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통신】 문재인 정부가 ‘부자증세’ 방침을 공식화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29일 대기업과 대주주, 고소득자, 자산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 이른바 ‘부자증세’ 도입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새 정부의 조세정의 실현과 공평과세 국정 철학을 명확히 하기 중산·서민층에 대한 세제지원은 지속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새 정부의 조세개혁 방안을 넘어 문재인 정부 경제의 핵심을 천명한 셈이다.

부자증세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사회지도층과 일반 국민의 재산 격차가 해마다 커지고 있는 게 잘 보여주고 있다. ‘2017년 정기 재산변동 공개’ 내역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국회의원과 행정부 1급 이상 고위공직자, 고등법원 부장 이상 법관과 헌법재판관 등 2,276명의 평균 순자산(보유자산-부채)은 17억3,800만 원이었다. 전년(16억2,400만 원)보다 7%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일반가구 평균 순자산은 2억9,5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3.8% 느는 데 그쳤다. 그 결과 이들 사회지도층과 일반국민의 재산격차는 2015년 5.60배에서 지난해 5.71배, 올해 5.89배로 커지고 있다. 사회지도층을 대하는 일반 국민의 상대적 박탈감이 해가 갈수록 커지는 현실에서 국민통합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현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소득을 늘려 경제성장을 꾀하는 것)을 내걸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 연간 36조원이 소요되기에 세수 확보에 힘써야 한다. 이 가운데 국세청이 조달해야 하는 금액이 연간 5조9,000억원 안팎이다. 과세 인프라를 확충함으로써 ‘세금 그물망’을 최대한 촘촘하게 만드는 게 시급하다. 대기업과 고액 자산가의 편법 상속ㆍ증여, 역외 탈세 등 지능적 탈세 행위에 국세청의 역량이 집중돼야 한다.

그러나 세법 개정 등 증세 없이 연간 6조원에 가까운 세수를 추가로 확보하는 구상엔 회의적 시각도 없잖다. 과세 인프라 확충이나 성실신고지원을 이전 정부에서도 시행했던 것이다. 증세를 위한 법을 고쳐 세금을 더 걷는 게 불가피하다는 뒷받침이다.

부자 증세 못잖게 면세자 축소도 병행해야 복지비용 충당 등 안정적 재원 확보가 가능함을 직시해야겠다. 근로자의 절반이 세금을 내지 않는데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증세 명분이 약한 것이다. 소득세 최고세율을 현재 40%에서 42%로 올리고, 최고세율 적용 과표구간을 5억원 이상에서 3억원 이상으로 넓히는 내용을 긍정 검토해야 한다.

세법을 고칠 때는 세율과 세수 구조를 전반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6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근로소득세 신고대상 1733만명 중 810만명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면세자 비율이 46.8%로 절반에 가깝다. 연소득 5000만~6000만원 소득자도 면세자 비율이 6.1%이며, 연봉 1억원 이상인 면세자도 1441명이나 됐다.

영국의 소득세 면세자 비율은 2.9%(2015년)이며 일본(15.4%·2014년), 독일(16.4%·2012년) 등도 우리보다 월등히 낮다. 이들이 면세자 비율을 낮게 유지하는 것은 서민보호 의지가 우리보다 박약해서가 아니다. 면세를 통해 저소득층에 경제적 혜택을 주는 것보다 소액이라도 세금을 내게 하는 것이 몇 배 더 가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공평과세를 통한 조세정의를 실현하는 길임을 인식케 하는 게 온당한 조세 원칙이다. 물론 세법 개정은 전문가 토론회 등을 통한 국민 공감대를 넓힌 뒤 시행하는 게 순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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