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업 순매수 포지션과 유가간 동행성' 매우 뚜렷…"투기성 자금의 잦은 유출입에 기인"

▲ (자료 = 해외경제포커스)

【서울=서울뉴스통신】 이상숙 기자 = 글로벌 원유 선물시장은 유가 변동에 따른 위험 회피를 목적으로 출범했으나 성장과정에서 투기성 자금의 역할이 커지면서 유가 변동의 불안정성이 오히려 확대되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19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해외경제포커스-글로벌 원유 선물시장의 현황 및 유가와의 관계'에 따르면 이같이 설명하며, 세계 5위의 원유수입국인 우리나라의 경우 유가 변동이 거시 측면에서 성장 및 물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원유 선물시장에 대한 모니터링과 분석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시사했다.

특히 최근에는 다수의 수급 불안요인(세계경제 성장세 둔화, 미·중 무역갈등 심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잠재하고 있으므로 글로벌 자금 흐름에 대해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원유 선물시장은 1970~80년대 들어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경기변동 심화 등으로 국제유가의 불안정성이 크게 부각되면서 유가 변동위험 헤지를 위해 1980년대에 출범(WTI 1983년, Brent 1988년)했다.

거래는 뉴욕상업거래소(NYMEX, WTI 선물) 및 런던 대륙간거래소(ICE, Brent 선물)에서 이루어지는 과점체제다.

중동산(두바이 등 6종) 및 중국산(셩리) 등 여타 유종의 경우는 2018년 3월 상하이 국제에너지거래소(INE) 등에서 선물시장이 개설되어 거래됐다.

주요 원유 선물 거래량은 2000년대 초반에는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다가 중반 이후 증가 규모가 빠르게 확대됐다. 2018년 기준 WTI 선물 거래량은 세계 전체 원유수요(1.0억 배럴)의 12.2배 수준이다.

거래주체별로는 투기를 목적으로 하는 비상업 거래자의 매수 포지션 확대가 선물 거래의 빠른 증가를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투자자 구분을 헤지를 목적으로 하는 상업거래자(생산자, 중개상, 가공업자, 최종소비자, 스왑딜러 등)와 투기를 목적으로 하는 비상업 거래자(헤지펀드, 기관투자자 등)로 분류했다.

원유 선물시장의 '비상업 순매수 포지션과 유가간 동행성이 매우 뚜렷'해진 모습이 포착됐으며, 이는 투기성 자금의 잦은 유출입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WTI 선물시장의 거래주체별 거래동향에 따르면 '비상업 매수포지션'의 움직임이 2000년대 중반 이후의 전체 거래량 추이와 가장 유사한 변동패턴을 보이면서 빠르게 확대됐다.

비상업 순매수포지션은 금융위기 직전(2007년 12월말) 5.3만 계약에 불과했으나 2018년 1월에는 79.4만 계약으로 출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원유생산자의 매도헤지 수요가 많은 상업거래자의 선물 거래 규모는 상대적으로 큰 변동없이 완만하게 증가하는 모습이다.

유가가 상당기간 일방향으로 움직인 사례들을 종합해보면, '초기 유가 변동 → 순매수포지션 조정 → 추가 유가 변동'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면서 유가 변동폭이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유가 상승이 3주 이상 지속된 경우 1주차보다 2·3주차에 비상업 순매수포지션이 큰 폭으로 쌓이면서 유가 상승압력이 가중했다.

유가 하락세가 지속되는 경우에도 이와 유사한 패턴이 전개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순매수포지션 및 유가의 하락폭은 3주차로 갈수록 더욱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는 '유가 하락 지속 → 증거금 부족분 충당 및 손실 확정을 위한 선물 매도 → 유가 추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원유 선물이 국제금융시장에서 고위험자산으로 인식되면서 단기적으로는 여러 가지 리스크 요인에 취약한 데 따라 안전자산 선호경향에 민감하게 반응한 점도 유가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2010년대 원유 선물가격의 기간구조(term structure)가 미래 유가 흐름에 대해 제공하는 정보의 유효성이 중장기와 단기시계에서 달랐다.

중장기시계에서는 만기가 먼 원월물(이하 선물)시장의 기간구조(1년물~1월물)가 의미하는 이론상의 유가 예측치와 유가 흐름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상당기간 관측됐다.

대표적으로 2013~14년중에는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낮은 '백워데이션(backwardation)' 상황(우하향 포워드커브)이 장기간 지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가는 오히려 상승세를 보였다.

뒤이은 2015년의 '콘탱고(contango·현물가격<선물가격)' 상황(우상향 포워드커브)에서도 유가흐름이 기간구조와 상이반면, 단기시계에서는 기간구조의 유가 예측력이 어느 정도 유효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료 = 해외경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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