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통신】야권과 청와대·여당의 정면충돌로 정국이 난장판이다. 야권 공조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됐고, 박근혜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정국이 급속 냉각된 것이다. 이번 해임건의안 거부는 1987년 개헌 이후 국회에서 가결된 해임건의안을 수용하지 않은 첫 사례다. 박 대통령은 전례가 없는 초강수를 통해 여소야대(與小野大)로 입법부를 장악한 야권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김 장관에 대한 의혹이 사실상 해소됐는데도 야당이 해임건의안을 제출해 가결시킨 것은 해임건의의 형식과 요건을 갖추지 못한 정치공세라고 판단하고 있다.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이 세월호법·어버이연합청문회 관철을 위한 정치적 흥정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라는 시각이다.

여권의 주장에 일리가 없지 않다. 그렇지만 박 대통령이 김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공식화함에 따라 지난 1987년 개헌 이후 국회를 통과한 해임건의안을 수용하지 않은 첫 사례가 됐다. 1987년 개헌 이후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사례는 임동원 통일부 장관(2001년),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2003년) 등 두 차례다. 임 장관은 해임건의안 가결 하루 만에 사의를 표명해 사흘 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부분개각을 단행하며 물러났다. 또 김 장관은 해임건의안 통과 14일 만에 사표를 제출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이틀 뒤 사표를 수리했다.

청와대는 앞선 두 장관은 적어도 5∼6개월 동안 업무를 수행하던 중 해임건의안이 가결돼 사퇴했던 반면 이번에는 야당이 업무 한 달도 안 된 장관을 상대로 '국정 흔들기용'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다는 입장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경제활성화법안 마련과 내년도 예산안 심의 등 국정과제가 산적한 현실에서 여야 강경 대치는 바람직하지 않다. 국정에 무한 책임이 있는 여권에 국민적 비판이 더해질 수 있다.

현실적으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과연 장관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도 회의적이다. 행정부 내 업무 수행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도, 국회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야당의 협조를 전혀 받을 수 없어 국회의 도움이 필요한 현안 처리에는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야권에서는 해임 건의안이 통과된 장관을 제대로 된 장관으로 인정할 수 없어, 김 장관을 업무에서 배제하거나 무시하자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사실 이런 상황은 김 장관 자신이 자초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쏟아져 나온 여러 의혹에 대해 일부는 해명했지만 일부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청문회장에선 “대단히 송구스럽다”는 말을 여러 번 해 놓고 임명장을 받자마자 SNS 게시판에 부적절한 언사를 쏟아내 장관 자질을 의심케 했다. 그의 글은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 대한 폄하와 언론에 대한 적대감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런 황당한 피해의식과 편가르기 자세로 농림행정을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우려와 개탄이 해임건의안의 1차적 배경이다. 김 장관은 국회의 ‘장관 해임’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김 장관이 국정정상화와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드린다는 취지에서 ‘자진사퇴’하는 게 온당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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