 맞고 고집스런 한 사람이 생각난다. 그도 어렸을 때는 누군가의 사랑스런 아들이고 꽤
기고ㆍ서통여론
수원문인협회장 정명희
2023.01.02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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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는 다른 여느 해 보다 다사다난 했던 것 같다. 정치적으로는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가 있었고 사회적으로는 차마 글로써 형언하기조차 어려운 대형 참사가 있었다. 그럼에도 시간은 흘러 이제 2023년 계묘(癸卯)년 토끼해가 밝았다. 토끼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이며 순하고 영리하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한 이유로 토끼는 달 속에서 방아를 찧는 상상의 동물로 신성시했으며 ‘토끼와 거북’, ‘토끼와 자라’ 등 구전 동화에도 자주 등장해 어린 시절 정서 함양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으며, 귀가 크고 쫑긋하여 주위의 작은 소리도 잘 들을 수 있다. 이러한 연유로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사람을 토끼 보다 못한 사람이라고 비유하기도 하며 현재의 정치행태가 미물의 토끼보다도 못한 불통의 국정운영과 불협화음의 정치로 치닫고 있어 올 한해가 심히 우려스럽기만 하다.이런 가운데 3년째 이어지는 코로나 상황은 세계 경제를 위축 시키고 있으며 여기에 예상치 못한 러시아와 우크라
기고ㆍ서통여론
정겸 (시인, 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
2022.12.2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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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새들은 흰 뺨이란 영혼을 가졌네거미줄에 매달린 물방울에서 흰색까지 모두이 늪지에선 흔하디흔한 맑음의 비유지만또 흰색은 지느러미 달고 어디나 갸웃거리지흰뺨검둥오리가 퍼들껑 물을 박차고 비상할 때날개 소리는 내 몸속에서 먼저 들리네검은 부리의 새떼로 늪은 지금 부화 중,열 마리 스무 마리 흰뺨검둥오리가 날아오르면날개의 눈부신 흰색만으로 늪은 홀가분해져서장자를 읽지 않아도 새들은 십만 리쯤 치솟는다네흰뺨검둥오리가 떠메고 가는 것이 이 늪을 포함해서반쯤은 내 영혼이리라지금 늪은 산산조각나기 위해 팽팽한 거울,수면은 그 모든 것에 일일이 구겨지다가 반듯해지네 1955년 경북 영천출생,경북대학교를 졸업 1986년 계간 [세계의 문학]을 통해 등단, 소월시문학상과 목월문학상, 김달진문학상, 황순원 문학상 등을 수상. 『얼음시집』 『살레시오네 집』 『푸른빛과 싸우다』 『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 『기억들』 『진흙 얼굴』 『내간체內簡體를 얻다』 『날짜들』 『검은색』 『슬프다 풀 끗혜 이슬』 등의
기고ㆍ서통여론
송재학 시인
2022.12.29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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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우스는 지구인과 처음 대화를 해 봐서 서툴렀다. 공양을 하고 가라는데 잘 알아듣지 못해 자기 말만한 것이다. 시리우스는 범진에게 엄지 손톱만한 버튼을 주고 탐사선에 올랐다.“스노야, 가자.”“에잉, 더 놀고 싶은데.”“빨리 안 갈래?” 시리우스가 재촉하는데도 스노는 법당에서 내다보고 있는 은교와 마당에 내려와 있는 범진을 번갈아 보며 아쉬워했다.“말썽부리지 말고 또 놀러와.” 범진 스님이 스노의 엉덩이를 찰싹 때려 주며 떠밀었다.■ 뿌려놓은 삶‘행복한 집’에서 미니버스가 출발하고 있었다.“지수야, 은혜하고 아이들 잘 돌보고 있어. 볼일 보고 오면 조금 늦을 거야.”“예, 이천에서 공연 요청 왔으니까 연극 연습하고 있을게요.” 마리아 원장은 등나무 아치문을 지나 동쪽으로 달렸다. 연락 줄 때까지 오지 말라고 하는데도 사흘이 멀다 하고 은교가 보고 싶어 오늘도 가고 있는 것이다. 요즘 은혜와 지수가 언니 노릇하느라 아이들을 챙기고 연극 연습도 열심히 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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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삼 작가
2022.12.1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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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팽한 심증이바다의 동공을 여닫는 밤 간 곳도온 곳도 남지 않은 바다금세 사라져버린 스키드마크처럼그 흔한 주저흔조차 없다 엉킨 실타래의 끝을 찾지 못해멈칫 거린 시간들이바다의 아가리를 벌리니딸려 올라온다 일 년 같던 그 하루의 끝발버둥 친 시간만큼고단했을까한때의 번성은 어디가고헛돌다 멈춰버린 운명처럼매달려있다 업고 온 파도를한바탕 울음으로 부려놓고남자가 끝내 도피한 곳은 깊은 바닷속이었다 속없이 웃는 아이의 눈망울그 위로 겹쳐지는 맑은 웃음소리무엇이 그들을 바다로 향하게 했을까 굳게 다문 차 문을 열면천진한 어린 딸의 웃음이콸콸 쏟아져 나올 것만 같다 경기 화성 출생미래시학 등단미래시학 작가회 회원수원문인협회 회원 시평 詩評박시인의 바다에 대한 시는 강열하면서도 처절하다. 그래서 그녀의 바다는 얼마나 파도소리가 큰지 가늠할 수가 없다. 심정을 따라가 보니 주저흔조차 없을 정도라니. 그녀가 바라 본 어떤 풍경과 그 상황의 내면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우리는 모두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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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희 시인
2022.12.1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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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천만의 가슴 속에 피는 꽃 무궁화.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울 밑에 봉선화.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고 마는 속절없는 사랑의 나팔꽃.낮은 수줍어 밤이 되면 피어나는 분꽃.뒷동산 보름달이 밝게 미소 지을 때 녹색 치마에 너란 저고리를 입고 나타나는 기다림의 꽃 달맞이꽃.엄동설한 칼바람 속에서 의연히 피어나는 의리의 꽃 매화.임을 따라가다 해가 지면 돌아와 임을 기다리는 해바라기꽃 등등.이렇게 꽃들은 그 꽃에 얽힌 사연도 많고 의미 또한 다양하건만 호박꽃 하면 생각나는 것이 ‘호박꽃도 꽃이더냐 쿵짜작 짝짝’구호이다. 「호박꽃은 꽃이 아니다.」라는 말인데 나는 꽃이 아닌 이 호박꽃이야말로 우리 서민을 대표하는 꽃 중의 꽃이라고 말하고 싶다. 황무지 아무 곳에서나 심어만 두면 잘 자라는 호박. 시골 두엄더미 가장자리에서, 측간 옆 울 밑에서, 돼지우리 옆에서, 호박은 두엄 냄새, 분뇨 냄새 등 온갖 역겨운 냄새를 감내해 가며 자라나 두엄더미를 덮고 담장을 덮는다.꽃은 자웅동수로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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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기 수필가
2022.12.16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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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지나가는 길목에는 유난히 마지막을 두껍게 채색하는 12월의 중반이 들어 있다. 씁쓸하기도 하고 차가워 보이기도 하는 12월은 우리에게 내려놓음의 암시를 은연중에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올 한 해는 보이지 않는 하늘을 바라보며 별들을 생각하고 별들에 대해서만 질문 같지 않은 질문을 해댔던 것 같다. 너무 멀어서 잡을 수 없는 별들을 왜 무시로 생각하고 따라가 보려 했는지 스스로도 모르겠으나 자꾸만 별들의 손을 잡고 싶고 만지고 싶어 한 숨을 쉴 때가 종종 있었다. 어쩌면 거꾸로 그 별들이 가깝다는 착각이 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 별들을 손쉽게 잡을 수 있다는 엉뚱한 자신감과 어딘가로 무수히 내 닫는 별들의 욕망을 알아내고 싶은 두 가지의 마음은 늘 내 안에 도사리고 시시탐탐 애간장을 닳게 했다. 그렇게 한 해가 지나가는 마지막인 요즈음은 사실 내 안의 별들은 사라지고 그들이 보여 주었던 애잔한 불빛만 어슴푸레하게 남아있다. 살아가는 것에 대한 회의는 나락으로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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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문인협회장 정명희
2022.12.1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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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동물 전쟁에서 대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이제 숲은 우리가 주인입니다!” 동물 연합군의 함성 소리는 천상의 찬가처럼 지상을 덮었다.“행궁 주인이신 눈빛보석 왕자님의 인사 말씀을 듣겠습니다.” 길대장이 봉수당 대청마루 단상에서 내려와 눈빛보석에게 올라가라고 정중한 예의를 갖추며 안내하는 자세를 보였다. 당황한 눈빛보석이 손을 저으며 사양했다.“눈빛보석.”, “눈빛보석.”, “눈빛보석.”궁궁이가 연호를 유도하자, 대두조가 동참했고 은바퀴와 청비둘기 한 쌍이 따라하자 수십만의 동물 연합군이 일제히 불러댔다. 눈빛보석은 하는 수 없이 단상으로 올라갔다. “우선 이번 전쟁으로 희생된 친구들을 위해 슬퍼하겠습니다.” 눈빛보석은 전쟁의 승리에 대한 축하 웃음보다 단상 아래로 눈물부터 떨구었다. 그러자 모두 숙연해지며 동료를 잃은 동물들이 여기저기서 애도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저는 죄인입니다. 저 때문에 팔달문 친구들이 위험에 처하게 되었고, 희생된 분들이 여러분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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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삼 작가
2022.12.0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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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맞으면 벼락이 떨어진 심장을 감싸고깨어난 새벽은 온통 검푸르다 대나무 사이로 진달래의 봄기운이새순을 앞다퉈 피워 겨울을 이겨냈지만봄은 아직 잠에서 묻혀있는 시간이다 밤의 적막이사방으로 생의 이면을 노래하다한 세상 떠난 사람들의 발길이혼령처럼 들리는 토문재에서바람부는 소리와 파도소리에깊고 갚은 장단으로 아우성 친다 해남의 흑석산과 달마산 바윗길이신라 경덕왕 일천삼백여 년 전달마고도의 산아래 사자포에 배 한척 떠 있어간사람 다시오지 않고오지 않는 사람 기다리는 여심들이속절없이 사미승과 향도들이몸을 닦고 정제한 새벽마다 노을이 아프다 달마고도의 아래 인추산에서아늑한 정적의 기운을 염원한 탓일까죽어가는 시간을 더 죽으라고 영혼가를 부른다 소가 쓰러져 울면서내는 곡조가 메아리치듯 달마산과 인추산은범이 토문재를 둘러싼 저녁마다 기도하는 여심들로황홀빛 노을을 붉게 떠오르고저만치 서 있는 쏠비치의 자태는다도해 풍경의 전설을 기억하고봄의소리 듣자니어머니 바위라는 송정리 포구에김발을 당기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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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두 시인
2022.12.0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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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 아련한 어머니 손맛 대신배달의 민족이 다녀갔다어머니 지문으로 빚은 새알심불 때지 않은 빈방에서 양동이 그득 출렁이며혼자 헤벌쭉 웃고 있던…혀끝이 기억하는 맛은 아니었다그리움이라도 물컹물컹 씹어본다내일부터는 밤이 고개 수그리고봄이 한 움큼씩 수북해져나무는 눈들을 설레며 밀어올리겠다어깨가 근지러워 무작정 날아오르고 싶었던 유년의 날들은새알심 속으로 버무려지고팥죽 가게 앞줄을 선 긴 행렬은 모두날개를 사려고 몰려들었다 21년『미네르바』등단한국문인협회 회원수원문인협회 회원문학과 비평 회원한국문인협회 인성교육위원회 공로상 수상경기대사회복지대학원 시평 詩評 동지에 대한 시심은 상상의 한계가 없다. 신향순 시인이 쓴 시어들은 동지날 새처럼 비상한다. 그녀는 배달의 민족을 통해 동지를 느끼고 그리움에 물들었던 지난 날 어머니의 손맛을 기억하며 물컹물컹한 그리움을 느껴본다. 그런 내일 유년의 날들을 앞세워 버무려진 꿈들을 찾아 날개를 사려 한다. 맑고 밝은 그녀의 내일이 기다려진다. 문득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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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향순 시인
2022.12.0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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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예보를 따라 겨울비가 소리 없이 내리고 있다. 어쩌면 이 겨울비는 추운 한파를 몰고 올지도 모른다. 그런 예측으로 겨울코트를 꺼내 마음 속 무장을 받치며 걸쳐 입는다. 살면서 예측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난무한데 무슨 일이든 예측가능하다면 살아가는 자체가 재미없다는 생각을 무수히 했다. 오늘 일도 그렇다. 나이가 들고 살아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재미없는 일들이 쌓이고 무료하며 밋밋한 날들에 대해 외면을 하고 싶은데 딱히 반전이 될 일들은 그다지 일어나고 있지 않다. 아침이 오기 전 밖은 짙은 무채색의 어둠 속에서 헤매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갑자기 눈을 뜬 내 시계 속은 세시 반쯤 되었을까. 아주 깊숙한 밤에 취해 사위는 고요한 잠 속에서 무사안일을 꿈꾸는 것 같았다. 일상의 다른 날과 달리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주방 앞에 섰다. 담가놓은 그릇 몇 개를 서둘러 설거지 하고 습관처럼 준비해 놓은 반찬 몇 접시를 위해 전기레인지 스위치를 켰다. 누가 시킨 것처럼 무의식적으로 하얀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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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종 기자
2022.12.0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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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 동문수학하는 학동이 있었다. 바로 옆집에 명수, 건너 편 집에 증이, 그리고 나를 묶어서 삼갱이라고 했다. 세 놈이 아침이면 누릉갱이를 들고 나와 자랑하며 먹었기 때문이다. 그 시대는 누룽갱이(누룽지)가 유일한 간식이었다.삼갱은 서당을 다녔다. 한문(漢文)을 배우면서 잘 부르던 노래가 있었다. ‘하늘 천 따지, 가마솥에 눌은 밥. 훈장은 서서 먹고 학동은 앉아 잡수시네.’ 이건 서당에서 공부할 때에 훈장이 잠깐 바깥에 나가면 불러대었다. 훈장을 놀리는 재미가 있었고, 악동들의 심심풀이었다. 그런데, 이 노래는 전절(前節)은 절대 바꾸지 않았는데, 후절만은 여러 형태로 바꾸어 불렀다. ‘~ 훈장은 똥개, 우린 복술강아지.’라든지, ‘~ 득득 긁어서 우리만 먹어야지.’ 같은 거였다.명수와 증이는 벌써 학교에 입학을 하였다. 나는 이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엄마 치맛자락을 붙잡고 막 울어대었다. “나 학교 갈 거야!” 사실 나는 우리가 불렀던 ‘훈장은 똥개’가 듣기 싫었다.
기고ㆍ서통여론
밝덩굴 시조시인
2022.12.0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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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산이었다난폭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비틀거리는 잔가지들을 끌어안아잠재우는 맑은 경전이었다있으신 듯 없는 듯 세상사 거르는 필터도 없이썩은 사과 알처럼 까맣게 속이 타들어 가도무심하게 돋아난 의혹은 자라몸속에 아린 옹이 하나 키웠다그 의혹이 분열을 거듭하여마음 뜨락은 온통 바오바브나무 뿌리로황폐화되었지만우리는 뭉툭한 위로와가벼운 인사를귓전에 심었다세상사 귀 막고별을 심었다 1960년 경북 영주 출생, 영남대학교 공학대학원 컴퓨터공학과 석사를 졸업. 2003년 「시사사」로 등단, 시집 「도문」,「파도 소리에 귀를 걸고」공무원문예대전 시 부문 우수상 수상 시평(詩評)아버지의 강은 얼마나 넓고 깊을까. 아버지의 산은 얼마나 높고 장엄할까.어떤 세찬 바람이 불어오고 폭우가 쏟아져도 아버지는 어린 자식들을 가슴으로 안고 넓고 깊은 강을 건너고 비바람 몰아치는 어두운 저녁 무렵에도 높고 험한 산을 넘었다. 누가 소란을 피워도 아버지는 우리를 감싸 안으며 자장가를 불러주는 맑은 경전 같은
기고ㆍ서통여론
엄혜숙 시인
2022.12.0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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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과 야당 간의 갈등이 날이 갈수록 도를 넘고 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 정국은 조선시대 중기의 훈구파와 사림파의 피비린내 나는 정쟁을 보는듯하다.이런 가운데 3년째 이어지는 코로나 상황은 세계 경제를 위축 시키고 있으며 여기에 예상치 못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풀릴 듯 하던 경제를 더욱 꼬이게 하여 경제 빙하기라는 용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런 세계적 경제 흐름의 여파로 우리나라 경제 또한 고용 불안을 가져오고 있으며 하락하는 증시와 정점을 치닫는 물가상승률은 경제기반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급상승하는 미국의 달러화와 금리 인상, 이로 인한 원자재 값의 폭등으로 밥상 물가는 이미 7%를 넘어 선지 오래되었고 서민들의 체감 고통은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분위기다.이럴 때에는 국가지도자의 탁월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이다.난세에 영웅이 나타난다 했다. 이러한 위기 극복 차원에서 세계인들이 부러워하는 국가 지도자는 지난 9월 사임한 독일 메르켈 총리다. 그는 엄마의
기고ㆍ서통여론
정겸 (시인, 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
2022.12.0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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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 서울뉴스통신】 이철수 기자 =청명한 가을, 하늘이 높아지고 거리에는 울긋불긋한 낙엽이 쌓이는 11월이 왔다. 밤낮으로 일교차가 크고 거리에는 두꺼운 겉옷을 꺼내 입은 사람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기온이 높지만 습한 날씨로 화재발생의 위험이 보다 적은 여름철을 지나, 잦은 난방용품 사용과 건조한 날씨로 화재발생의 위험이 높아지는 겨울철을 대비해 소방서에서는 본격적인 월동기가 시작되는 11월을 불조심 강조의 달로 지정하고 운영하고 있다.재산피해가 1,000억원 가량 발생한 ‘16년 대구서문시장 화재, 51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18년 수원 팔달구 상가화재 등 월동기에 들어서면서 발생했던 대형화재들을 되풀이 하지 않고, 크고 작은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11월 한 달간 소방정책 홍보, 화재예방 교육, 안전점검 및 화재예방 캠페인 등을 대대적으로 실시하며, 겨울철 화재발생의 위험을 강조하며 알리고 있다.한 순간에 모든 것을 앗아갈 수 있는 화재의 위험에 대해
기고ㆍ서통여론
이철수 기자
2022.11.23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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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달아나던 악다귀가 비둘기들의 집중 공격을 받고 곰탱이 옆에 떨어졌다.“으아, 항복!” 달아나던 쪽비는 백구에게 꼬리가 물리자, 앞다리를 번쩍 들었다가 납작 엎드리며 빌었다.“에라이, 지저분하게도 오래 사는 악질놈아!” 길대장이 쪽비를 발길로 힘껏 걷어찼다.“너 같은 놈을 한때 형님이라고 부른 것이 기분 더럽다.” 분이 덜 풀리는지 한 번 더 차려다 참았다.“용서해 주십쇼.” 아직도 많이 남은 족제비와 까치와 까마귀들이 전의를 상실하고 무릎을 꿇었다.“다시는 애꾸눈 부하로 살지 않을 것을 맹세하는 자들만 이곳을 떠날 수 있다.” 길대장이 말하자, 너도나도 행궁에서 도망치기 바빴다.“너희들은 왜 안 가?” 소록도 까마귀들이 미적거리자 궁궁이가 물었다.“대장을 데려가게 해 주십쇼.”“잘 묻어 줘. 다시는 남 괴롭히지 말고 살아. 미안하다.” 백구가 말해 주자, 까마귀 여러 마리가 곰탱이를 함께 물고 남쪽 하늘을 향해 날아갔다. 남은 것은 족제비 한 마리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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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삼 작가
2022.11.22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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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얼굴널 보고 있으면기분이 좋아지네눈꼬리 내려오고입 꼬리 올라가네사랑이 그윽하고선한 말이 모여들어눈 감고 있어도웃는 모습 그려지네여전히 웃고 있는그대 따라 나도 웃네 약력수원문인협회 시낭송분과위원장경기문학인협회 사무국장한국문예협회 시낭송회장시집 『무지개 웃음』외 시평 詩評사람이 마음을 내려놓으면 그지없이 선해지는 것일까. 정다겸 시인의 마음은 아름답고 선한 바탕이 전부인 것 같다. 어느 날 우연히 마주 친 곳에서 그녀는 호스피스 병동의 사람들을 위해 자선활동을 펼치는 중심에 서 있다, 어느 때는 고운 목소리로 시조창을 부르면서 마음을 정화시키고 있다. 또 어느 날인가는 시낭송에 푹 빠져들어 행복해 하기도 한다. 그녀만큼 하루하루를 뜻깊게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무슨 일이든 긍정의 마인드로 받아들인다. 그저 가능하면 ‘네’라고 대답하는 그녀가 이번에 쓴 시는 내려놓지 않으면 쓸 수 없는 선한 말의 표상이다. 그녀를 모르는 사람은 이해하기가 힘들지도 모르지만 그녀를 아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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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겸 시인
2022.11.1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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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흐르는 것을 화살이 날아가는 것에 비유하는 의미를 알겠다. 나이 탓에 몇 가지 지병을 가지고 아침저녁으로 몇 알의 약을 털어 넣으며 살고 있다던 만만한 대학 동창들 중 한 명이 며느리를 얻게 된 소식을 전해왔다. 아들을 잘 양육하여 예쁜 며느리를 맞게 된 친구를 축하해 주러 지방에서 친구들이 수원으로 나들이를 오게 된 것이다. 며느리 될 사람이 이곳 가까운 곳에 사는 이유로 예식을 수원에서 치루게 된 것이다. 아마 우리들 중 첫 혼사를 치루게 된 친구일 것이다. 부러운 마음 반 친구들 만난다는 기쁜 마음 반으로 수원역으로 나가 친구들을 맞았다. 우리는 얼싸안고 반가운 마음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결혼은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고 하는데 그 큰 경사스러운 자리에 혼주의 지인으로 자녀를 축하해 주러 가게 된 의미로운 자리였다. 신랑과 신부를 둔 친구는 부러움을 한껏 받으며 행복한 모습으로 예식을 치렀다. 예식이 끝난 후 오랜만에 만난 우리들은 자리를 옮겨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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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 시조시인
2022.11.17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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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감만 감도는 십일월의 밤은 새촘하면서도 칼칼한 여인의 모습처럼 차가운 매력까지 가진 도발적인 묘미가 있다. 그러나 한 자리에 앉아 명상하기 좋은 느낌이기도 하다. 원 거리에서부터 누군가 불쑥 찾아 올 것만 같은 기대감과 잊고 있었던 잔잔한 추억들이 한 올 한 올 풀어져 또 하나의 기억을 위해 무언가 시작할 것 같은 기대감도 준다.아무런 말도 하지 않지만 다 알 것 같은 사이 그저 모든 것을 이해하고 싶은 사이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 어느 것도 수용하겠다는 마음으로 한 사람을 바라본다. 그러기를 수십 년 이제 아이들도 성가하고 둘이만 남아 있다. 생각 같아선 더 많이 가깝고 더 많이 보듬어 주고 아껴 줄 것만 같은 마음인데 잘 안 된다. 같으면서도 다른 이질감이 많아 평생을 곁에서 아쉬움만 가득한 채 살아가고 있다. 그도 마찬가진지 몇 년 전부터 밖으로 돈다. 어쩌면 내가 그러는지도 모르겠다. 건강이 안 좋아진 그는 건강관리상 백두대간을 서너 번 떼고 전국투어를 하더니 이제는 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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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문인협회장 정명희
2022.11.1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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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화가 났어?” 백구가 부들부들 떨고 있는 눈빛보석을 보고 종이에 쓰인 내용을 읽었다.“뭐야, 이 애꾸눈. 당장 내가 가서 구해 올게.” “잠깐, 그냥 가면 친구들이 위험해.” 눈빛보석은 달려 나가려는 백구를 막았다. “수리부엉이에게는 부하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을 거야.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건 나야. 기드로온 왕자를 데려오면 친구들을 살려주겠다고 했어.” 수리부엉이가 만에 하나 친구들을 해치려 할 것에 대비해서 ‘고슴도치털’로 스스로를 지키는 능력을 가지게 했는데 힘을 쓰지 못하고 잡혀 갔 다면 지난번에 빠빠라기를 구할 때보다 그들의 전력이 비교가 안 될 만큼 훨씬 강해졌다고 볼 수 있다. 행궁 싸움과는 관계없는 기드로온 왕자를 요구하고 있는 것을 보면 해적들의 계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눈빛보석과 기드로온이 동일인물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어.”“그들은 아직 나에 대해 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한 것 같아.” 눈빛보석은 명상에 잠기듯 행궁 쪽을 뚫어지
기고ㆍ서통여론
이중삼 작가
2022.11.07 09: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