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통 이성원 교수의 개성공단 재개 해법은

▲ 실질적으로 한국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다면 명분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북한의 사정을 양해하며 남북 간의 신뢰 쌓기와 실리추구를 모색해야 한다고 본다.<사진=이성원 교수 제공>이욱신 기자 snapress@snakorea.com

【서울=서울뉴스통신】이욱신 기자 = 긴장과 갈등이 고조되다가도 특정한 사건이 계기가 돼 갑자기 화해 국면으로 전환되던 남북관계가 상당히 오랜 시간 긴장과 경색국면에 있다. 천안함 침몰,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남북 간에 긴장이 최고조이던 시기에도 남북 간의 대화와 신뢰의 창구로서 기능했던 개성공단은 갑자기 폐쇄됐다. 북은 연이어서 핵실험을 하고 남은 사드(THAAD)로 대응하면서 한반도 상황은 갈수록 더 위험해지고 있다.

통일 문제 전문가인 이성원 교수(63·한라대 경영학과 초빙교수 겸 동북아경제연구원 부원장)를 만나 개성공단 재개와 남북 간 갈등의 해법, 오늘의 젊은 세대에게 그가 통일을 역설하는 이유에 대해 들었다.

▲ 우리 사회는 대북정책을 놓고서 이른바 ‘남-남 갈등’이 있다. 북한에도 대남정책, 핵무장화 노선을 놓고서 강경파-온건파 간의 ‘북-북 갈등’이 있지 않는가.

- 북한에도 정책 운영을 놓고서 부서별로 얼마간의 주도권 다툼이 있을 수밖에 없다. 당내 의사결정과정에서 필요성, 시기, 방법 등을 두고서 의견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다만 우리 사회에 나타나는 식의 이념논쟁은 없다고 본다. 일부 개인적인 반대 의사는 있겠으나 외부에서 생각하는 대로 강경파-온건파의 개념 분리는 북한 사회에 적용하기 어렵다. 당이 결정하면 무조건 따르는 북한 정권의 속성 상 한국이나 미국에서 생각하는 북한 집권세력의 강경 정책에 대해 반대세력이 조직적으로 저항한다는 것은 상정하기 어렵다.

▲ 대내외 상황이 어떻게 바뀌든 현재의 북한정권은 계속 유지된다고 보는 건가.

- 지금보다 더 최악의 경제상황이 발생해 현재의 집권세력이 도저히 민심을 수습하지 못한다면 그때는 집권세력의 변동이 발생할 수 있으나 가까운 시일 내에 그러한 상황이 전개되리라고 보지 않는다.

▲ 최근에 발생한 태영호 주 영국공사의 망명은 북한 엘리트들의 이탈, 북한 붕괴의 신호탄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는데.

- 각자 자기 나름의 사정과 이유로 북한 사회를 떠나게 된다. 우리도 과거 군사독재시절에 미국으로 이민 간 사람들이 많았다. 한국에서보다 미국에 더 많은 경제적 기회를 찾아 떠났던 것이다. 당시 유명한 가수도 이민 갔다지 않은가. 그 사람들이 모두 다 정치적 망명자들이었는가.

정치적으로 망명한 사람 중에 당시 한국의 군사독재 정부가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20여년전에 황장엽씨가 망명했을 때 모두들 북한이 곧 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때는 북한이 말하는 ‘고난의 행군’ 시절이라 지금보다 더 힘들었다. 지금 과연 북한이 망했는가. 그의 망명을 바로 북한 정권 붕괴로 연결 짓는 것은 너무 단선적이고 성급한 추측이라고 본다.

▲ 실무협상에 참가했던 개성공단 이야기를 들어보자. 개성공단은 과연 남북 긴장완화와 남북협력에 도움이 됐는가.

-5만 이상의 남북주민이 한 공간에서 일하는 곳이었다. 개성공단이 가동 중일 때 개성공단 관련 사업자, 관계자 그 누구도 전쟁 등 불안한 생각을 하지 않았다. 개성공단 노동자들도, 공단에 진출한 남측 기업 모두 높은 만족감을 나타냈다. 개성공단이 과연 북한의 개혁·개방에 영향을 줬느냐며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데 역으로 개성공단 같은 공단이 북한에 열 개가 있었다면 현재의 북한은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모습과 또 달랐을 것이다. 개성공단은 남북의 자금과 물건만 왔다 간 것이 아니다. 남한의 경영 노하우, 노무관리 기법, 생활양식 등이 남북 공단 관계자, 노동자들 간의 교류를 통해서 북한에 많이 전파됐다.

심각한 식량 사정으로 아침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북한 노동자들을 위해서 회사에서 아침밥을 제공하고 간식으로 하나 내놓은 초코파이를 어린 자녀들에게 주려고 고이 간직하며 차마 먹지 못했던 모정이 추가로 하나 더 주자 비로소 먹었던 것을 생각해보라. 그 노동자들이 귀가해 가족들끼리 대화하며 한국의 경제적 발전상을 말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우리의 경제적 발전상을 알아서 홍보해 줄 사람들이 수만명이 있는데 그런 기회를 우리 스스로 거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실질적으로 한국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다면 명분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북한의 사정을 양해하며 남북 간의 신뢰 쌓기와 실리추구를 모색해야 한다고 본다. 이성원 교수가 김일성 생가에서 안내원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사진=이성원 교수 제공>이욱신 기자 snapress@snakorea.co

▲ 폐쇄된 개성공단 재개의 해법은.

-기본적으로 정경분리다. 명분싸움을 할 수밖에 없는 정치적 논쟁으로 결론을 내려면 개성공단 재개는 물론 남북관계 개선도 어렵다. 한계선상에 있는 국내 중소기업에게는 새로운 성장의 발판이 되고 북한은 경제회생의 활로가 열릴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경험을 하게 돼 남북 공히 윈-윈(win-win)할 수 있다. 파이는 나눌 수 있는 곳에서 나눠야지 승패가 갈려 나눌 수 없는 곳에서 언쟁만 하면 의미 없다.

현대 민주주의 체제에서 사는 한국 사회 시민의 인식으로는 모든 절차를 투명화하고 공식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면에 오랜 통제와 폐쇄 속에서 소수 엘리트 주도 통치를 하는 북한에서는 모든 것을 낱낱이 공개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 실질적으로 한국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다면 명분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북한의 사정을 양해하며 남북 간의 신뢰 쌓기와 실리추구를 모색해야 한다고 본다.

북한이 이런 저런 정치적 이유로 우리 뜻과는 배치되는 일을 벌인다고 우리가 가진 소중한 기회를 저버릴 이유는 없다고 본다. 개성공단 노동자들은 알아서 한국을 북한에 홍보시켜 줄 귀한 홍보대사들이다. 핵무기로는 미국과 대등하다던 소련이 왜 망했는가. 결국은 서방의 경제적 풍요를 알게 된 시민들이 구 소련의 무능한 체제를 거부해서 아닌가. 한겨울 차가운 눈 속에서 봄을 대비해 새싹이 움틀 준비를 하듯이 개성공단을 통해서 북한 사회를 변화시킬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 북한 주민들의 실생활은 어떠한가. 남북 간의 정서의 유사성은 분단 70년이 돼도 여전히 많은가. 책이나 인터뷰에서 북한의 교육열에 대해서 말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기본적으로 평양과 여타 지역을 구별해서 봐야 한다. 평양은 북한체제(당)에 대한 충성도, 능력을 보고서 선택된 사람들만 거주하고 있다. 평양을 보고서 북한을 제대로 보았다고 할 수 없다. 평양은 거의 별 문제없이 잘 돌아가는 인상이었다. 언론지상에서 가끔 평양 거리 시민들의 모습을 보여 주며 패션이 다양해졌다느니 상당히 시장화가 됐다느니 하는 것은 북한의 자원, 자본이 집중된 평양이니 가능한 이야기다. 지방은 사실 그저 삼시세끼만 먹을 수 있다면 족하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수 십 차례 남북협상 차 오고가면서 보고 듣고 대화하다보면 역시 그래도 우리는 한민족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분명 70년간의 분단으로 인한 체제 간의 이념 차이는 없지 않다. 아무래도 공산주의 사회다보니 집단주의에 따라 개인의 자아실현, 창발성 등에 대해서는 많은 제약을 받는다. 개인의 삶의 질 측면에서는 한국과 비교할 수 없다.

자본주의 시장화가 돼 있지 않아서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면 문득문득 순박한 감성을 느낀다. 사회를 위한 희생에도 상당한 의미를 부여함을 느낄 수 있었다. 폐쇄된 체제다 보니 사회적 성공의 길이 많지 않고 당 관료 사회로의 출세가 거의 유일해보였다. 자연히 명문대에 진학해서 신분 상승하려는 교육경쟁이 치열하다. 중상층의 여유 있는 가정에서는 과외도 한다는 말을 들었다.

▲ 청년층들에게 어떻게 통일의 당위성을 설명할 수 있는지. 막연한 통일경제대박론이 아니라 실제적인 체감의 예시를 들려주라.

-통일이 되면 말할 것도 없고 통일 이전에 남북 간에 긴장이 완화되면 지금처럼 무조건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될 것이다. 세계적 차원에서 비교해보면 남북대결 구도 때문에 우리의 국력에 비해 과도하게 국방비를 부담하고 있다. 국방비를 줄여서 청년층의 취업과 복지에 쓴다면 청년층의 삶의 질은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것이다. 사회적으로 복지 안전망이 구축된다면 청년층은 지금처럼 자신의 소질과 적성보다는 안정과 연봉을 위해 뜻에 맞지 않는 직장에 목매다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북한의 아름다운 산야를 마음껏 누빌 수 있게 된다. 백두산, 금강산, 묘향산, 칠보산, 구월산, 개마고원, 명사십리, 비파도 등 하나처럼 세계 그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아름다운 자연유산이다. 지금 중국 유커(遊客)로 세계가 들썩이고 우리나라도 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지만 한국의 발달된 산업문명과 북한의 천혜의 자연을 연계한다면 더 높은 관광소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전쟁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남북 경의선으로 이어지는 대륙간 철도를 타고서 유라시아 전역을 누빌 수 있게 된다. 휴전선 철책에 막혀서 뱃길, 하늘길이 아니면 옴짝달짝할 수 없는 ‘섬 아닌 섬’인 한국이 아니라 세계무대에서 세계의 젊은이들과 만나 대화할 수 있게 된다.

이성원 교수는 ▲1953년 서울 출생 ▲강원도 고성에서 유년시절 성장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연세대 행정대학원 ▲미국 UC 버클리대 객원 연구원 ▲통일부 통일교육원, 남북회담본부, 사회문화교류국, 개성공단사업지원단, 납북피해자지원단, 남북출입사무소,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 등 근무 ▲남북회담, 남북공동행사, 이산가족상봉행사, 식량 및 비료 지원 등을 위해 평양, 개성, 신의주, 금강산 등 북한 곳곳 수십 차례 방문 ▲현 한라대 경영학과 초빙교수 겸 동북아경제연구원 부원장 ▲'그래도 우린 다시 만나야 한다’(꿈결) 저술했다.

저작권자 © 서울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