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년전 신라-백제의 국경 마을…선화공주 추모와 함께 나라 주인 바뀌면서 전쟁에 희생된 '민초들의 슬픔' 위로

【거창=서울뉴스통신】 김희백 기자 = 거창군은 27일 오전 11시에 마리면 영승마을회관 앞에서 ‘아홉산 취우령제’를 열었다. 이날 주민과 관계자 300명이 모여 대회사, 제례에 이어 문화공연 순으로 행사가 진행됐다.

취우령제는 1400년 전 삼국시대, 신라와 백제의 국경인 아홉산 아래 영승마을에서 현재까지 구전돼 온 '선화공주' 설화와 관련된 행사다.

서동요로 인해 궁중에서 쫓겨난 선화공주는 서동왕자를 만나기 위해 백제로 떠나지만, 험준한 국경인 아홉산 취우령을 넘다가 서동왕자를 만나지 못하고 죽게 된다.

아홉산 고개 취우령에서 ‘취우’는 ‘소나기’ 또는 ‘비를 취한다’는 뜻으로 선화공주의 눈물이 비가 돼 내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단지 선화공주의 슬픔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신라와 백제 사이에서 수없이 주인이 바뀐 국경마을에서 전쟁에 희생된 '민초들의 슬픔'을 의미하기도 하다.

마리면 영승마을에서는 '취우령제'를 지내며 매년 선화공주와 민초들의 한스러운 눈물을 닦고 그 넋을 위로하기위해 주민이 모이는 화합의 장을 연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 온 설화는 어느덧 사람의 마음을 담고, 남의 일이 아닌 우리 마을의 일로, 우리 고향의 일로 자리 잡는 까닭이다.

영승마을 관계자는 "'취우령제'는 2013년 제1회 행사를 시작으로 올해까지 6회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면서 "선화공주 설화를 마을의 소중한 유산으로 보전하고 문화예술행사로 발전시키기 위해 개선 방안을 찾는 등 계속 노력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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