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통신】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지도층은 국제사회에서 자신들이 처한 현주소를 분명히 인식해야겠다.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귀순한 것이다. 태 공사는 지금까지 탈북한 북한 외교관 중 최고위급으로 꼽힌다. 태 공사는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현학봉 대사에 이어 서열 2위로서 지금까지 탈북한 북한 외교관 중에서 최고위급에 해당한다고 한다.

특히 태 공사는 북한 체제를 서방 세계에 홍보하는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그의 망명이 김정은 정권에 주는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공관은 북한 엘리트 외교관들이 부임하는 곳으로, 리용호 북한 외무상도 5년 동안 주영 북한대사로 근무한 게 잘 보여주고 있다. 주목되는 바는 태영호의 한국행은 대북제재 국면에서 불거졌다는 점이다.

올해 1월6일 북한의 4차 핵 실험과 2월 7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전례 없이 강력한 대북제재를 시행하면서 해외 근무 북한 엘리트층이 동요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태 공사의 탈북 동기는 주민들은 삶에 찌들어 허덕이는데 자신은 호의호식하면서 무자비한 살인 등 폭정을 일삼는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염증, 그리고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동경, 그리고 자녀와 장래 문제 등에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심계층 사이에서 김정은 체제에 대해서 더 이상 희망이 없고, 북한 체제가 이미 한계에 이르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지배계층의 내부결속이 약화하고 있다는 반증으로 분석되는 대목이다. 앞서 중국 닝보(寧波)의 류경식당에서 근무하던 북한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출해 지난 4월 7일 입국한 데 이어 중국 산시(陝西)성 소재 한 북한식당에서 탈출한 여성 종업원 3명이 탈출해 6월 말 국내에 들어온 사례도 같은 이유라고 하겠다. 해외식당 종업원들 또한 북한 내 중산층 이상으로 출신 성분이 좋은 것으로 알려진 게 말해주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입국한 탈북민은 815명(잠정치)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6% 증가했다는 게 움직일 수 없는 증거다.

이런 현실에서 북한은 국제사회가 북한 옥죄기에 본격 나서자 비난만을 퍼붓고 있다. 한국과 미국을 탓할 게 아니다. 유엔 안보리를 비롯해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에 왜 나섰는지를 직시해야 한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기 위해선 핵과 미사일로 상징되는 호전성을 포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일처럼 해외에서의 집단탈출과 탈북 행렬이 앞으로도 계속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은 개방으로 미국과 수교, 국제사회로 복귀한 쿠바와 핵개발 포기를 대가로 경제 제재에서 벗어나는 이란을 본받아야 한다. 순서가 있다. 북한은 먼저 남북대화에 응해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데서 첫걸음을 떼야 한다. 우리는 동족으로서 북한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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