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통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른바 ‘비선실세’였던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도피했던 덴마크에서 31일 귀국과 즉시 체포됨으로써 국정농단 사건수사 2막이 올랐다. 특히 이화여대 입학·학사 비리, 삼성그룹의 부당 승마 훈련 지원, 최씨의 국·내외 불법 재산 등 국정농단 수사 수위가 주목된다.

정 씨는 국정농단 사태의 출발점이었던 이화여대 입시 및 학사 비리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그러나 자신에게 제기된 이대 학사비리 의혹에 대해 “학교에서 최경희 전 총장과 류철균 교수를 단 한 번 만난 적 있을 뿐”이라며 “학점은 나도 의아하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씨에게 학점 특혜를 준 혐의(업무방해)를 받는 이인성, 류철균 이대 교수는 오는 2일 1심 선고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대 학사비리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인 데다 정 씨의 송환 직후 열리는 만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그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특검은 앞서 이들에게 각각 징역 3년과 2년을 구형했다.

최씨를 비롯해 최경희 전 이대 총장과 남궁곤 전 이대 입학처장 등 이대 관계자들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상황에서 정씨의 진술이 국정농단 사건 수사나 관련 재판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에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재판을 받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 최 전 총장 등 국정농단 사건 관련자들은 실제 정씨와 연루된 상태다.

앞서 정유라씨를 잠시 챙겼던 케이스포츠재단 노승일 부장은 정씨에 대해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지뢰’ 같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만큼 검찰이 치밀하게 준비한다면 유익한 진술을 얼마든지 받아낼 수 있다는 뜻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이와 관련, 최 씨가 보일 심경변화도 주목된다. 딸의 송환 소식을 접한 최 씨는 최근 재판에서 검찰 측을 바라보며 “애(정유라)를 자꾸 죽이지 말라”며 흥분한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특히 검찰은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표를 던지게 한 대가로 삼성 측이 최씨 모녀를 지원했는지 여부 등에 대해 정씨를 추궁할 계획이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기에 정 씨가 밝힐 말 한마디의 무게가 크다.

검찰이 가볍게 여겨선 안 될 대목은 최씨 일가의 은닉재산이다. 최씨는 독일 현지법인 코어스포츠와 삼성이 용역 거래를 가장한 계약을 체결토록 하고 정씨의 승마에 필요한 금전적인 지원을 받는 등 범죄수익 은닉 규제 및 처벌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최씨의 불법 재산 액수와 환수를 위해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한다.
정씨는 온갖 변명에 심지어 인권, 정치적 피해자까지 거론하며 한국으로의 귀국을 거부했다. 그러나 덴마크 당국이 관련 내용을 충분히 인지한 결과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한국으로 송환된 것이다.

정씨는 이런저런 방법으로 버티면서 박영수 특검팀 수사는 피했지만 이제 더 단호해진 검찰이 정씨를 어떻게 다룰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래저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대표되는 검찰의 책무가 커졌다. 파사현정의 자세로 대한민국의 위상을 떨어트리고, 국민을 부끄럽게 만든 국정농단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가리는 데 힘쓰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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