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의 하락이 명목금리 하락시켜…"물가 낮고, 통화정책 완화 기조"

▲ 조동철 금융통화위원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 본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인플레이션과 금리, 그리고 물가안정목표제'를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 제공 = 한국은행)
【서울=서울뉴스통신】 이상숙 기자 = 인플레이션의 하락이 명목금리를 더욱 빠르게 하락시켜왔다.

조동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9일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 강연에서 "우리나라의 10년물 국채금리가 2000년대 초반 7% 내외에서 최근 2%대까지 하락한데에는 실질금리의 하락 못지않게 인플레이션의 하락이 영향을 미쳤다"면서 "물가안정목표제에 대한 통화당국의 약속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 위원은 "인플레이션 하락의 원인은 통화정책의 결과다. 통화당국은 경기 하락과 함께 기대인플레이션이 하락할 때 기준금리를 인하해 대응했다. 그러나 기준금리 인하폭이 기대인플레이션 하락폭보다 작을 경우에는 명목금리의 하락에도 실질기준금리가 오히려 상승해 긴축적인 정책기조가 형성되었다"면서 "그 결과 기대 인플레이션이 더욱 하락하는 악순환이 형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2012년 하반기∼2015년 근원물가 상승률은 1%∼2%대 초반에 그쳤으나 기준금리는 2012년 7월 연 3.00%에서 2015년 2월까지 연 2.00%로 서서히 떨어졌다. 당시 미국의 테이퍼 탠트럼(긴축 발작)에 따른 자본 유출 가능성 우려 때문이었다.

근원물가 상승률로 대표되는 기조적 인플레이션이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물가안정목표 수준을 밑돌았다. 특히 2012년 하반기 이후 기준금리는 근원물가 상승률을 상당 폭 웃도는 수준에 머무름에 따라 실질 기준금리(=기준금리-근원물가상승률)가 높아지면서 긴축적 통화정책이 형성되었다.

조 위원은 "4월 근원물가(상승률) 1.4%는 아직 낮은 수준"이라면서 현재의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완화적인 기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의 통화정책은 완화적이라고 했지만 2012년 하반기∼2015년 사이에는 통화정책이 긴축적이었다고 지적했다. 2013년 5월 이후에는 기준금리가 2.5%수준에서 동결되어 1년 이상 유지되었으며,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기 시작한 2014년 중반 이후에 이르러 기준금리가 인하되기 시작했다.

이는 단기적인 인플레이션 등락이 비통화적 요인에 의해 촉발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 인플레이션 기조는 결국 통화정책에 의해 결정된다는 경제이론에 부합되는 설명이다.

금융거래를 하는 개개인의 마음속에 있는 기대인플레이션은 한국은행 설문조사 결과, 최근까지 2% 중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기대인플레이션이 확고히 안정되어 있어야 기준 명목금리 조정이 실질금리의 변화로 이어지면서 실물경제에 의도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통화당국들이 기대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기 위해 물가안정목표제에 대한 시장과의 소통을 크게 강화해온 이유도 여기 있다.

그 결과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엄청난 충격에도 디플레이션 기대가 형성되지 않았으며 유례없이 공격적인 통화팽창에도 기대인플레이션이 급등하지 않았다.

조 위원은 "근원물가 상승률, 기대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인 2% 부근에 안착해 있다고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물가안정목표제에 대한 통화당국의 약속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물가안정목표는 실물경제의 총수요 상황을 집약적으로 반영하는 기조적 물가흐름에 대한 준거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통화정책의 방향을 안내하는 등대와 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조 위원은 "폭풍우가 몰려오고 암초가 나타날 때 일시적으로 항해경로를 바꿀 수도 있으며, 바뀐 뱃머리를 등대 방향으로 되돌리는 속도를 상당 기간에 걸쳐 서서히 조절하는 신축성을 발휘할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항상 항해의 궁극적인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명확히 알림으로써 탑승객의 불안을 최소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제 통화정책을 그와같은 방향으로 집행해 물가안정목표제에 시장 신뢰를 확보할 때 기대 인플레이션이 안정돼 통화정책 유효성이 제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확고히 안정돼 있어야 기준 명목 금리 조정이 실질 금리 변화로 이어지면서 실물경제에 의도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 위원은 "인플레이션이 중장기적으로 통화정책의 결과물이 아니라고 믿는다면 물가안정을 한은법 1조에 넣으면 안된다"면서 "물가안정을 한은법 1조에 넣었다는 것은 인플레이션이 통화정책의 결과물일 것이라는 전 학계적 생각을 반영한 결과물이 아니었을까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법 제 1조가 "물가 안정 도모"를 통화정책의 1차적 목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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