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만성질환자, 독감 후 합병증 위험 높은 폐렴 주의

【서울=서울뉴스통신】 박태선 기자 = 계절을 앞질러 이른 추위가 찾아오고 있어 겨울철 건강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10월 말부터 기온이 떨어지고 평년보다 추운 날씨를 기록했으며, 경기도 북부, 강원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기도 했다. 갑작스럽게 기온이 변화하면 면역력이 떨어져 호흡기 질환에 걸리기 쉽다. 특히 겨울철 대표적인 호흡기 질환인 독감, 폐렴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어 예방법을 알아보고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최장 기간 유행한 독감, 매년 유행 균주 달라 올해도 예방접종 챙겨야= 지난 겨울에는 초등학생 및 청소년에서 독감이 크게 유행하면서 역대 최장 기간의 독감 유행 주의보(176일) 를 기록한 만큼 독감 예방법에 대한 관심이 높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호흡기를 통해 감염돼 생기는 질환이며, 감염자가 기침 또는 재채기를 할 때 공기 중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돼 다른 사람에게 감염된다. 독감은 감기와 초기 증상이 비슷해 ‘독한 감기’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독감은 상기도 증상이 두드러지는 감기와 달리 전신에서 심한 근육통이 나타나며, 폐렴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증상 외 예방법도 독감과 감기에는 차이가 있다. 감기는 유발하는 바이러스가 200여 가지로 많지만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예방접종을 통해 70~90% 예방할 수 있다. 단,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 매년 유행하는 균주가 달라 매년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유행할 독감 바이러스를 예측해 결과를 발표하고 있으며, 올해는 A형 중 H1N1형과 H3N2형, B형 중 빅토리아형과 야마가타형이 유행할 전망이다. 정부에서는 59개월 이하 영유아와 만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A형 2종와 B형 1종에 대한 예방효과가 있는 3가 인플루엔자 백신의 접종을 무료 지원하고 있다.

◇독감의 흔한 합병증 폐렴, 독감보다 사망률 80배 이상 높아= 독감이 유행하는 겨울철 환자 수가 증가하는 또 다른 호흡기 질환은 폐렴이다. 독감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 악화되면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데 가장 흔한 합병증이 폐렴이다. 독감은 대개 2~5일에 걸쳐 호전되고 대부분 1주 이내 회복되기 때문에 독감에 걸린 뒤 기침이나 고열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누런 가래, 호흡 곤란 등 독감 증상 외의 이상 증상이 발생한다면 폐렴을 의심해봐야 한다.

독감과 폐렴의 가장 큰 차이는 사망 위험이다. 독감으로 인한 사망률은 높지 않지만 폐렴에 걸리게 될 경우 사망률이 80.5배 높아진다. 폐렴은 2016년 국내 사망원인 4위의 질환으로 독감의 사망률은 10만명 당 0.4명이었으나 폐렴은 10만명 당 32.2명에 달했다. 또한, 폐렴은 사망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중증으로 악화돼 입원하는 경우가 많아 치료비 부담 역시 독감에 비해 크다. 2016년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폐렴의 입원환자는 독감 대비 2배 이상 많았으며, 진료비 부담은 4배 이상 높았다.

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김재열 교수는 “독감의 경우 지난해 크게 유행해 예방접종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지만 폐렴은 그 위험성에 비해 아직 예방접종에 대한 관심이 낮은 편”이라며 “폐렴은 겨울철 증가하는 대표적인 호흡기 질환으로 독감보다 사망 위험이 높고 치료비 부담도 큰 만큼 예방접종 등을 통해 사전에 질환의 발병 가능성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표1] 독감 대비 폐렴의 질병부담 비교(2016년 기준)

◇고령자 및 만성질환자 독감 합병증 위험↑…WHO 독감 유행 시기 폐렴구균 백신 접종 권고= 폐렴도 독감과 같이 백신을 통해 일부 원인균을 예방할 수 있다. 2015년 85,000명을 대상으로 병원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감염되는 지역사회 획득성 폐렴 예방에 대한 13가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의 효능을 확인하고자 임상 연구를 진행한 결과, 13가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 접종군에서 폐렴의 첫 발병률이 위약투여군 대비 45.6% 적게 나타났다. WHO에서도 독감 합병증인 폐렴의 위험성을 고려해 독감 유행 시기에 인플루엔자 백신뿐만 아니라 폐렴구균 백신도 접종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고령자나 만성질환자 등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 독감에 걸리면 폐렴과 같은 합병증에 걸리기 쉽기 때문에 겨울철에 대비해 인플루엔자 백신뿐만 아니라 폐렴구균 백신도 접종하는 것이 좋다. 국내 전문가들도 65세 이상 성인, 혹은 18세 이상 당뇨병, 만성폐질환 등 만성질환자와 면역저하자에게 인플루엔자 백신과 폐렴구균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50세 이상 성인부터는 3가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시 13가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을 동시 접종할 수 있음을 고려하면18 보다 효율적으로 겨울철 호흡기 질환에 대비할 수 있다.

김재열 교수는 “고령자뿐만 아니라 당뇨병, 만성폐쇄성폐질환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면역력이 약해 폐렴에 걸리기 쉬워 철저한 예방접종이 필요하다”며 “연령이나 백신의 종류에 따라 독감 백신과 폐렴구균 백신의 동시접종도 가능한 만큼 주치의와 예방접종 스케줄을 상의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매년 접종이 필요한 독감 백신과 달리 폐렴구균 백신은 종류별로 1~2회만 접종하면 된다. 성인이 접종할 수 있는 폐렴구균 백신에는 13가 단백접합백신(PCV13)과 23가 다당질 백신(PPSV23)이 있는데 PCV13은 1회 접종으로 13가지 혈청형(1, 3, 4, 5, 6A, 6B, 7F, 9V, 14, 18C, 19A, 19F, 23F)에 의한 폐렴구균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PPSV23은 65세 이후 1회 접종하는데 65세 이전에 접종했을 경우 5년 뒤 추가 1회 접종해야 한다. 대한감염학회에서는 만 18세~64세의 만성질환자 및 면역저하자, 기존 접종이력이 없는 65세 이상 만성질환자라면 PCV13을 우선 접종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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