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회장

【수원=서울뉴스통신】 김인종 기자 = “수원갈비 왕갈비 군침이 도네/지글지글 노릇노릇 숯 향기 가득한 맛 나는 갈비를/잘 구워진 고기 한 점 어머니의 마음 담아/ 잘 구워진 고기 한 점 아버지의 수고 담아/ 수원의 맛있는 갈비가 입에서 춤을 춘다”

지난 11일 SK아트리움 소공연장에서 수원창작악회가 주최한 손정훈 작곡가의 창작음악의 시 일부다. 수원의 상징 음식인 갈비를 주제로 창작한 음악은 경쾌하고 흥겨운 가락이라 성악가가 열창하는 음악을 들으며 관객들이 환호하며 즐거워했다.

현대음악이 우리들 귀에는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성악가의 표정과 흘러나오는 자막을 보면서 재미있는 가사에는 쉽게 관객들이 몰입(沒入)된다. 빈틈없이 들어찬 관객과 시와 음악이 한 몸을 이뤄 소통의 예술로 거듭난 자리였다.

뛰어난 능력보다는 원활한 소통이 요구되는 시대다. 일찍이 독일 데트몰트 국립음대에서 작곡을 전공하고 교성곡 ‘수원판타지아’를 작곡한 한국복지대학교 주용수 교수가 중심이 되어 6년 전에 의지를 모아 결성한 순수 음악 창작단체다.

이 분야에 정통한 현대음악 작곡가들이며 수원에서는 유일한 작곡전공자들만의 단체다. 항상 좋은 질의 음악은 악파(樂派)를 통해 나오지 않고 작곡가 개인에 의해 만들어진다. 양희주, 정혜은, 이경우, 박영란, 김은혜, 손정훈 작곡가들에 의해서 태어났다. 해마다 창작악 발표회를 열어 시민들에게 현대음악의 진수(眞髓)를 맛보게 한다.

이번에 발표된 창작곡들은 관객들이 쉽게 이해하고 즐겨 부를 수 있는 음악들이다. 잘 알려진 시작품으로 창작한 음악이라 더더욱 그렇다.

세상에는 수많은 음악이 존재해왔고 또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음악이 귀를 뚫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음악의 수명이 이상하게 점점 짧아지고 있다.

애써 창작한 음악이 시민들에게 인기를 얻어 버림받지 않고 오랜 시간 살아남아서 꾸준히 사랑받기 바란다. 잘 다져진 음악은 변하지 않는 가치를 지닌다.

사람에 따라 알레그로allegro 즉 빠르게나 안단테andante 즉 느리게 느껴질 뿐이다. 음악은 어떤 명연설보다 더 진한 감동과 울림을 준다. 요즘처럼 막말이 성행하던 때가 없다.

말은 방향을 가지고 한쪽에서 다른 한쪽을 향해 던진다. 하지만 음악은 그런 방향성이 없이 전체적으로 퍼져 공감을 이룬다.

소통을 강조하는 이 시대의 리더십은 이렇듯 인간 본연의 음악에 기인한 감동이 있어야 한다.

쇼펜하우어는 “모든 예술은 음악의 상태를 동경(憧憬)한다.” 라고 말했다. 음악은 인간 본연의 감성에 근거한다는 뜻이다. 음악은 시민들을 웃고 열광하게 하고 울게도 만든다.

시와 음악은 부정할래야 부정할 수 없는 ‘혈연관계’를 가지고 있다. 시를 창작한 현대음악이 관객들에게 녹아들어 꾸준한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 물론 운율이나 리듬, 선율을 느낄 수 없는 시들도 있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어떠한 규칙적인 리듬이나 선율이 없이 그저 우연적 소리들에 의해 관객에게 다가 오는 경우도 있다.

전통적으로 가사(歌詞)는 선율이나 리듬만큼이나 성악곡에 있어 기본적인 요소다. 시가 바탕이 된 가사는 듣는 사람에게 일반적인 분위기를 전할 수 있다. 성악가들이 열창할 때마다 박수갈채를 받는 이유다. 지휘봉을 잡은 중앙대 외래교수인 신동렬 지휘자가 이끄는 ‘수원아트필앙상블’이 한껏 창작악을 돋보이게 했다.

수원의 대표적인 성악가 소프라노 남지은, 김행재, 이영숙, 메조소프라노 이현승, 터너 백승화, 바리톤 이혁 등이 노랫말인 ‘시와 창작악의 맛’을 멋지게 구사했다. 음악 전공자들이 창작음악의 깃발을 들고 나온 사연이 이해된다.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감동이다.

창작악이 뇌 신경세포 속의 소포에서 감동 물질이 터져 나와야 한다. 이걸 터뜨려야 한다. 머리 못지않게 가슴이 중요한 시대다.

창작악이 많은 음악 중에서 시간의 무게를 견디고 숙성된 묵은지처럼 착착 감겨야 한다.

수원창작악회가 요즘 같은 팍팍한 세상에 시민들의 심금(心琴)을 울리는 감동을 던짐으로써 ‘새로운 감동’으로 우리들 앞에 계속 우뚝 서길 바란다. 창작악,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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