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통신】정치권의 치킨게임이 점입가경이다. 국민은 안중에 없이 상대를 향해 일방 폭주를 계속하고 있다. 집권 여당은 사상 처음으로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를 시작 당일부터 전면 거부(보이콧)하더니, 이정현 당 대표가 정세균 국회의장 퇴진을 촉구하며 28일 사흘째 단식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야3당은 공조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켜 거야(巨野)의 위력을 증명했지만, 그 배경엔 정치적 거래를 거부당한 불만이 있었다.

정부를 감시하는 의정활동의 집약이랄 수 있는 20대 국회 첫 국감은 야당만의 ‘반쪽짜리’로 시작됐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맨입으로 되나’라는 정파적 발언이 문제 있다고 하더라도 집권당 대표가 “목숨을 바칠 각오”라고 다짐까지 하면서 안보와 경제위기, 민생 등을 살필 국정을 팽개친 채 국정감사 파행 등을 이끄는 건 비판받아 마땅하다.

20대 국회는 출범한지 몇 달도 안 돼 ‘새 정치’에 대한 국민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 4·13 총선 민의였던 ‘협치’ 정신을 내팽개치고 극한 대립으로 치달아 역대 최악의 19대 국회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벌써 나온다. 이번 해임건의안 사태에서 보듯 입법 권력을 장악한 야 3당의 독주 탓이 크다. 지난달만 해도 상임위에서 추경안을 표결로 단독처리하는 등 ‘수적 우위’를 앞세운 실력행사를 서슴지 않았다. 이는 자신들이 성토했던 여당의 구태라는 점에서 반성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해임건의안 거부에 맞서 대여 공세로 일관한다면 파행 정국에 대한 책임과 비판 여론에 직면할 것이다.이번 사태는 장관 해임 건의라는 중차대한 정치 행위를 한낱 정치적 흥정거리로 전락시킨 거야, 여야 대치 상황에서 엄격하게 중립을 유지해야 할 국회의장의 정파적 행보, 여소야대 국면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여당의 오기가 한데 뭉친 결과다. 19대 국회 때 걸핏하면 직권상정을 요구하며 의장을 압박했던 새누리당이 정 국회의장을 '더민주의 하수인', '정세균 의원' 등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최소한의 정치적 금도조차 잊어버린 행태다. 하지만 정세균 의장이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 여야를 불러 양해를 구하는 노력을 먼저 해야 했다. 이번 일에 대해선 유감을 표명하고 국회정상화에 힘써야 한다.

물론 여야가 최강수만 골라 두는데 서로 명분을 주고 물러날 자리도 줘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새누리당 이 대표가 정 의장이 사퇴할 때까지 단식한다는 건 최악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야당도 국정감사를 2, 3일 연기하자는 정 의장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계속 협상의 여지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새누리당이 해임건의안 처리와 국회의장의 발언을 문제 삼아 국회일정 전면 보이콧과 의장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국정운영을 책임진 집권당의 자세가 아니다. 국회 마비로 인한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가뜩이나 경제난에다 지진사태로 고통받고 불안한 국민을 생각하는 결정을 내려주기 바란다. 누구보다 박 대통령의 자세가 긴요하다. 야권이 아무리 잘못해도 퇴로를 열어주고, 가장 큰 권력을 가진 사람이 접고 책임지는 게 정치임을 인식하길 바란다. 김재수 장관은 스스로 거취를 결단해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는 게 필요하다. 여야가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식 요구 대신 타협점을 찾아 하루속히 민생을 위한 정국 정상화를 기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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