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들의 10대 공약은 미래 청사진인 동시에 집권 후 평가 기준표다. 실현방안이 바로 서 있지 않으면 유권자의 눈을 가리고, 정부 출범 뒤에도 ‘빈 수레’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공약별 재원조달 방안을 제대로 검증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대부분의 후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에 재원조달 계획을 구체적으로 담지 않았다. 원내정당 후보 5명 중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제외하면, 구체적인 재원조달 계획을 아직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공약이 허공 위로 날아갈 공약(空約)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높은 이유이다.
심 후보는 ‘2호 공약’으로 조세개혁을 내걸고 별도의 세제 손질 방안을 밝혔다. 사회복지세 신설, 법인세율 인상(최고 25%), 소득세율 누진 강화 등이 담겼다. 이를 통해 나머지 공약들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대략적인 재원조달 방안을 밝혔다. 안 후보는 안보(국방비 증액), 과학기술(국가 R&D 예산 조정), 청년 일자리(일자리 관련 예산 조정) 등에서 기초적인 공약 재원조달 방식을 제시했다. 유 후보는 ‘중부담-중복지’ 기조에 맞는 세제개편 방안을 조만간 제시할 계획이다.
그런데 여러 여론조사 상 안철수 후보와 함께 ‘양강(兩强)’으로 분류되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분야별 공약에 소요 비용을 적시했지만 재원 마련 방법은 생략된 경우가 많았다. 세제 개편안 등은 이번 주 중 별도로 밝힐 예정이다. 2012년 대선에 비해 후보들의 복지 공약은 강화됐지만 재원조달 방안은 빈약하고 원론적 수준이라 실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사는 이유이다.
감당 못할 공약이라면 유세 기간이라도 무르는 게 백 번 낫다. 다급한 마음에 앞뒤 재지 않고 쏟아낸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공약들은 선거에 이겨도 정권의 발목을 잡기에 그렇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출범한 역대 정부마다 예외 없이 포퓰리즘 공약을 쏟아냈다. 그런 공약들은 집권 후 감당 못할 부담을 떠안겨 정권의 실패위험을 높였다. 최근 현 정부의 대선 공약 가운데 대표적인 것 두 가지를 꼽으라면 기초연금과 무상보육이 대표적이다. 공약 무르기와 관련해 전형적인 두 가지 유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공약은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 경제 분야는 특히 그렇다. 사실 대통령 후보자들의 공약이 실현 가능한지 검토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전체적인 방향이 올바른지 따져보면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다. 경제 관련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따져보려면 크게 경제 성장과 소득 분배를 어떻게 할 것인지만 살펴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경제 성장과 소득 분배는 서로 모순처럼 보이지만,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항목이다. 대부분 이 두 항목 중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 둘 사이의 균형을 잘 찾는다면 경제성장과 소득 분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후보들의 공약을 제대로 분석하는 유권자들의 시각이 요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