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통신】당국과 업체의 ‘관행적 인명경시’가 또 다른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엔 치약 11종에 가습기 살균제 유해물질인 CMIT·MIT(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메칠이소치아졸리논)가 함유돼 있다는 소식이다. 가습기 살균제로 얼마나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고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아직도 고통 속에 살고 있는데 또다시 매일 쓰는 치약에 가습기 살균제 유해물질이 들어 있다니 경악할 일이다.

특히 개개인이 대부분 한 번쯤 사용해봤을 유명 브랜드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화장품·물티슈에 이어 치약에서도 CMIT·MIT가 검출됐으니 믿고 쓸 수 있는 생활용품이 없다는 한탄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문제는 갈수록 의혹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처음엔 메디안 치약 등 아모레퍼시픽의 치약 11개 제품에 가습기살균제에 쓰인 독성 물질이 사용됐다고 했다. 그러다 문제의 물질이 아모레퍼시픽 말고도 30개 회사에 더 납품된 것으로 드러났다. 애경산업과 존슨앤존슨, 코리아나 화장품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형 화학용품 회사와 외국회사도 들어있다.

더구나 납품된 계면활성제는 치약과 구강세정제 등 입에 직접 들어가는 제품 뿐 아니라 샴푸나 면도크림, 화장품을 만드는데도 사용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피해가 상상 이상으로 증폭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에 쓰였는지는 제조업체가 밝히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들 원료로 어떤 제품이 만들어졌는지 당국조차 모르고 있으니 한심스럽다.

사실 국내에서는 코웨이 등 6개 기업의 공기청정기 58개 모델의 항균필터에서 독성물질인 OIT(옥틸이소티아졸론)가 공기 중으로 방출돼 국민 건강이 우려된 바도 있다. 소비자들의 ‘케미포비아(화학 공포증)’가 되살아날 수도 있는 만큼 당국이 서둘러 생산제품 조사에 나서 국민 앞에 그 결과를 명백하게 밝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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