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권에선 '문모닝' '황모닝' 식의 합성어가 패러디어처럼 회자된다. 쉽게, '문모닝'은 '문+굿모닝'이고, '황모닝'은 '황+굿모닝'이다. 언뜻 듣기에는 굿모닝의 합성어인 까닭에 인사말처럼 들려 좋은 의미로 쓰이는 듯하지만 실상은 정 반대다. 좀 속된 표현이긴 하지만, 앞의 것은 문을 까는 걸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것이고, 뒤의 것은 황을 까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뜻이다.

정치권에 발 담그고 욕 안얻어먹길 바래서는 안될 터이지만, 또한 정치권이 서로가 서로를 욕하곤 하는, 이전투구의 장임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아침부터 공공연하게 욕을 얻어먹는 다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닐 것이다.

자칭 '대세론'에 빠져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요즘 겪는 몰매는 다분히 자신의 정치스타일에서 비롯된 측면이 많아보이지만 당 안팎에서 날아오는 화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고 권좌라 할 대통령마저 무너뜨린 들개같은 공세에 누구라 해서 견뎌내기 쉽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을 내려오게 만든 사회적 분노가 다 해소됐다고 보기 어려워 그 표적이 되지 않도록 조신하는게 상책일 뿐이다.

그런데 '문모닝'만 놓고 보면, 다분히 문재인 전 대표의 발언이 늘 화근이다. 전날 있었던 자당의 경선토론회에서 그는 김종인 전 대표, 손학규 전 대표, 안철수 전 대표, 박지원 대표 탈당에 대해서 “혁신을 반대하는 분들이 당 떠났다”고 발언, 이들이 모조리 혁신 반대파라고 몰아세우면서 비롯됐다. 이 발언을 두고 다른 야당에서는, 문 전 대표가 얼마나 패권주의자이고 기득권자인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망언이라며 들고 일어섰다.

각을 세우고 있는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더 나아가 "자신의 편이 아니면 배신의 정치라고 낙인찍는 박근혜식 패권 정치를 우리는 다시 보고 있다. 대세론으로 오만에 빠져서 패권정치를 다시 깨우고 있다"며 "혁신하겠다는 문재인 당 대표는 '비례대표에 누구를 주자. 누구에게는 지역구 공천을 주자' 했는데, 이것이 혁신인가. 혁신위원회 구성 전에 공천을 대표 마음대로 내정하는 것이 혁신인가? 만약 이것을 문재인 대표가 또 본인 나름대로 변명하고 부인한다고 하면 구체적 사실을 공개 할 용의가 있다"고 말(斗)로 되받으며 여지없이 '문모닝' 소식을 전했다.

사실 문 전 대표는 손학규 전 대표의 도움으로 혁신과 통합의 대표로서 민주당에 입당해 야당 지도자 됐고,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전 대표의 도움으로 대통령이 될 뻔했다. 지난 총선에서 김종인 전 대표의 도움으로 더불어민주당이 큰 승리를 거두었고 그것을 기반으로 유력한 대선후보에 올랐다. 그런데 문 전 대표는 손학규 전 대표, 안철수 전 대표, 김종인 전 대표에게 은혜를 갚기는커녕 패권과 독선으로 당에서 내쫓고 폄하했다고 공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배은했다는게 그 이유다. 문 전 대표의 발언 진의는 그게 아니었다고 할수도 있겠으나, 타당에서 '배은'의 정치로 공격하는 것이 유독 쟁쟁하게 들려오는 것은, 불과 며칠 전 탄핵을 당한 박 전 대통령이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했던 '배신'의 정치가 떨쳐지지 않기 때문일게다.

박 전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로 유승민 의원같은 '충성파'들을 낙인찍어 내몰면서 자신의 궁 단속에만 열올렸던 것을 되새겨보면 이것이 얼마나 무망했던 것인지 알 수 있다. 문 전 대표가 자신에게 쏟아지는 '배은의 정치' 비판을 외면한 채 자신의 '대세론' 유지에만 골몰한다면 자칫 천길낭떨어지로 추락할 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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