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통신】정치 실종이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으로 촉발된 여야의 대결구도가 극언을 동반한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각 당의 대표들도 상대당의 전·현직 지도부를 향해 '북과 내통' '정신 나간 것 같다' '사람이 좀 돼 달라'는 원색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협치(協治)'라는 과제를 받아든 20대 국회가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돌아서면서 내년도 예산안도 정상적인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가히 진흙탕 싸움이자 난전(亂戰)이다. 입도 거칠다. 여야 당 대표들부터 앞장서는 모습이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논란이 되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에게 "사실상 북과 내통했다"며 비난했다. 추미애 더민주 대표는 이에 대해 "괴물이 되지 말고 정치 이전에 사람이 좀 되어 달라"며 색깔론을 제기한 이 대표를 상대로 역공을 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2003년 대북송금 사건을 재차 거론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대해 "요즘 정 원내대표가 정신이 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여야가 극언을 주고받는 극한 대립을 이어가면서 내년도 예산안 통과도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특히 이번 예산안 정국에서는 정부와 새누리당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법인세율 인상이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어서 정국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이병호 국정원장이 나섰다. 그런데 ‘처신’이 문제로 대두됐다. 여야가 사활을 걸고 격돌하고 있는 '송민순 회고록' 사태에 대해 뚜렷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사견'을 수차례 밝혀, 야당이 반발하는 등 또 다른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국회 정보위 여당 간사인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이 원장은 "회고록이 구체적이고 사리에 맞기 때문에 사실이나 진실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더민주는 반발하고 있다. 더민주 정보위 간사 김병기 의원 등은 "이병호 국정원장이 발표한 모든 것이 어떤 자료에 근거한 게 아니고 개인적인 의견에 따른 답변이다"며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맞다고 생각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니 그렇다'는 식의 답변이었다"고 이 원장을 비판하고 있다.

국정원장은 정치적으로 휩싸이는 것을 엄정 경계해야 한다. 그런데도 이 원장은 백종천 당시 안보실장이 북한으로부터 건네받아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는 '쪽지'의 실체에 대해 "정보 사안이기 때문에 NCND(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것) 원칙이 적용돼 이 시점에서는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중립적 입장을 취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여당 입장을 편드는 사견을 ‘방출'하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는다.

경제위기와 민생이 힘들어지는 때에 여야는 소모적 정쟁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더민주도 사안을 회피하려만 해선 안 된다. “이번 일은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 등을 희석시키기 위한 정치공세”라는 더민주의 주장에 동조할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정확한 당시의 상황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더민주가 협력할 게 있을 것이다.

사실 확인도 되지 않았는데 ‘종북’이라며 비난부터 하는 여당이나, 명쾌한 해명 없이 ‘여당의 악재 탈출용’이라고 반발만 하는 야당 모두 국민적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치적 입장 표명은 대통령기록물 확인 등 사실 관계부터 살펴본 뒤에 해도 늦지 않다. 여하튼 ‘회고록’에 매몰된 정치 현실을 개탄한다. 여야는 정치 금도(襟度)를 지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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