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경찰청 제1기동대 김지용 경위

【인천=서울뉴스통신】 이창호 기자 = 몇 년 전 스위스에서 있었던 일이다. 루체른이란 도시를 관광하며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였다. 미처 차량이 오는지 살피지 못한 채 길을 건너게 되었고, 때마침 달려오던 차량은 갑자기 나온 나를 발견하곤 급히 속도를 줄여 정지선에 정차하였다. 그리고 나에게 곧바로 미안함을 표현하는 손짓을 보였다. 나는 순간 생각했다. 우리나라였으면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까? 운전자가 나에게 육두문자를 쓰거나, 화내진 않았을까? 내가 미안하다고 하진 않았을까? 그 당시에도 경찰관 이였던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경험이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교통사고로 인한 전체 사망자에서 보행자 사망이 차지하는 비율은 40%로 2015년 기준 OECD 보행 사망자 점유율(19.2%)과 비교하여 2배가량 높다. 보행자는 나의 가족 또는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다. 순간적인 사고로 이러한 소중한 생명들이 빼앗기는 일은 없어야만 한다. 이것이 운전자들 모두가 보행자의 안전을 책임지고 보호 해야만 하는 충분한 이유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보행자보다는 자동차 중심의 교통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보행자와 사고가 날 뻔한 상황이 발생하면 많은 운전자들은 “차가 지나가는데 잘 보고 다녀야지”라고 흔히들 생각할 것이다. 물론 보행자도 주의를 하며 다녀야 하지만 도로교통법 제27조에 운전자는 횡단하는 보행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가 명시되어 있다. 보호 받으며 안전하게 다니는 것은 보행자의 권리인 것이다.

우리 경찰에서는 대각선 횡단보도 설치, 횡단보도 투광기 설치 등 보행자 안전 및 편의성 확보를 위한 교통시설 개선과 운전자들의 보행자 중심의 운전 인식 전환을 위한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과 더불어 운전자들 스스로 인식전환을 위한 적극적 참여와 보행자를 배려하는 마음이 함께 어우러진다면 보행 사망자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기존 사회적 인식의 변화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꾸준한 노력을 통해 많은 사회적 인식들이 변화하곤 했다. 보행자 중심 교통문화로의 변화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가 앞서 전한 스위스에서의 경험처럼 보행자가 배려 받는, 자동차 보다 사람이 먼저인 사회적 분위기가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어떠한 다른 이유보다 우리 소중한 가족의 안전과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인천지방경찰청 제1기동대 김지용 경위>

저작권자 © 서울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