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통신】정부가 철강업계와 석유화학업계을 대상으로 강력한 구조조정을 시도하고 있다. 생산설비 축소를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철강 분야의 후판과 석유화학 분야의 테레프탈산(TPA) 등이 공급과잉 상태이므로 시급하게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철강업계와 석유화학업계는 공급과잉 부문의 선제적 구조조정 방안에 공감한다는 공식 반응을 내놓았다.

방향은 옳다고 본다. 글로벌 시장에서 물품이 넘쳐나 가격이 하락하는 ‘공급과잉’으로 급속히 경쟁력을 잃고 있는 철강·석유화학 등의 업계에 정부가 던진 경고이기 때문이다. 우선 중국이 자국 물량을 헐값에 밖으로 밀어내는 수출로 공급과잉의 덫에 걸린 철강업계에 ‘선제적 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에 남아도는 철강은 우리나라 전체 조강생산능력(약 8,600만톤)의 9배 수준인 7억5,000만톤에 달한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9월 초 철강업황 부진이 2019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설상가상 전 세계 철강이 남아돌자 각국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범용 수입 철강에 대해 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등 보호무역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전 세계 국가가 우리나라 철강제품에 부과한 규제만도 87건으로 전체(180건)의 절반에 달한다. 특히 판재류의 경우 무역장벽이 높아지며 수출이 차질을 빚고 있고 후판·강관도 조선업 부진 등으로 공급과잉 상황이다. 철근·형강도 중국산 수입이 급증하는 추세다. 현실이 이러하기에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컨설팅을 맡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후판설비 감축 등을 요구한 것이다.

정부는 경쟁력이 약화된 제품과 설비는 감축하는 대신 가격이 높은 고부가 철강 제품 개발을 유도할 방침이라고 한다. 아울러 석유화학제품의 경쟁력 강화 방안도 철강과 결을 같이한다. 우리 석유화학제품은 전체 수출의 50%가량을 중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이번에 공급과잉 품목으로 설비감축을 요구받은 테레프탈산(TPA)과 폴리스티렌(PS), 합성고무(BR·SBR), 폴리염화비닐(PVC)의 앞날은 특히 어둡다. 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TPA 자급률은 2020년 107%, BR는 94%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중국 수출이 급감추세다.

하지만 정부는 심사숙고해야 한다. 업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외국계 컨설팅 보고서에 의존해 산업을 살리는 구조조정이 아니라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업계 내부의 비판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오늘 철강과 석유화학 업계의 구조조정안을 담은 산업경쟁력 강화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멀리 보고, 장차 세계시장을 리드할 수 있는 최상의 방안을 마련하는 데 힘쓰길 당부한다.

저작권자 © 서울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