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박성진은 박성진...김명수는 김명수"

【서울=서울뉴스통신】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인준안 부결처리에 이어, 김명수 대법원장 국회 인준을 앞두고 이른바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를 맞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7일 김명수 대법관 후보자 인준과 관련, "사법부 새 수장 선임은 각 정당의 이해관계로 미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민주주의 요체인 입법·사법·행정 3권 분립의 관점에서 봐주시길 바란다"며 외유에 앞서 간곡히 당부하는 모습이었다.

18일 유엔 총회 참석 차 미국을 방문하는 대통령이 출국을 하루 앞두고 김명수 대법원장 인준이 몹시 마음에 걸린다는 얘기다.

현 대법원장 임기는 오는 24일 끝난다. 그 전에 새로운 대법원장 선임 절차가 끝나지 않으면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라는 헌정사상 초유 사태가 벌어지는 것은 자명한 일.

문 대통령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대독한 입장문에서 "3권 분립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사법부 수장을 상대로 하는 인준절차에 예의와 품위가 지켜지는 것도 중요하다"라며 "인준 권한을 가진 국회가 사정을 두루 살펴 사법부 수장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해주시기 바란다"라며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상황이 매우 엄중하며, 유엔총회장으로 향하는 제 발걸음은 한없이 무겁다"라며 "하지만 국제 외교 무대에서 한국의 이익을 지키고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어느 때보다 노력하겠으며, 국제사회가 우리와 함께 평화적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게 설득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대법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준 문제도 제 발걸음 무겁게 한다"며 "그동안 국회와의 원활한 소통에 노력했지만 부족했던 것 같아 발걸음이 더 무겁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엔총회를 마치고 돌아오면 각 당 대표를 모시겠다"라며 "국가안보와 현안 해결을 위해 논의하고 협력을 구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이틀 전에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회에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호소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를 설득하러 가야 하지만, 대법원장 국회 인준 문제가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는 심경을 드러낸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취임과 함께 국민소통에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였던 것과 달리 이후 문 대통령이 소통 노력이 부족했다는 일부 주장도 없지 않다.

이 부분과 관련, 문 대통령 자신도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건도 그렇고 여러 가지 국회에서 진행돼야 할 절차들이 진행되지 못한 것에 대통령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11일 인준이 부결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건에서 보았듯, 당시 청와대 첫 반응이 "(부결은) 상상도 못했다"는 것이었던 것을 보면, 그 충격이 적지않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고, 때문에 이번 대법원장 인준에서는 대통령 추천 인사의 잇단 낙마로 인해 대통령 인사권의 훼손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진다.

당시 청와대와 여권이 너무 안이했다는 야권의 지적에 대해서도 겸허히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처지였다.

대통령의 인사권이야 말로 실질적인 대통령의 최고 권위의 일부로 인식되는 만큼 잦은 훼손은 그만큼 권력누수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때문에 문 대통령은 외유직전 대야 정치권에 대한 호소와 함께 "유엔총회를 마치고 돌아오면 각 당 대표를 모시 국가안보와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해 논의하고 협력을 구하겠다"는 입장을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의 입을 통해 밝히며 한껏 자세를 낮추는 모습이다.

이에 반해, 야권 일각에서는 인사청문과정에서 "(낙마한) 박성진은 박성진이고, 김명수는 김명수다"며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의 중도사퇴와 무관하게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해서도 따지고 표결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어 쉽사리 야권의 협조를 이끌어내기는 간단치 않아 보인다.

헌재와 대법원이라고 하는 양대 사법부 수장 공백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청와대와 정치권의 샅바싸움 속에 문 대통령과 여권의 정치력이 새로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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