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ㆍ경남=서울뉴스통신】밀양소방서장 이강호 = 지난 21일 2015 재난대응 안전한국 훈련이 끝났다. 5월은 가정의 달이기도 하지만 우리 대한민국의 안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크고 작은 재난대응훈련이 전국 곳곳에서 실시된, 바쁜 초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달이기도 했다.

하지만 과거의 사례를 보면, 대형인명 피해가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화성 씨랜드 화재사고, 세월호 침몰사고 등의 재난사고가 이어지면서 언제부턴가 우리나라가 ‘사고 공화국’이라는 불명예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잊을 만하면 또 터지는 재난사고들, 평소에 어떻게 해야 이런 사고를 최소화 할 수 있는 것일까? 이제 까지 재난현장의 늑장 대응과 무능력함, 사고의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들은 너무나 많이 봐온 장면이다. 앞으로는 미리미리 재난에 대비하고 훈련, 또 훈련하면서 준비하는 재난관리체계로 변화해야 한다.

실제로 재난대응 관계자는 재난환경에 대비한 훈련을 반복실시 하더라도 전문가다운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면 그 또한 실효성이 없다. 세월호사고 현장에 모든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어도 동원된 요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우왕좌왕하는 것 뿐 이었다. 평소 훈련되지 않은 인력들이 조직적이고 신속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그저 모양새만 갖추고 있는 듯 보였다. 행정관청에서 집계하는 실종자와 승선인원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몇 차례나 번복했던 것은 바로 탁상행정의 결과인 것이다.

이러한 대형사고 후에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너도 나도 외치기만 해서는 안되고, 안전을 관리하고 책임지는 현장 요원들이 잘 훈련되어 능숙하게 임무수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실제 재난현장에서 실패와 성공사례를 보면 2005년 8월 29일 미국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루이지애나 뉴올리언즈를 강타한 후 하루가 지나 뒤늦게 국가대응책을 수립하여 초기대응에 실패하고, 조직간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재난현장 지휘자들은 혼란에 빠진 이재민들에게 서로 경쟁적으로 엇갈리는 명령을 마구 내려 더욱 혼란을 부채질 했다.

반면, 2009년 1월 15일, 오후 3시 26분 승객 155명을 태운 US 에어웨이 여객기가 미국 뉴욕의 라구아디아 공항에서 이륙한지 1분 만에 엔진이 멈추는 사고가 일어났다. 자칫 초대형 추락사고로 이어질 뻔 했으나, 155명 승객들의 목숨을 살린 것은 기장의 순간적인 판단이었다. 당시 고도가 900미터에 불과해 가까운 공항으로 회항 할 수 없었던 기장은 뉴욕 허드슨강 비상착륙을 감행했다.

강 수면과 표면 균형이 맞지 않으면 강바닥에 곤두박질 칠 수도 있었지만 다행히 수면을 스치듯 착륙했다. 기장은 비상착륙 전 관제탑과 연락했고, 추락 후 3분 내에 뉴욕 항만청은 현장에 헬기와 구조선을 출동시켜 신속한 재난 대응 시스템으로 승객과 승무원 전원이 무사히 구출됐다. 언론은 ‘기적’이라고 말했지만 “수없이 많은 연습과 훈련을 했기 때문에 나에겐 일상적인 일 이었다”고 기장은 말했다.

이는 잘 갖춰진 재난 대응 시스템과 반복된 훈련이 가져온 최선의 결과였다. 이러한 사례를 보더라도 실제 반복 훈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훈련이라 하면 사전적 정의로는 ‘기본자세나 동작 따위를 되풀이하여 익힘’ 이라고 되어있어, 재난대비 훈련은 재난의 상황을 파악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한 대처 내용을 실전처럼 연습하는 것이다. 대형사고 후 반복되는 신형장비를 도입하거나 재난대응 매뉴얼을 새로 만드는 것보다, 재난에 대비하여 평소에 미리 훈련하고 점검하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도 우리나라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재난대비나 긴급구조훈련은 기관장이나 내빈들의 참관을 위해 관람석을 마련하고, 재난출동부터 재난상황 종료 시까지 사전에 작성된 시나리오에 따라 행동을 맞추는 연극연습을 방불케 하고 있다.

또한, 훈련에 동원되는 인력과 차량, 유관기관은 엄청나지만 실제로 훈련을 하는 것이 아니라 참석만 하거나 훈련자체를 용역을 주어 이벤트사가 주도하는 보여주기식 훈련을 실시하다 보니, 긴급구조기관 및 지원기관의 인력들은 배우(Actor)로서의 임무에 충실하거나 일회성 홍보훈련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제는 재난대비훈련의 방식을 시나리오에 의한 연출이 아닌 실전을 대비한 각본 없이 재난발생 메시지에 따른 절차훈련으로 훈련방법을 바꾸어야 한다.

재난관리의 과정은 재난의 예방 및 완화, 대비, 대응, 그리고 복구의 4단계 과정을 거치는데, 재난대비훈련은 이 4단계 중 대비단계로 재난 발생 시 재난으로부터 생명을 구하고 재산피해를 줄이기 위한 긴급대응계획과 훈련과정을 연습하고 재난관리에 필수적인 자원을 확인하며 대응기관들 간에 필요한 협의 등 사전에 준비해야 하는 등의 반복훈련이 필요하다.

재난관리능력을 높이기 위해 실시하는 재난대비훈련은 풍수해대응훈련, 지진대비훈련, 소방훈련, 유독가스 방재훈련 등이 있다. 훈련을 할 때는 재난대비훈련 표준 매뉴얼과 실제사례 및 재난현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공유하고 익혀 전문성을 갖추어야 하며, 재난관련법령에 근거한 지휘체계에 따라 조직간 역할분담을 분명히 해야 한다.

세월호 사고 이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서 현장 지휘권이 시․군․구의 통합지휘소와 소방기관의 긴급구조통제단으로 이원화 되어 있어 세월호 사고 시 통합지휘의 문제점으로 대두됨에 따라 2014.12.30.법을 개정하여 긴급구조통제단장인 소방서장이 현장 통합 지휘권을 가지도록 명문화하고, 지자체 통합지휘소는 지휘권 없는 지원기구로서 통합지원본부로 명칭이 바뀌어졌다.

법 개정에 따라 종전 지휘체제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시․도 통합지휘소를 통합지원본부로 설치 운영하도록 시․도 조례를 개정하여야 하나 현재까지 경상남도 18개 시․군에서는 개정된 법을 반영한 조례를 개정하지 않고 있어, 아직도 시․군․구에서는 재난관리에 대한 관심도가 낮은 것으로 보인다.

향후 재난대비훈련은 재난이 발생하였을 경우 그 실효성이 확보되어야 하기 때문에 항상 새로운 상황에 적응할 수 있도록 탄력적이어야 하며 최상의 준비상태를 유지하여야 한다. 이러한 훈련을 하려면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겪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재난관리기관과 긴급구조기관에서는 현실에 맞는 훈련을 실시하고, 실제 재난이 발생하면 그동안 반복 숙달하여 몸에 익힌 본인들의 임무를 전문가답게 본능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쇼(Show)가 아닌 기본에 충실한 재난대비훈련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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