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통신】개각이 단행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집권 후반기 국정과제 완료를 목적으로 한 관리형 개각을 택했다. 인사 대상자들은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는 측근이나, 담당분야 전문 관료들로 채워졌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는 현 정권 들어 이미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낸 데다, 청와대 정무수석으로도 활약했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는 분"(김성우 홍보수석)이라는 청와대의 평가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내정자, 조경규 환경부 장관 내정자는 전문관료 출신이다. 김 내정자는 현직인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에 이르기까지 농촌진흥청장, 농림부 1차관 등 소관 분야에 재직했다. 현재 국무조정실 2차장으로 있는 조 내정자는 국무조정실에서 경제·사회조정 업무를 맡아왔다.

여권은 '고심 끝에' 내린 민생챙기기용 개각이라고 긍정 평가한 반면 야권은 민심을 도외시한 일방통행식 개각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최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탕평·균형·능력·소수자 배려' 인사를 공개 건의하면서 가능성이 제기됐던 '호남 배려 개각'은 사실상 무산됐다. 야권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철저한 현미경 검증을 통해 박 대통령 개각 인사의 미흡함을 집중 부각시킨다는 계획인 반면 여권은 철저한 인사검증 원칙아래 실무 능력 및 도덕성 등을 검증한다면서도 야권의 정치공세에는 단호히 대처한다는 입장이어서 여야 간 인사청문회 격돌이 예상된다.

사실 국정이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기에 ‘개혁 개각’에 대한 기대가 컸다. 박근혜 정부를 지탱하는 3대 축인 청와대·정부·여당이 집권 4년차에 들어서 모두 위기에 빠지면서 국정운영 추동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주요 국정 현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며 갈팡질팡하고 있는 형국이 안타깝다. 대폭적이고 탕평적인 개각이 시급했던 이유이다. 공직사회도 심각하게 망가졌다. 고질적 무능함에 더해 몰상식한 망언이 튀어나오고 전례 없는 부패가 악취를 풍긴다. 정부의 중요한 역할인 갈등 조율은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됐다. 국방부는 1년 넘게 사드를 다루며 오히려 불신과 갈등을 키웠다. 총리는 뒤늦게 현장에 갔다가 봉변을 당했고, 총리를 지키기는커녕 되레 얻어맞은 경찰은 뒷북수사에 나섰다. 100억원대 뇌물을 받아먹은 검사장, 그 불똥이 튄 청와대 민정수석, 내놓는 대책마다 재탕·삼탕인 경제부처 등 제대로 돌아가는 부처가 보이지 않는다. 설상가상 공직기강도 풀려 있다. “민중은 개·돼지와 같이 먹고살게만 해주면 된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어 파면된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사례가 잘 보여주고 있다.

국정에 새로운 기풍을 진작시키기 위해 개각 필요성이 오래 전부터 제기됐는데 어제의 소폭적이고 민심이반적 개각은 청와대가 소통에 둔감하다는 뒷받침이다. 각종 의혹의 정점에 있어 야당이 해임을 요구해온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교체되지 않은 점도 이해하기 힘들다. 이러니 “모두 우 수석의 검증을 거쳤을 텐데, 각종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 검증한 사람들을 어떻게 국민에게 제시할 수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잖은가.

청와대는 국정쇄신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후속 개각을 빠른 시일 내 단행하길 기대한다. '돌려막기식 찔끔 개각'으로는 국민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없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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