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서울뉴스통신】청소년들의 음주·흡연 폐해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음주와 흡연을 하는 청소년의 상당수가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등 정서적 문제를 함께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스트레스를 적절히 풀지 못하면서 중독성이 강한 음주·흡연 문화에 쉽게 노출되고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는 얘기다.

▲청소년 흡연·음주 습관, ‘성인 따라하기’ 답습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에 따르면, 15~19세 사이 청소년 중 80%가량이 최근 6개월 사이에 술을 마신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10대 청소년의 음주율 또한 2013년 16.3%에서 2015년 16.7%로 나타나 다소 높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음주문화도 습관적이다. 대한소아과학회에 따르면 음주경험이 있는 청소년의 25.2%는 사흘에 한 번 이상 술을 마시고, 음주량도 적지 않아 한 번 마실 때 소주 5잔(맥주의 경우 3병, 양주는 5잔)이상 마신다는 경우가 무려 43.5%에 달했다. 음주만큼이나 흡연 청소년 비율도 만만치 않다. 교육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흡연으로 인해 학교에서 징계를 받은 청소년은 중학생이 1만 2,022명, 고등학생이 3만 3,122명이었다.

▲불안과 우울로 이어지는 청소년 흡연, 음주
흡연과 음주를 상습적으로 반복하는 청소년일수록 불안과 우울 증세를 많이 보인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몇 년 전 질병관리본부는 청소년 7만 4,186명을 조사한 결과, 일상 속에서 2주 이상 우울감을 경험한 청소년의 경우 일반 청소년보다 흡연 및 음주 비율이 2배 이상이고, 수면 부족도 1.5배 정도 높았다고 발표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청소년 음주·흡연은 과도한 경쟁과 학업 부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떨쳐 내기 위한 손쉬운 방편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청소년들이 비교적 쉽게 술과 담배를 구할 수 있는 사회 풍토와 기성세대의 잘못된 음주·흡연문화가 청소년들에게 깊숙이 전염돼 이를 바로잡기가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스트레스!
흡연이나 음주를 하는 청소년이 늘어난 데 대해 전문가 대부분은 ‘스트레스’와 ‘충동성 증가’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사실 같은 말이다. 지속적인 스트레스가 뇌를 과도하게 긴장하게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뇌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억제하는 뇌’보다는 1차적 기능인 ‘충동적인 뇌’가 우세해진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청소년들이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예컨대 화가 난 것을 말로 하고 나면 좀 후련해진다. 다른 즐거운 일을 하면 기분 전환이 된다. 그런데 당장 말을 할 곳이 없거나 즐거운 일을 할 만한 시간과 여유가 없다. 스트레스를 풀지 못하면 분노가 쌓이게 되고, 이러한 감정적 동요를 겪다 보면 충동적으로 변하게 된다. 흡연과 음주는 중독성이 있기 때문에 일탈의 느낌을 주고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해소했다고 믿게 된다. 흡연과 음주 자체가 지닌 중독성은 이로 인해 더욱 강화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도록 적절한 도움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흡연 후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느낌을 받게 되면 흡연에 대한 갈망이 더욱 강해지고, 이러한 갈망이 금연에 대한 노력을 미진하게 만들 뿐 아니라 금연의 필요성을 아예 느끼지 못하게 한다” 고 말했다. 전문의들은 흡연의 경우 새해나 생일 등 특별한 날을 정해 금연을 실행하거나 같이 금연할 친구 또는 동반자가 있다고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또 가족이나 아주 가까운 친구들에게 금연 중임을 알리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것도 힘이 될 수 있다. 담배를 생각나게 하는 물품이나 장소를 피하고, 평소 담배를 피우던 시간을 바쁘게 보내는 것도 좋다.

▲운동, 글쓰기, 낙서…무엇이든 시작하자
대다수 전문의들은 규칙적인 운동이 매우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일주일에 사흘 이상 격렬한 신체활동 예컨대 운동을 하면 흡연·음주율이 낮아진다는 의학계 조사결과도 있다.

규칙적인 운동이 힘들다고 여겨지면, 짬이 나는 대로 대략 1시간 정도 땀이 날 정도로 걸으면 좋다. 걷다 보면 땀이 나고 스트레스 상황과 분리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과도한 목표를 정하지 않고 걷는 것이다. 목표와 코스를 정하다 보면 그 또한 스트레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천천히 걷다가 조금씩 속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스텝을 조절해 걷는 것이 좋다. 몸의 움직임이 격해질수록 자연스레 스트레스는 사라지고 기분이 전환된다.

어떤 전문의는 스트레스를 바로 해결하지 않으면 한꺼번에 풀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되도록 책 또는 영화, 만화를 보거나 천천히 걷는 등 자신을 기분 좋게 하는 무엇이든 지금 당장 실천하라고 전했다. 뭔가를 적으면서 감정을 털어 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이나 강박관념을 버리고, 쓰고 싶은 것들을 편하게 나열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 느끼는 감정을 떠오르는 대로 글로 적으면 마음이 진정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 된다. 습관적으로 글을 쓰다 보면 흡연이나 음주의 중독성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이런 방법들이 너무 틀에 박혔다고 생각이 든다면, 그냥 낙서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내가 지금 왜 불안하지?’, ‘무엇 때문에 흡연과 음주에 깊이 빠져드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낙서를 하다 보면 스트레스의 원인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낙서를 통해 자신의 현재 상태를 파악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스트레스를 해결해 나가는 단초를 얻을 수도 있다.

<한국건강관리협회 경기지부 정규병원장>
<출처-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소식지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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