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해와의 새해 점심에서 밝혀…방송국 코미디프로그램 실종 · 코미디언들의 경제적 어려움 토로

▲ 엄 협회장(왼쪽에서 4번째)과 협회 임원들이 원로 고문인 국민 MC 송해씨에게 새배인사를 한 후, 각 5만원씩 받은 세뱃돈을 자랑하고 있다. 코미디언 변아영, 김정한, 이덕재, 엄용수, 김찬, 송해, 이용근씨.(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18년 동안 코미디언협회 협회장으로 활동·김대중 전 대통령 모창 '인간복사기' 엄용수

【서울=서울뉴스통신】 이상숙 기자 = "코미디언 등록 협회원 780여 명 중, 방송에 출연하는 회원은 180명에 불과합니다. 그 말은 600명의 코미디언이 실업자라는 얘기죠." 엄용수 한국방송 코미디언협회장이 새해 아침, 우울한 코미디업계의 현실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한때 TV브라운관을 통해 이름을 화려하게 날렸어도, 벌어놓은 돈이 없으면 생을 비참하게 마감하는 코미디언들이 대부분이다. 찜질방을 전전하기도 하고, 외상으로 장례를 치른 경우도 있다고 했다. 찰리채플린이 말했듯이 인생이라는 것은 멀리서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에 꼭 맞아 보인다.

엄 협회장과 협회 임원들이 최근 원로 고문인 국민 MC 송해씨의 낙원동 사무실로 새배 방문을 했다. 참석자는 사무총장 이용근, 여성총장 변아영, 사무차장 김찬, 사무처원 이덕재(아이스맨)씨 등이다.

엄 협회장(왼쪽에서 3번째)을 비롯한 코미디언 협회 회원 6명이 송해씨와 함께 '새해 점심'을 나누기위해 자리를 함께 했다. 코미디언 김정한, 이용근, 엄용수, 송해, 변아영, 김찬, 이덕재, 매니저 박노일씨.(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협회 후배들에게 세배를 받은 송해씨는 새해 덕담을 하며 세뱃돈을 각각 5만원씩 나눠주었다. 이들은 인사동의 한 식당에 자리잡고 앉아 새해 점심을 같이했다. 송해씨는 이 자리에서 “SBS TV와 MBC TV에는 코미디프로그램이 없다. 프로그램 시청률이 2%밖에 안 나온다고 모두 폐지했다. 방송에서 퇴출된 코미디프로그램들을 되살릴 수 있는 방안을 다 같이 연구해야 한다.”면서 운을 뗐다. '외국 나가기' 등 코미디 프로그램의 탈을 쓴 국적불명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송 풍토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새해 화제는 자연스레 코미디언들의 처우와 일자리에 관련한 내용으로 이어졌다. 특히 이들은 지난해 스탠딩 코미디 프로그램인 SBS TV ‘웃찾사(웃음을 찾는 사람들)’가 종영되면서, 100명 넘는 코미디언들이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 점을 걱정했다. "프로그램 시청률 성적이 저조한 것은 방송 환경이나 편성 혹은 관리 문제 등에 복합적인 요인이 존재합니다. 그런데도 코미디언들만 실직자가 되는 피해를 입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방송국이 공기로서 정통 코미디언 프로그램의 부활을 검토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라고 이구동성 한 목소리를 냈다.

엄용수 협회장은 “매년 코미디언 데뷔는 공채, 특채 등을 합쳐 100명 정도가 나옵니다. 그 중 서너 명만 살아남아요. 출연자들은 방송사가 높은 경쟁률을 통해 뽑았던 검증된 희극인들이예요. 좋은 프로그램을 만나는 순간, 언제든 뜰 수 있는 준비된 스타들이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몇 달 출연 후 방송에서 사라집니다. 그럴 경우 코미디계에 흔적도 안 남아요. 협회에 회원으로 등록해도, 서로 얼굴을 볼 수 있는 희극인들은 많지 않아요. 모임이 있어도, 늘 나오는 사람만 참석하거든요. 방송 떠난 사람은 창피해서, 방송 출연자는 바빠서라는 핑계로 안 나타나요. 결국 협회라는 조직이 있으나, 모임 참석자는 200명에 불과합니다.”라고 코미디협회의 애로사정을 털어놓았다.

엄 협회장(왼쪽에서 5번째)과 협회 임원들이 원로 고문인 국민 MC 송해씨(왼쪽에서 4번째)와 함께, 경제가 힘들어도 힘차게 2018년을 헤쳐가자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코미디언 변아영,이덕재,이용근,송해,엄용수,김정한,김찬씨.(사진 왼쪽부터)

“코미디언은 비정규직입니다. 방송 프로그램이 없으면 모두 실업자예요. 무대를 잃어버리면, 오갈 데가 없어요. 이벤트나 야간업소 출연이나마 없으면, 보험 판매원이나 레스토랑 같은 곳에서 허드렛일을 도와주며 일당을 받아요. 4대 보험도 적용 안 돼요, 야외수당이나 퇴직금도 없어요. 우리는 녹화하러 가다가 죽어도 산재 인정이 안돼요. 화려한 직업같아 보이지만, 생활인으로서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어요.”

엄용수협회장은 친목단체였던 코미디언 연합회 회장(2000~2010) 10년, 사단법인 한국 방송 코미디언 협회장(2010~2018)8년 등 총 18년 동안 코미디언협회 협회장으로 활동하며 코미디언들의 권익 개선을 위해 힘써왔다.

“개그맨 회원들의 한달 회비가 5000원이지만, 회비를 한 번도 안 걷었어요. 놀고있는 사람들에게 회비 내라고 독촉 할 수가 없었어요. 송년회나 신년회 모임은 제가 이벤트 행사의 사회를 맡아 벌어들인 수익금으로 진행했어요. 부족한 돈은 지인 후원금이나 성금 2~5백만원을 받아 보탰고요.”

엄협회장은 올 상반기까지만 협회장을 맡는다고 했다. "후배들에게 협회장 자리를 내주겠다고 지난해 10월 공식적으로 말했어요. 후배들에게 좋은 방송 환경을 물려줘야할 책임있는 자리에 강호동, 유재석 같은 분들이 맡아주면 좋겠습니다만, 두고봐야죠."라면서 "차기 회장은 병중에 있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해있는 협회원들의 생활고를 돕고, 자녀들의 학비 지원까지 해줄수 있는 재원마련에 걸출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후배가 나타났으면 좋겠어요.”라는 소망을 말했다.

18년 동안 코미디언협회 협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코미디언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애쓴 엄용수 한국 코미디언협회 협회장.

엄협회장은 1981년 MBC 개그 콘테스트로 데뷔했다. 특기는 '인간복사기'라고 불리는 성대묘사. 김대중 대통령 모창으로 인기를 얻었다. 'K1TV 아침마당'에는 2~3주에 한 번씩 출연하는 26년 게스트 , 'K1TV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34년 단골 초대 손님이다. 그도 역시 일이 없어질까봐 매일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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