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천식 납품하던 업체와 2~3만식 공급 계약…샤프도앤코 협력업체 대표, '심리적 압박'에 숨져

▲ 아시아나 항공의 기내식 협력업체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태까지 일어나면서 '기내식 대란' 발발 배경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체된 기내식 공급업체 공장화재로 납품일자 못 지켜…샤프도앤코와 3개월 임시 계약
▶기존 기내식 업체 LSC, 아시아나항공 공정위 제소…"재계약 빌미 금호홀딩스 채권 구입 요구"

【서울=서울뉴스통신】 이상숙 기자 = 1일부터 시작된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대란'에 기내식 공급 협력업체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발발 배경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2일 오전 9시 34분경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공급 계약을 맺은 '샤프도앤코'의 협력업체 4개사 중 하나인 A사 대표 B씨(57)가 인천 자택에서 숨져있는 것을 유족이 발견해 신고했다.

최근 잠도 제대로 못 잔 채 기내식 준비에 매달렸던 B씨는 납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노밀(No Meal) 사태가 발생하자 심한 압박감을 느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은 지난 1일부터 인천공항을 출발하는 아시아나항공 국제선 항공편에 기내식이 제때 납품되지 않은 탓에 지난 1일부터 국제선 항공기 51편이 지연 운항됐다.

2일에는 2편이 1시간 이상 늦게 출발, 일부 단거리 노선은 아예 기내식 없이 노밀(기내식 미탑재) 상태로 16편이 운항에 나섰다.

이번 사태의 주요 원인에 대해 15년간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납품을 안정적으로 담당했던 루프트한자 스카이세프그룹(LSG)과 재계약을 끊으면서 촉발됐다.

이달 1일부터 기내식을 공급하기로 계약한 중국 하이난그룹 게이트고메코리아의 생산공장에서 지난 3월 화재가 발생하는 바람에, 아시아나항공은 저비용항공사 등에 기내식을 공급하던 소규모 업체인 샤프도앤코와 3개월 계약을 체결했다.

샤프도앤코는 외국항공사에 하루 3000식 정도의 기내식을 공급하던 소규모 업체로 아시아나항공과의 계약으로 기존 공급량의 10배에 달하는 물량을 공급해야 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여름휴가 성수기에 제공하는 기내식은 하루 3만개에 이른다. 특히 기내식을 제작하고 운반·탑재하는 과정에는 특수 수송 차량과 장비, 숙련된 기술을 갖춘 인력이 필요한데, 업체의 미숙함에 지난 1일 폭우까지 더해져 기내식 탑재가 대거 지연됐다.

업계에서는 이미 예견된 사고였음에도 안일하게 대처하는 바람에 최악의 사태가 발생했다고 했다.

기존 협력사였던 LSG는 아시아나항공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과 LSG스카이셰프코리아는 5년마다 계약을 갱신해왔지만 이번에는 이뤄지지 않았다.

LSG스카이셰프코리아는 "지난해 8월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공급 계약 협상 과정에서 계약 갱신을 빌미로 지주사인 금호홀딩스(현 금호고속)가 발행한 16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를 사달라고 부당하게 요구했다"며 지난해 9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해 현재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반면 게이트고메코리아의 모회사인 HNA그룹(하이난항공그룹)은 지난해 금호홀딩스가 발행한 BW를 1600억원에 취득한 바 있다. LSG가 주장하는 액수는 하이난그룹이 매입한 금호홀딩스의 BW 규모와 일치한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은 "BW 취득은 그룹 대 그룹 간 이뤄진 것이며, 아시아나항공은 경영상 더 유리한 조건에 따라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기내식 업체 선정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경찰은 협력사 대표 B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경위와 관련해 납품 문제를 두고 갈등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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