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같은 이야기' 세상에 떠들썩 '무혐의' 나기까지

▲ 고 김광석 부인 서해순 씨가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이상호 기자 감독 영화 '김광석'이 불 지펴... 딸 서연양 10년 전 사망 알려지자 의혹 증폭

【서울=서울뉴스통신】 가수 고 김광석의 부인 서해순씨가 지난달 12일 딸 서연 양의 사망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기 위해 피고발인 신분으로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했다.

그에 앞서 서 씨는 사건 증폭과 함께 현재 거주하고 있다는 미국 하와이에서 급거 귀국, JTBC 케이블방송에 뉴스 앵커 대담 프로그램에 직접 출연했다. 국민의 눈과 귀를 온통 집중시켰었다.

'혹시라고 이 여인이 부녀 타살사건의 연루자...' 하는 의혹의 눈길을 받으면서였다.

하지만 사건은 10일, 경찰에 의해 '무혐의'로 종결됐다. 워낙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던 사건인 만큼 의혹제기로부터 종결까지 사건을 되짚어본다.

사건은 21년 전으로 거슬로 올라간다. 지난 1996년 1월 6일 가수 김광석 씨는 갑작스런 죽음을 맞는다. 당시, 고 김광석씨의 4개 음반 판권 등 저작권은 김광석 부친과 부인 서해순씨가 합의서를 작성, 부친이 갖는 것으로 했다. 이후 딸 서연양에게 양도하기로 했다.

그런데, 김 씨의 부친이 2004년 사망하자, 고 광석 씨 모친과 형 김광복씨가 부친이 유언을 통해 모든 권리를 넘겨받았다며 '합의무효' 소송을 제기했으나 모친 측에서 일부 승소판결받는데 그쳤다.

그러다 그로부터 3년 뒤인 2007년 12월 23일, 서영 양마저 사망했는데, 당시 부검의는 "폐질환 원인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이며, 혈액에서 감기약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이 사건은, 사망한 가수 김광석(1964~1996)씨가 타살됐다는 논란을 김씨의 죽음을 다룬 영화 '김광석'이 지난 8월 말 개봉되면서 다시 불지펴졌다.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가 감독한 이 영화는 김씨가 타살로 생을 마감했다며 부인 서해순씨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영화는 부검의가 자살로 결론 내린 김씨의 사망이 사실은 타살일 수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당연히 인터넷 공간을 중심으로 한 여론은 '메모광인 김씨가 왜 유서도 남기지 않고 목숨을 끊었는지', '전과 13범이라는 서씨의 오빠와 함께 일을 꾸민 것은 아닌지', '왜 119를 늦게 불렀는지' 등의 의혹이 이어졌고, 김광석씨의 딸 서연양의 죽음으로 비화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추론과 의혹이 퍼져나갔다.

정치권에서도 "살해 의혹이 있는 변사 사건의 경우 공소시효와 상관없이 재수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의 '일명 김광석법'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이상호 기자와 고 김광석 형 광복씨 등은 서울 중앙지검에 서해순씨를 유기치사 및 사기혐의로 고소고발, 서씨가 딸 서연양을 방치해 숨지게 하고 저작권 소송 과정에서 딸의 죽음을 숨겨 유리한 조정을 했다는 취지였다.

김 씨의 음원 저작권을 상속받은 외동딸 서연양이 10년 전에 사망했다는 사실과 서 씨의 행적들이 거론되면서 재산권문제로 번져가는 듯했다. 서씨 역시 여론의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여론은 미국에 있다던 서연양의 죽음에 대해 친가와 외가 모두 몰랐을 뿐 아니라 당시 서씨가 시댁과 저작권 관련 법적 다툼을 진행 중이었는데도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사망 사실을 숨긴 것은 소송에서 이기기 위한 기망이라며 서 씨를 흔들었다.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지난 9월21일 서연양이 이미 10년 전에 급성페렴으로 숨졌다는 사실을 밝히자 이 기자와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 등은 서울중앙지검에 서씨를 상대로 고소·고발장을 접수했다.

서연양의 사망과 이에 대한 경찰 발표, 병원 진료 기록 검토와 재조사 등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이 기자는 기자회견에서 서씨를 '악마'라고까지 지칭했다.

검찰은 9월22일 사건을 서울 중부경찰서에 내려보냈고, 서울경찰청은 검찰에 수사인력이 풍부한 광역수사대에서 수사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해 사건은 23일 광수대로 이첩됐다.

서 씨는 지난달 9월25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딸의 죽음과 관련한 이야기를 할 경황이 없었다"며 "형제들과 사이도 안 좋았고 소송이 안 끝나서 힘들었다. 알린다는 것이 겁도 났고 기회가 되면 알리려고 했었다"고 주장했다.

딸의 사망을 왜 10년 동안이나 말하지 않았느냐는 앵커 질문엔 "힘든 상황이라 미국에 갔는데 항상 외국에 나가 있으니 특별히 저에게 관심을 가져준 적도 없었다"며 "시댁에서도 (서연이를) 한번도 찾지 않았고 안부도 묻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경황이 없었다"는 답변은 경우에 따라서는 납득이 가지만, 의혹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왜 자식의 죽음 이야기를 하는데 돈 얘기만 하느냐", "경황이 없었다는 말로 모든 말을 대신하느냐" 등 서씨에 대한 비난 여론은 들끓었다.

이후 잠잠해가는 듯하던 이 사건은 10일 경찰이 서 씨의 '유기치사·소송사기' 혐의에 대해 무혐의로 결론을 내리면서 일단 종결될 상황이 돼버렸다.

경찰은 김씨의 친형 광복씨, 이 기자, 서씨 등을 차례로 불러 조사했지만 이렇다 할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고의로 유기한 증거를 찾지 못했고 양육 과정에서 서씨의 방치 정황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찰은 서연 양이 기존에 앓고 있던 희소병 탓에 폐렴이 빠르게 번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료진의 자문을 받아들였다.

경찰이 언론 브리핑을 통해 "정신 지체와 신체 변형을 유발하는 '가부키 증후군'이 있을 경우 면역력이 일반인보다 떨어질 수 있다"며 "폐렴이 일반인보다 급속도로 번질 수 있다는 전문의들의 소견이 모아졌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경찰은 또 서씨가 양육 과정에서 딸을 방치했다는 정황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서연양의 유전질환 검사와 치료를 위해서 지속적으로 국내·외 병원 진단을 받기 위해 서 씨가 노력해왔고 생활기록부 등 학교기록과 교사, 학교 친구와 학부모 진술, 일기장, 휴대폰 문자 내용 등이 이를 뒷받침 한다는 게 경찰의 근거다.

학교와 서씨 집 등·하교시 거리가 왕복 80㎞인데 결석이 없었던 것은 서 씨가 직접 등·하교시켰던 때문이란 얘기다.

경찰은 이와 함께 사기 혐의에 대해서도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서연양의 생존 여부가 지적재산권 판결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의혹의 하나였던, 서연양의 사망에 대한 법원 고지 문제에 관련해서도, 서씨가 법원에 고지해야 할 의무도 없다고 봤다.

서연 양 사망 당시 소송대리인이 선임돼 있어 절차가 그대로 진행될 수 있었고 상속인인 서씨는 따로 소송절차에 대한 승계 신청을 할 필요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날 경찰의 무혐의 처분이 나오자, 그간 수세에 몰렸던 서씨는 대대적인 반격에 나선 모양새다. '석궁 테러' 사건 재판을 다룬 영화 '부러진 화살'에서 김명호 전 성균관대학교 교수를 변호했던 '박준'의 실제 모델인 박훈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상호 기자와 김광석 씨의 형 광복씨를 상대로 무고죄 및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의혹을 제기한 국회의원과 각종 언론에 대해서도 적절한 법적 조치를 다음 주 내로 취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박 변호사는 "이 기자와 광복씨, 사실 확인 없이 부화뇌동한 국회의원, 각종 언론에 대해 적절한 법적 조치를 다음주 내로 할 것"이라며 "광복씨의 무리한 주장을 이 기자가 아무런 검증 없이 나팔을 불면서 서씨를 연쇄 살인범으로 몬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경찰의 판단이 나왔다고 해서 모든 상황이 종결됐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김광복 씨는 "서해순을 용서한 건 아니다"라면서 "무혐의종결이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고, 벌은 하늘이 내리는 것이라 생각하려 한다"고 심경을 밝힌 것에서도 읽혀진다.

이상호 기자 역시, 경찰수사 발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포기하지 않겠다"며 "이번 영화를 시작으로 남은 검찰 수사를 지켜보며 끝까지 취재하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이처럼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혐의없음' 결론에 대한 2라운드 법정공방이 세간의 이목을 다시금 끌어들이며 길고 긴 싸움으로 번져갈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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