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조작 등 불공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장질서 확립 …투자행위 등에 대한 교육과 홍보 지속해야

【서울=서울뉴스통신】 이상숙 기자 = 암호자산 가격의 국내외 격차는 그 자체로 국내 암호자산 유통시장의 이상 투기과열을 나타내는 지표다. 금년 초 국내외 비트코인 가격차가 40% 이상 확대돼 '김치프리미엄'이라는 이름으로 전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11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BOK 이슈노트 '암호자산 시장에서 국내외 가격차 발생 배경 및 시사점'(김동섭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과장, 박기범 조사역, 김영주 조사역 집필)따르면, '가격격차 재발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암호자산은 분산원장 및 암호화기술을 바탕으로 민간이 발행하는 전자적 형태의 무체물이다. 대금지급 또는 투자대상 등으로 쓰이는 전자적 형태의 토큰을 통칭하기도 한다. 암호자산은 법화와 교환이 보장되지 않고 내재가치도 없어 가치평가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향후 지급수단, 어플리케이션 이용수단, 자산증표 등의 용도로 활용될 것이라는 기대를 바탕으로 주로 투자 대상으로 거래되고 있다.

각 단위별로 품질이 동일하고 제3자 중개기관의 개입없이도 가치를 이전할 수 있어 재정거래가 용이하다. 때문에 전세계 모든 교환소에서 가격이 동일(일물일가법칙)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암호자산 가격을 살펴보면 교환소별로 상당한 가격 차이가 있다. 특히 원화 표시 비트코인 가격은 2017년 하반기 이후 글로벌 가격보다 평균 5% 정도 높게 나타났다. 2018년 1월에는 가격 차가 40% 이상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이더리움, 리플 등 여타 암호자산에서도 유사한 정도의 국내외 가격차가 존재하였다.

금년초 암호자산의 국내외 가격차가 크게 확대되었던 것은 국내 시장의 이상과열로 수요가 급증한 반면, 재정거래 메커니즘의 원활한 작동을 제약하는 기술·제도적 요인으로 인해 해외 공급이 제한적이었던 데 주로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보고서는 암호자산 가격차 발생 배경을 수요와 공급측면에서 나누어 살펴보았다. 먼저, 수요측면을 살펴보면, 2017년 12월 글로벌 가격 급등 등으로 인해 일반인의 암호자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이 같은 높은 관심은 투기수요 급증으로 이어져 국내 암호자산 교환소에 원화 입금액도 크게 증가하였다.

또한 2018년 1월 이전까지는 해외가격이 상승(또는 하락)하면 국내 가격은 그보다 더 크게 상승(또는 하락)하여 가격 변동과 프리미엄 간 정(+)의 관계가 있었다.

이러한 특징은 2018년 1월 이전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가격 동향을 적극적으로 추종하는 매매행태를 보였던 데 기인한 것으로 국내 암호자산 시장이 해외에 비해 과열되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2018년 2월 이후 암호자산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거래실명제 등 정부 조치의 영향으로 암호자산 투기과열 현상도 진정되었다.

이에 따라 글로벌 비트코인 거래량에서 국내 주요 교환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7년 11월 9.4%에서 2018년 5월 2.2%까지 감소했다.

다음 공급측면을 살폈다. 암호자산 유통시장에는 재정거래 메커니즘의 원활한 작동을 제약하는 요인이 존재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수요가 증가해 가격차가 발생하였을 때 해외로부터 공급이 탄력적으로 증가하기 어려웠던 것도 암호자산의 국내외 가격차가 확대·지속된 원인이었다.

암호자산 시장에서 재정거래를 제약하는 요인은 크게 △금융기관 등 전문적인 시장 참가자 부재 △거래비용과 가격변동 리스크 △거래 관련 복잡한 절차 및 처리지연 △기타 국내 요인을 들 수 있다.

△금융기관 등 전문적인 시장 참가자 부재. 암호자산 재정거래에는 금융기관 등과 같은 전문적인 참가자가 없다. 이는 금융기관의 암호자산 시장 참여가 금지되어 있다. 규제가 없더라도 법률리스크 등을 우려해 금융기관들이 암호자산 시장 참여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암호자산 재정거래에는 주로 개인이 자동매매프로그램 등을 통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재정거래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에는 규모와 전문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거래비용과 가격변동 리스크. 비트코인의 경우 이용자가 이체 요청시 수수료(fee)를 지정할 수 있는데 채굴자들은 수수료가 높은 거래를 우선 처리하기 때문에 미승인거래가 증가할수록 높은 수수료를 지불하게 된다.

교환소별 가격차가 확대되는 시기에는 블록체인 처리용량에 비해 이체 요청이 급증하면서 미승인 거래가 증가하여 수수료 비용도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한편 교환소간 비트코인 가격차가 확대되는 시기에는 가격 변동성이 높아져 손실 위험이 확대되는 것도 재정거래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거래 관련 복잡한 절차 및 처리지연. 개인이 암호자산 재정거래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특히 자금세탁방지 등을 위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해외 교환소 가입에 제약이 있고 일부 교환소들은 원활한 서비스제공 등을 위해 신규 고객 가입을 제한하기도 한다.

특히 교환소간 가격차가 확대되는 시기에는 거래량이 크게 늘어나는데 이 때는 회원가입, 입출금 요청 처리 및 확인 등이 지연되거나 시스템 과부하로 교환소 시스템의 업무처리가 지체되는 경향이 있다.

△기타 국내 요인. 끝으로 암호자산 거래대금 송금시 송금한도와 외국인 비거주자의 국내 암호자산 교환
소 거래 제한 등으로 인해 해외로부터의 공급이 제약될 수 있다.

한편 거래실명제 등의 조치는 수요 측면에서 국내 암호자산 투기과열을 진정시킴으로써 국내외 가격차를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하였다.

블록체인 처리용량, 금융기관의 거래 제한 등 재정거래의 원활한 작동을 제약하고 암호자산의 국내외 가격차 확대를 초래하는 기술적, 제도적 요인은 단기에 해소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해외로부터 암호자산 공급을 제약하는 규제인 거래실명제와 송금한도 등은 자금세탁, 탈세 방지 등 본래 도입목적을 고려할 때 암호자산 가격차 축소만을 목적으로 완화하기 어렵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할 때 현재 암호자산 시장에서는 투기수요가 진정되면서 가격차도 축소되었으나 향후 국내에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경우 국내외 가격격차가 다시 확대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김동섭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과장 "정책당국은 가격차 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국내외 암호자산 가격차가 초래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부작용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유통시장이 글로벌 시장에서 괴리되어 있는 경우 가격변동이 확대되거나 시장지배력이 높은 공급자 또는 참가자에 의한 가격조작이 용이해져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큰 폭의 암호자산 가격차는 불법적인 외환거래와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본인확인 등의 조치를 회피하는 등 탈법 행위를 유도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김과장은 또한 "암호자산 투기 과열에 편승하여 가격조작 등 불공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장질서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면서 "막연한 가격상승 기대를 바탕으로 비이성적인 투자행태가 확산되지 않도록 암호자산의 장단점과 한계, 관련 투자행위의 위험성 등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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