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울뉴스통신】 강재규 기자 = 북한은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인 지난 2006년부터 3~4년 단위로 꾸준히 핵실험을 해왔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미국 등 국제사회는 대북(對北) 세컨더리 보이콧 등의 제재카드를 내세웠지만 북한은 아랑곳않고 핵개발과 실험을 이어왔다.

그리고 그 '도발'의 주기는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지 3주만에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며 한반도의 긴장감을 조성한 것은 물론, 남한의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국정공백과 조기대선으로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 출범을 전후해서는 '축포' 시위라도 하듯 도발을 계속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불과 한달 사이에 '보란듯이' 5차례나 시험발사했다. 지난 4월 이후 10일 안팎의 간격으로 계속 시험발사해왔다. 북은 그간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엔진을 장착한, 장거리 북극성2형 미사일 발사외에도 대잠함 미사일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아왔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거듭하는 것은 주한미군 사드(THAAD)배치에 반발하는 동시에 미군 항모전단의 한국인근해역 배치에 '경고성'이 짙은 것으로 보인다는게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하자 마자 숨고를 틈도 없이 북한은 지난 7월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고도 2800km에 직선거리 500km 이상을 비행한 것으로 분석됐었다.

북한은 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시험발사가 모든 기술적 특성을 최종 확증하는 데 목적을 두고 진행했으며, 이 탄도미사일에는 대형 중량의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다고 떠들어댔었다. 이 자리에는 김정은 노동당 국무위원이 직접 참석, 발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게다가 지난 7월 28일 밤,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 '화성-14형' 2차 발사를 감행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급변화가 감지됐다.

문 대통령은 이튿날 새벽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면서, "우리가 독자적으로 대북제재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면서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를 추가 배치하라고 지시했다.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에 대화와 협상을 강조하던 정부가 기존과 확연히 다른 강경한 입장을 표한 것이다.

전세계적 위협이 되고 있는 북한 핵 탄두미사일 발사 문제는 대화를 시도하려는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정부에 최대의 현안이 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급기야, 북한이 미국마저 '사정권'에 있음을 공언하고 나서면서 미국 사회를 흔들기 시작했다.

미-북 간의 설전이 위험수위를 압박하는 단계다. 이른바 선전포고 같은 '말 폭탄'을 2시간 30분 사이에 주고받았다.

지난 9일 북한 전략군이 대변인 성명을 통해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호’로 미국 태평양 군사기지가 있는 괌을 향해 포격할 수 있다고 위협한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미국 괌을 포위사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조선중앙방송이 10일 보도했다.

김락겸 북한전략군 사령관은 "이미 천명한 바와 같이 우리 전략군은 괌의 주요 미국 군사기지들을 제압·견제하고 미국에 엄중한 경고 신호를 보내기 위해 IRBM '화성-12'형 4발의 동시 발사로 진행하는 괌 포위사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발사하는 '화성-12'는 일본의 시마네현ㆍ히로시마현ㆍ고치현 상공을 통과하고, 사거리 3356.7㎞를 1065초간 비행한 후 괌도 주변 30∼40㎞ 해상 수역에 탄착 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에 촉발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을 향해 "지금껏 전 세계가 본 적 없는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솔직히 말해 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핵을 탑재한 ICBM을 완성해서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단계가 되면 '전 세계가 본 적 없는 무력'을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때에 맞춰 NBC 등 미국의 일부 언론은 "美,트럼프 승인하면 B-1B폭격기로 北 미사일기지 선제타격" 제하의 보도가 나오면서 더욱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켰다.

모양이 백조와 흡사해 '죽음의 백조'라는 별명을 가진 B-1B '랜서' 편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기 시작한 5월 말 이후 지금까지 북한 미사일 기지 선제타격을 상정, 모두 11차례의 연습 출격 임무를 수행했다고 이 방송은 전하기도 했다.

B-1B '랜서'는 미국의 기존 B-52, B-2 '스피릿'과 함께 미국의 3대 전략폭격기로, 적지를 융단폭격할 수 있는 가공할 파괴력을 갖춰, 최대 탑재량이 B-52와 B-2보다 많아 기체 내부는 34t, 날개를 포함한 외부는 27t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대속도가 마하 1.2로, B-52(시속 957㎞), B-2(마하 0.9)보다 빨라 유사시 괌 기지에서 이륙해 2시간이면 한반도에서 작전을 펼 수 있어 고속으로 적 전투기를 따돌리고 폭탄을 투하하는 데 최적화된 폭격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미국과 북한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환율과 금값이 급등하고, 주식은 추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미국의 단독 의사결정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데다 아직은 북 미사일 발사의 영향이 제한적이긴 하지만 외국 출자자들의 이탈, 곧 '셀 코리아' 조짐도 완전 배제할 순 없다. 금융당국은 한반도 정세가 불안한 만큼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북한 리스크가 부각된 지난 9일과 10일 이틀 동안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6.9원이나 급등해 1142.0원까지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이 114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달 12일 1145.1원(종가 기준)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값도 이틀동안 크게 올랐다.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서 1g당 금 가격은 지난 9일 490원(1.07%) 오른 데 이어 10일에는 630원(1.37%) 급등해 4만6780원까지 치솟았다.
북한은 전날 '괌 타격' 가능성을 언급한 데 이어 구체적인 타격 시나리오를 공개하며 위협 수위를 높여가고 있을 즈음, 내국인과 외국인들의 불안심리를 완화할 필요성을 느낀 정부가 즉각 청와대 발표를 통해

그럼에도 대표적인 위험자산인 코스피지수는 지난 9일 26.34포인트(1.10%) 급락한 데 이어 10일에도 8.92포인트(0.38%) 밀려 2359.47포인트까지 떨어졌다.

특히 외국인은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재현되자 국내 주식을 급격히 처분하는 모습이다. 이틀동안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4800억원 가량을 순매도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미국과 북한 사이의 갈등 구도가 단기간에 해결될 여지가 낮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분간 금융시장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이 커지면, 금융당국의 모니터링 기능이 바삐 돌아간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비상대응계획에 따라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현재는 우리나라에 대한 신용 위험을 가늠할 수 있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과 환율, 외국인 주식채권 동향을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9일 "지금 한은의 가장 큰 관심은 북핵 위험(리스크)에 따른 영향"이라며 "북핵 관련 리스크가 어떻게 진행되고 이것이 금융시장과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 상당한 경각심을 갖고 비상한 각오로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며 사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시장안정화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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