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국가위기 극복엔 '정확한 결단, 냉철한 집행' 필요"

[인터뷰] 4선 중진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장)

가슴 따뜻한 '진보'가 말하는 문재인 정부의 복지 비전은 어떨까...

◇ “문재인 대통령 ‘소통’의 정치 꽃피울 것으로 기대돼”
◇ 13년 국회 보건복지위 ‘외길’...문 대통령 복지공약 골간 제시
◇ "새 정부 하 입각하든 안하든 복지는 국가 최상위 과제“
◇ 5.18정신과 함께 ‘촛불혁명’ 정신은 영원히 계승할 가치

문재인 대통령에 의한 정권교체를 이룬 지 일주일 남짓 넘긴 지난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실에서 만난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의원(천안 병)은 위기의 대한민국호(號)가 다시 새 선장을 세우고 달릴 수 있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며 가슴을 쓸어내리듯 심경을 토로했다.

대한민국이 처한 오늘의 현실이, 너무도 참담하고 절망적인 지를 간파하고 있는 한 정치인으로서, 절망에서 비로소 희망의 순간을 보고있기 때문이란다.

당초 인터뷰 일정을 잡기 전만해도, 대선 후 일각에서 도는 하마평에 기초해, 그의 위상에 걸맞는 신정부 참여 방향 등에 대해 가벼운 질문 정도로 묻고 답하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양 위원장이 우리 사회를 꿰뚫는 시야와 그의 해법, 국가경영에 대한 비전 등이 보태지면서 화두는 좀 묵직한 다른 쪽으로 흘렀다.

우선, 그가 말하는 현대 대한민국의 위기는 크게 두 가지. 그 하나는, '서울의 봄'을 총칼로 짓밟고 민주화의 열망을 파괴한 신군부에 의한 광주사태, 그리고 다른 하나는 9년간의 무능한 보수정권.

앞의 것이 5.18광주민화운동으로 저항한 결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가치를 지켜냈다면, 뒤의 암울한 터널을 밝히며 일어선 촛불혁명이 대한민국호를 통째로 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들 두 가치는 영원히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것이어야 하며, 다시는 훼손돼선 안될 가치라고 그는 굳게 믿는다. 문 대통령이 개헌 헌법에서는 5.18정신계승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라면, 양 위원장으로서는 한발 더 나아가 촛불정신 역시 계승돼야 할 가치로서 충분하다는 인식이다.

"정말이지, 지난 9년간의 보수 정권의 실상을 너무도 잘 아는 정치인 한 사람으로서는 이러다간 '대한민국이 큰일 나겠구나' 하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이것이 국민들께서 촛불을 들고 일어서며 '이게 나라냐'란 구호로 마침내 정권을 무너뜨렸던 것이죠."

그가 말하는 대한민국의 위기는 이미 3년전 세월호가 넘어가면서 상징적으로 다 보여줬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권력층에서만 모른 체 눈감고 있었던지, 알았다면 권력이 직무유기를 한 것이니 국민들이 더 분노했던 것이 아니었냐는 것이다.

그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일시적인 경기 침체나 계층간 사회갈등 정도가 아니다. 사회양극화 문제, 저출산 고령화 문제, 자살문제 등등... 이같은 문제는 어느 순간 세월호처럼 통째로 대한민국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그것이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만든 열린우리당으로부터 시작해 민주당계에서만 내리 4선, 지역구 의원으로 당선돼 오면서 어느새 중진의원 반열에 들어선 양승조 의원은 본래 의정생활 시작은 법사위였다. 변호사 출신이었던 까닭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가 율사 출신이라는 사실을 까마득히 잊고 있는 이가 대부분이다. 법사위에서보다는 보건복지위에서 활동한 기간이 훨씬 길기 때문이다.

최근 한 언론단체로부터 ‘나눔대상’ 수상...가슴 따뜻한 ‘진보’

허구 많은 국회 상임위 가운데 왜 굳이 그는 보다 힘있는 상임위를 마다하고 보건복지위원회를 고집했을까? 국회의원 새황 첫 1년여를 빼고는 15년가까이 스스로 보건복지위를 택했다. 처음 보건복지위에서 활동하다보니 한국사회의 어둔 면을 다 보게 됐고, 그같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서는 다른 상임위로 가고 싶지가 않아서가 첫번째 이유였다.

그리고 복지위 활동을 하면 할 수록, 처참한 생활에 처한 서민들의 모습을 잊을 수 없고, 이것이 마침내 대한민국을 커다란 위기속으로 밀어넣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누구보다도 국가경영의 큰 비전을 갖고, 새로운 정권, 새로운 정부의 탄생을 위해 힘있게 뛰어올 수 있었다고 한다. 이번 문재인 정권탄생은 그에게 여느 정치인들과는 조금은 다른 정치적 의미를 갖는 이유다.

"지난 9년간의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은 흔히 하는 말처럼 있어선 안될 정부였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그 실상을 제대로 안다면요..."

그가 말하는 가장 큰 문제는 이 기간 동안 ‘자산의 양극화’와 ‘소득의 양극화’를 최고로 만든 것이고, 이것들이 여러 사회적 병리현상을 복합적으로 파생시켜 심각한 지경으로 빠져들고 있던 과정 중이었다는 것이다.
즉, 단순히 수치로만 봐도, 지금 대한민국은 OECD국가 가운데 자살률은 15년째 1등이고, 저출산률 역시 15년째 꼴찌다. 청년일자리 부족으로 미래세대가 희망을 포기하는 사회적 빈곤이 원인이다. 오죽하면 과거 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3포 세대'에서, 주택과 인간관계 포기까지 더한 '5포'를 지나, 지금은 여기에다 꿈과 희망마저 포기한 'N포 세대'라고 자조하지 않는가.

청년세대들이 희망을 버리면 우리 사회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 좀 더 자조하자면, 약간의 ‘공시족’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양 위원장은 이번 대선을 위한 경선과정과 본선 과정에서, 남들처럼 화려하게 선대위에서 유세하는 일보다는, 경선룰을 정하고, 선대위 부위원장으로서, 문재인 후보가 내세울 대표적인 복지 공약을 다듬고, 공약집에 반영하는 정책기획단에서 혁혁한 '전과'를 올린 인물로 꼽힌다. 복지위 활동을 하면서 국가위기의 근본 문제를 진단하고, 국민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정책을 담보해내지 못하는 한 어느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희망이 없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렇게 가다간 나라가 망합니다. 국민이 희망을 버리게 됩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은 그래서 단순히 정권교체가 아닌, 나라를 새롭게 개조하는 의미가 된다는 점에서 과거 정권교체와 아주 다릅니다."
배에 작은 구멍이 난 것은 처음에는 무시해도 상관없을 지 몰라도 나중에는 결국 그로 인해 침몰하게 된다는 이치다.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 탈권위적 소통정치로 이해해줬으면...“

"그래서 이번 문재인 대통령은 이같은 문제의식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정확한 결단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는 냉철한 집행력이 수반돼야 합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국민적, 사회적 동의를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고요."

이러한 맥락에서 문 대통령이 집권 초반,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탈 권위적이고, 국민들께 먼저 다가가는 '소통'과 '협치'의 정신을 발휘하는 점을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가 보는 문 대통령 초기 약 열흘간의 행보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기대 이상으로 국민들과 각계 각층에 잘 소통하고 통합의 정치를 발휘하고 있지 않습니까? 일성으로 말한,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59% 국민들도 저의 국민들이십니다'라고 했던 부분을 잊지 않고, 소통해간다면 모든 국민들이 공감하는 대통령으로 자리할 겁니다. 또한 문 대통령의 소탈한 서민적 행보는 탈권위적이고, 가슴 포근하게 다가와 좋지 않나요?“

최고의 국정과제는 나라의 존망이 걸린, '저출산 해소'의 문제

문재인 새 정부 조각과정이 한창인 가운데, 일각에선 보건복지부장관 하마평이 돌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입각제의를 받게 된다면, 나라의 부름에 나아가 그간 복지분야 경륜을 가미한 비전을 정책에 반영해 성공한 정부, 다시 서는 나라를 만드는 일에 혼신을 다해야 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4선 중진으로서 국회내에서 큰 역할을 할 만큼 됐다.

국민의당으로 갈라지기 전,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의 경륜 등 그의 경력과 정치적 비전이 그를 그렇게 연단케 했다고 할 수 있다. 차기 원내대표 등 당내 역학구도 하에서 분명한 역할을 해내겠다는 결기가 발동하는 것을 읽을 수 있다. "정치인은 '권력의지' 크기만큼 크게 돼있다"고 했던 어느 정치인의 말을 빌린다면, 비로소 양 위원장의 '권력의지'가 꿈틀거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어느 쪽이 됐든, 그의 믿음과 소신은 분명했다.

대한민국의 최고의 국정과제는 나라의 존망이 걸린 문제로, 바로 '저출산 해소'문제인데, 이를 주관하는 부처가 보건복지부이고, 보건복지부는 보건복지위원회 소관 기관이라는 점. 보건복지위 상임위원장으로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나라의 미래가 없고, 존속해갈 수 없다는 각오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위한 비전과 정책을 펼 수 있도록 하는데 사력을 다하겠다는 생각뿐이다. 이것이 정치인 양승조에게 던져진 숙명의 과제라는 인식이다.

내친 김에 당초 묻고 싶었던, 질문 한 두가지 보탰다. 원초적인 질문을 앞세웠다.

▶이번 대선 결과와 의미를 정리해본다면?
"이번 대선 결과는 문재인 후보의 당선이자, 역사적인 국민승리의 선거입니다. 촛불대선으로 칭해졌듯이, 국민의 힘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국민이 만들어낸 조기 대선이었지요. 그렇기 때문에 이번 대선 결과는 국민 선택의 화룡점정이었습니다. 한가지 보탠다면, 매 선거때마다 '중원의 표심'이 당락을 결정했던 터라 충청민심 선범경쟁이 치열했는데요, 충청 표심이 역대선거에서 보여준 단순 캐스팅보트 역할이 아닌, 전략적 적극적 투표 경향으로 변해 표출됨으로써 문재인 정부의 탄생에 기였다는 점이라고 하겠습니다."

▶문재인 새 정부의 복지공약에서 드러나듯, 한 해만도 34조 이상의 재원이 마련돼야 하는 등 전반적으로 복지 확대가 현실화한다면, 그만큼 재정지출 압박이 크지 않을까 우려된다. 복지공약의 골격을 만진 입장에서 그에 대한 비전 내지는 대안은 무엇인가?
"복지는 한 사회의 기본적인 인프라 입니다. 산업으로 보자면 고속도로망 같은 것입니다. 도로망 같은 기본 인프라가 없으면 산업이 발전할 수 없듯이, 복지라는 인프라가 없으면 그 사회가 발전할 수 없습니다. 단순 포퓰리즘으로 바라봐선 안될 이유인 것입니다. 출산율 1.17로 OECD 최하위, 청년 실업률 11.2%(117만명)로 지난 1999년 이후 최고치, 30%가 넘는 비정규직 비율, 노인빈곤율 44.7$, 인구 10만명당 자살률 28.7명으로 역시 OECD 국가 중 최하위...이게 오늘날 한국사회의 현실입니다. 게다가 민간 기업들은 투자를 안하고 고용을 줄이고 있습니다. 10대 재벌그룹 상장사의 사내유보금은 2015년 550조원, 2016년 571조원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복지를 확대하지 않고는 국민들의 고통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복지 인프라 확충이 피할 수 있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피할 수 없는 의무의 필수의 문제입니다."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충청권 공약들을 이끌어낸 주역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충청권 공약들, 가령 대전을 4차 산업혁명 특별시로 육성하고, 스마트 융복합 첨단과학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공약,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과 국회분원 설치, 내포 신도시를 환황해권 중심도시로 육성, 중부권 동서횡잔철도 건설, 충북바이오헬스 혁신융합벨트 구축, 청주국제공항의 중부권 거점 공항화, 천안아산KTX 역세권을 R&D집적지구로 조성, 천안역사 신축, 독립기년관까지 수도권전철연장 등 충청권 관련 공약들을 조기에 실현하기 위해 지역 의원님들과 더욱 힘을 합쳐 공약실현에 더 힘쏟겠습니다."

▶최근 한 언론단체로부터 나눔대상을 수상한 것으로 아는데, 평소 지역사회에 대한 나눔 기부활동을 많이 하는 것을 정평이 나있습니다. 각별한 배경이라면?
"대한민국 나눔봉사대상 보건복지부문 최고대상을 수상해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세계는 그 어느때보다 많은 부와 풍족함을 누리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반면, 빈곤으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도 그만큼 많습니다. 저의 기부에 대한 생각은 명료합니다.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고, 가난해서 쓰레기통을 뒤지는 국민이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조금 더 나누고 조금 더 베푸는 문화가 절실합니다. 기부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현하는 구체적이고, 적절한 방법입니다. 개인의 노력도 있겠지만 부와 명예는 혼자서 한다고 얻어지는게 아닙니다. 알게 모르게 남으로부터 사회로부터 도움을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진 자들이 기부문화 실천과 확산에 더욱 힘써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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