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회장

【수원=서울뉴스통신】 김인종 기자 = 세상에 많은 꽃들은 제 나름의 향기를 지닌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철학자는 철학자로서의 향기가 있고, 시인은 시인으로서의 향기가 있다 과학자들은 과학자 나름의 학문적 향기를 품긴다. 스포츠맨들도 독특한 향기를 풍긴다.

수원 유신고 야구가 열대야를 잊게 할 기쁨의 향기를 안겨줬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국내 최대 고교야구 심볼(symbol)인 황금사자기 우승에 이어 청룡기대회마저 제패했다.

지난 18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4회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 강릉고를 7대0으로 완파하고 한 달 만에 2개 대회 연속, 정상에 올랐다. 창단 35년 만에 처음 안은 쾌거다. 125만 수원시민의 기쁨이며 자랑이다.

인접한 인천소재 고등학교가 우승한 적은 여러 차례지만, 수원에 있는 학교가 영예를 차지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국내 고교 대회 유일의 ‘선수권대회’이자 최고(最古) 전통을 자랑하는 청룡기를 품었다. 유신고 투수 허윤동은 MVP(최우수선수)겸 우수투수상을 차지했다.

5경기에 출전해 4승을 책임졌고, 21이닝을 던지면서 평균자책점 ‘제로(0)’를 기록하는 완벽한 투구를 했다. 끝내주는 피칭을 했다. 볼 배합을 다양하게 가지고 가며 어떻게 던져야 할지를 제대로 아는 투구에 대한 감각이 정말 뛰어났다. 타선은 초반부터 화끈한 공격으로 허윤동을 지원했다.

고교야구대회에서 한 팀이 시즌 연속 2관왕을 달성하며 연승(連勝)을 이어간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이례적이다. 아마도 그것이 야구의 묘미일 듯하다. 수원은 프로야구 10구단이 창단 된 도시다. 연고지 내 프로야구단이 있다는 것도 고교야구팀에겐 자극제가 된다.

요즘 KT가 연승을 거둬 5위권으로 뛰어올라 시민 야구애호가들을 즐겁게 한다. 하지만 최근 프로야구 관중수가 줄고 있어 그 추이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800만 관중을 유지한 마지노선이 무너질까 프로야구계는 걱정이다. 관중감소엔 여러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전국구 티켓파워를 지닌 팀의 부진과 함께 시즌 초반부터 상하위(上下位)팀이 딱 절반씩 확연하게 갈라진 것도 프로야구의 흥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새 공인구 도입으로 갑작스런 투고타저(投高打低) 현상이 벌어지면서 화끈한 경기가 줄어든 것도 영향이 크다. 원인이 다양한 만큼 관중을 구장으로 끌어들이는 유인책도 여러 가지일 수밖에 없다. 고교야구가 살아야 한국야구가 산다. 관중이 고교야구에 열광하는 이유다.

야구공을 친다는 것은 스포츠 가운데 가장 어려운 기술을 능숙하게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야구는 ‘작전’이 많은 운동이다. 상황마다 작전이 다양하다. 감독이나 선수가 이를 수행하고 플레이 하는 것에 매력을 많이 느낀다.

또한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이 감독이나 관중이 느끼는 야구의 매력일지 모른다.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어떤 순간에 모두 한 투수, 한 야수, 한 선수에 집중하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이 짜릿하다” 그것 역시 야구가 주는 향기다. 야구는 팀 스포츠이지만 실제로는 개개인들이 일련의 노력으로 뭉쳐진 결합체다.

1984년에 창단된 유신고 야구는 그간 대통령배 4강, 청룡기 4강, 황금사자기 준우승에 머물렀다. 우승의 맛을 못 봤다. 이젠 유신고는 전국고교야구 명문으로 오뚝 섰다. 고교수준을 뛰어넘은 마운드와 이를 지원한 타선이 불을 뿜었다. 보통 야구팀은 ‘에이스 투수’한 명에 의존한다.

유신고 야구는 달랐다. 고교급 야구 투수라고 믿기지 않을 소형준, 허윤동 두 명의 투수가 교대로 마운드를 지켰다. 절묘하게 잘 던졌다. 강현우, 김주원 같은 선수의 강력한 타선이 받쳐줬다. 용장 밑에 약졸 없다. 1995년 유신고에 부임한 용장(勇將) 유성열 감독은 덕수상고를 지휘하던 1986년 고교야구선수권 우승 이후 33년 만에 정상을 맛봤다.

“한 번 더 청룡기에서 우승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며“다행히 선수들이 잘해줬다. 지친 선수들을 달래가며 끌어준 코치들에게 감사한다”고 공(功)을 돌렸다.

여세를 몰아 대통령배도 거머쥐어 전국대회 3관왕으로 등극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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