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통신】 근래 안보 당국 간 혼선을 지켜보는 국민은 불안하고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국방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과정에서 청와대에 부실 보고를 했던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진상조사 지시 이후 국방부가 사드 발사대 4기에 대한 보고를 의도적으로 누락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보고서 초안에는 이미 배치된 2기를 포함해 모두 6기가 반입됐다고 했지만 강독 과정에서 여러 차례 문구가 첨가·삭제되면서 두루뭉술하게 처리됐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사드 발사대 4기 '몰래 반입' 보고 누락과 관련,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을 청와대에 직접 불러 조사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평소 정책 집행 과정의 투명성을 중시해왔다는 점에서 국방부의 잘못된 업무처리는 지적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선뜻 이해하지 못할 일은 국가 안보 문제를 굳이 이렇게까지 대놓고 시시비비 삼아도 되는가 하는 의문이다. 문제의 사드 발사대 6기는 박근혜 정부 때 모두 국내로 반입됐다. 이 가운데 2기는 지난달 26일 경북 성주골프장에 배치됐고, 나머지 4기는 미군 기지에 보관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사실은 당시 언론 보도를 통해 익히 알려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감한 안보 현안인 사드 반입을 놓고 청와대와 국방부가 진실 게임을 벌이는 것은 옳지 않다.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 언급처럼 보고절차에 문제가 있다면 얼마든지 내부적으로 재정비하고 개선해 나가면 되는 문제이지 전·후임 정부 간 갈등처럼 비치는 건 온당한 일이 아니다고 본다.

사드 문제는 새 정부가 당면한 최대 외교안보 현안이다. 자칫 잘못 건드리면 외교 마찰을 초래하는 불씨가 될 수 있다. 사드 배치는 국내 문제가 아니라 미국·중국과도 관련된 최대 외교·안보 현안이다. 당장 이달 말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오해를 살만한 논란거리를 제공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러잖아도 북핵 공조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사드 논란이 더 커진다면 회담 성과를 기대하기는커녕 한미동맹 기조가 의심받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중국 또한 “엄중한 우려를 표한다”며 예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중국은 새 정부가 출범한 뒤 사드 배치 철회를 압박하면서 경제보복 조치를 완화하고 있다.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는 미국이나 철회를 주장하는 중국 입장을 고려할 때 국내에서 우리끼리 소란을 키우게 되면 외교 악재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이처럼 사드 배치라는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할 때 물밑에서 조용히 진상을 먼저 파악한 뒤 조치를 취해도 됐을 텐데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공개적으로 조사부터 지시한 것은 진중하지 못한 태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사드는 미국이 유사시 주한미군 기지 보호 등을 위해 방어 체계를 도입하는 것이다. 투명성도 좋지만, ‘긁어 부스럼’이라고 굳이 전략자산 배치를 공론화해 국내외적으로 일파만파를 일으키는 지 모를 일이다. 물론 박근혜 정부 때부터 사드 배치 과정은 사려 깊지 못했다고 본다.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 러시아 등이 전략 무기를 배치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양해를 구하는 일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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