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미(아코디언)<사진=경기도문화의전당 제공>
【용인=서울뉴스통신】 최영석 기자 = 가요 ‘목포의 눈물’, ‘오빠는 풍각쟁이’, 영화 <해어화>, <아가씨>,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1930년대 문화예술을 소환하고 있다는 점. 최근 들어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잇달아 발표되며 1930년대가 하나의 문화예술 트렌드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경기도문화의전당 국악당(이하 경기도국악당)은 28일, 30년대를 주름잡았던 5인의 매혹적인 여가수들을 조명하는 공연 <윤중강과 함께하는 트로트에서 아리랑까지>(이하 <트로트에서 아리랑까지>)를 선보인다.

서양문화가 밀려들어오던 1930년대는 태평양 전쟁으로 예술 활동이 억압받았던 1940년대와 달리 전통 음악과 서양음악이 만나 왕성한 활동이 이루어졌던 문화예술 부흥기였다. 조선시대를 지나며 무르익은 국악과 신민요, 트로트, 재즈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공존했던 30년대의 음악은 오늘날 대중음악의 시발점으로 일컬어진다.

<트로트에서 아리랑까지>는 이처럼 화려했던 30년대를 무대삼아 전성기를 누린 5인의 조선가희(朝鮮歌姬) 이난영, 박향림, 왕수복, 선우일선, 이화자의 삶과 음악을 조명한다. 특히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 박향림의 ‘오빠는 풍각쟁이’는 현대를 살아가는 대중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사랑받고 있다.

당대 최고의 음반사 “오케 레코드”의 전속 가수 이난영(1916~1946)은 ‘목포의 눈물’로 가왕(歌王)이라 불릴 정도의 높은 인기를 누렸다. 오카 란코라는 이름으로 일본에서 음반을 발표하기도 했다. 독특한 목소리와 탁월한 기교를 가졌던 박향림(1921~1946)은 동시대 여가수들 중 가장 도시적이고 발랄한 분위기의 노래를 불렀다고 평가받는다.

‘오빠는 풍각쟁이’, ‘전화 일기’ 등의 명곡을 남겼으나 산후병으로 24세의 나이에 요절한다. 소설가 이효석의 연인으로도 유명한 왕수복(1917~2003)은 최초 기생 출신 대중가요 가수로 데뷔해 1935년 잡지 '삼천리'가 실시한 인기투표에서 이난영, 선우일선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인기스타였다. 신민요 가수 선우일선(1918~1990)은 왕수복과 함께 평양기생학교 출신 가수로 쌍벽을 이루는 인기를 얻었다. 하늘나라의 옥퉁소 소리처럼 아름답고 청아한 목소리라는 평을 받았다. 이화자(1918~1950)는 1938년 오케 레코드사에서 거액을 받고 전속 가수가 되어 ‘어머니 전상서’로 십만 장 판매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서로 치열한 라이벌이자 때로는 동반자였던 이 여가수들은 코믹송에서 재즈송까지 두루 섭렵하며 전통과 현대의 가교 역할을 했다.

<트로트에서 아리랑까지>는 국악평론가 윤중강의 진행으로 30년대의 영상과 복각음반, 라이브 재현무대를 선보이며 그 시절의 삶과 음악을 훑어 내린다. 공중파 라디오프로그램 <흥겨운 마당>의 진행자이자 ‘국악평론가 1호’ 윤중강은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1930년대 음악과 역사 이야기를 재미나게 들려줄 예정이다. 하지아(노래), 김민지(노래), 미미(아코디언), 노경진(기타)은 조선가희(朝鮮歌姬) 5인의 음악을 재현하여 관객들을 30년대로 인도한다.

국악평론가 윤중강은 “단군 이래 지금까지 1930년대 사람들 만큼 도제나 집단에 영향을 받지 않은 이들이 없었으며, 그들은 사고(思考)도 자유로웠다”며 “시대-노래-사람이 어우러진 공연이 될 것이다”라고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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