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통신】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조세 정책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서민 증세’로 비칠 수 있는 정책은 방향을 바꾸거나 시기를 조정하고 있다. 반면에 투기와 편법 상속·증여, 재벌 대기업에 대한 과세에는 단호한 입장이다. 정부가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의 일환으로 추진했던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의 합리적 조정, 일명 에너지 세제개편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또 국민개세주의 차원에서 추진하려던 근로소득 면세자 축소, 현재 종가세인 주세를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안도 중장기 과제로 돌렸다. 경유세와 근로소득 면세자, 주세 등은 모두 서민과 직결된 문제여서 섣불리 올리거나 줄이지 않기로 했다. 국민적 조세저항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정부는 국책연구기관의 용역 결과를 토대로 다음달 초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올가을 국회에 제출할 세제개편안에 관련 내용을 반영할 예정이다. 재정당국이 의뢰한 용역 결과에는 유연탄과 액화천연가스(LNG) 관련 세금 조정도 있지만 단연 논란거리는 경유세 인상 방안이다. 경유 가격을 휘발유의 최소 90%, 최대 125%까지 인상한다는 시나리오다. 10개에 이르는 인상안 모두에 경유세를 올리는 내용이 담겼으니 파장이 작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그러나 조세정의 실현을 위한 세제는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맞다. 고소득 자산가와 재벌 대기업 과세, 탈루소득 과세는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대신 자진신고하면 내야 할 세금에서 7%를 깎아주는 상속·증여 신고세액공제를 3%로 축소하거나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신고세액공제는 10%에서 올해부터 7%로 축소됐다. 3%로 낮아지면 연간 세수가 14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새정부의 공약 이행 재원 마련에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이다.

고액·상습 체납자를 엄벌하길 바란다. 역외탈세의 꼬리를 찾아 새로운 세원으로 삼아야 한다. 정부가 협정을 통해 미국은 물론 영국령 조세피난처 국가들의 금융계좌정보도 얻을 수 있게 돼 숨은 돈 찾기의 실효성도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기대를 하게 한다. 사실 역외탈세는 지난 2009년 4월 런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단호한 척결 의지를 확인하는 등 이미 국제적으로 그 심각성이 크게 부각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주요국의 재정 악화 우려가 계기가 됐다.

국내 기업들도 이번에 주요 타깃으로 드러난 것처럼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탈세나 비자금을 운영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근과 채찍으로 기업 윤리와 조세 정의를 확립하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 해외로의 역외 탈세는 국부(國富) 유출이어서 엄한 징벌이 요구된다. 새 정부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정의 확립에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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