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부통신망 첫 반발…"수사팀 검사들에 대한 묵시적 협박"

4일 덕수궁 앞에 내걸린 현수막.

【서울=서울뉴스통신】 이상숙·조필행 기자 = 4일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서울대 법학과 동기인 현직 임무영 부장검사가 "조 후보자는 법무부 장관이 될 자격이 없다"면서 후보자 사퇴를 촉구했다. 검찰 내부통신망 첫 반발이다.

이날 중앙일보 외 다수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서울고검 형사부 소속의 임무영 부장검사(사법연수원 17기)는 이날 오후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올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올린 장문의 글을 공개했다. 임 부장검사는 조 후보자에 대해 "여러 의혹들이 제기되고 이에 대한 수사가 개시된 현재 상황만으로도 조 후보자의 사퇴가 불가피하다"고 역설했다.

6개월 간의 정책연수를 마치고 4일 복귀한 임 부장검사는 "조국 후보자는 저와 대학 동기"라고 소개한 뒤 "지금 대학가에서 어린 학생들까지 나서서 조 후보자의 임명을 반대하는 마당에, 우리가 손을 놓고 있으면 조 후보자가 검찰은 자신의 임명을 반대하지 않는구나 하고 오해할까 두렵다"면서 "조 후보자를 반대하는 검찰 구성원도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 이 글을 쓰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언론에 보도되는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은 하도 많아서 까도, 까도 또 의혹이 나온다는 의미로 '강남양파'니, '까도남'이니 하는 호칭이 붙었고, 매일 아침마다 각 언론사가 경쟁적으로 내놓는 단독 보도들 때문에 조 후보자의 호가 '단독'이 됐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언급했다.

임 부장검사는 "그 의혹들 중 굵직한 것만 골라도 자녀의 입시비리, 웅동학원 관련 토지매매대금 포탈, 사모펀드와 투자금 의혹 등 세 가지가 있다"면서 "과거의 다른 후보자들이라면 그 중 한 가지 정도의 의혹만으로도 사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대희 총리 후보자는 변호사 개업 수 수임료가 과다하다는 이유만으로 사퇴했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는 교회에서 장로 신분으로 강연한 내용이 국민감정을 자극했다는 이유로 사퇴했고, 박희태 법무부 장관은 딸의 편법입학 의혹만으로 장관직을 내려놓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멀리 갈 것도 없다. 조 후보자가 민정수석 시절 인사검증을 담당해 장관 후보자가 됐다 사퇴한 분들 가운데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조 후 보자보다 더 무거운 의혹을 받았던 분들은 없다. 아니 그 분들에게 쏠렸던 의혹들을 모두 합해도 조 후보자 혼자 야기한 의혹보다는 가벼울 거 같다"고 현 사안의 중대성을 피력했다.

임 부장검사는 "그런데도 조 후보자는 사퇴는커녕, 검찰개혁이 자신에게 맡겨진 짐이라며 검찰 수사를 받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을 개혁함으로써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겠다고 순교자적인 다짐을 한다”면서 “이게 과연 가능한 말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조 후보자는 트위터를 통해 정말 옳은 이야기들을 많이 해서, 지금 수많은 사람들이 조 후보자의 과거 트위터 발언 검색 놀이를 하고 언론도 그 내용을 보도하고 있다"면서 "혹자는 논어나 탈무드보다 더 진리를 담고 있다면서 조국 어록을 출판하자고도 하고, '조위터', '조로남불', '조적조' 같은 신조어까지 유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과거 조 후보자가 트위터를 통해 발언한 사례들을 언급했다. 임 부장검사는 "조 후보자는 2015년 4월 12일 트위터에서 "조선 시대 언관(言官)에게 탄핵당한 관리는 사실 여부를 떠나 사직해야 했고, 무고함이 밝혀진 후 복직했다. 성완종 리스트 주인공들의 처신은 무엇일까?'라고 쓴 적이 있다"면서 "당시 이완구 국무총리를 두고 한 말이다. 현대에는 언관이 없으니 여기서 조 후보자가 거론한 언관은 당연히 언론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총리는 같은 해 4월 21일 사표를 제출했고, 27일 사표가 수리된 후 조사 및 재판을 받았으며, 결국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며 "이 총리는 결과적으로 무죄였던 범죄사실이 의혹으로 제기됐을 때 총리 자리를 던지고 민간인 자격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임 부장검사는 "조 후보자는 2017년 1월 11일 트위터에서는 '도대체 조윤선은 무슨 낯으로 장관직을 유지하면서 수사를 받는 것인가? 우병우도 민정수석 자리에서 내려와 수사를 받았다'라고 썼다"면서 "조윤선 전 장관은 장관직을 유지한 채 조사받다가 같은 해 1월 21일에 구속됐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조 후보자의 말대로 민간인 신분으로 수사를 받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조국.(사진 = KBS 뉴스 화면 캡처)

이어 그는 "그런데 지금 상황은 어떤가? 조 후보자는 '언관에 탄핵 당하고 있음'에도 '사실 여부를 떠나 사직'하기는커녕, 새로이 장관에 취임하려 시도하고 있다. 그것도 법무부 장관에 말이다. 조윤선처럼 장관직을 유지하는 정도도 아니고 새로 취임한다는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저는 사실 조 후보자의 트위터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 모든 공직자가 의혹만으로 사퇴해야 한다면 남아나는 공무원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수사에 영향을 줄 권한을 가진 자리나,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는 자리에 앉은 공무원이라면 어느 정도 신빙성 있는 의혹이 제기된 경우 일단 사퇴하고 '민간인 신분으로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질타했다.

그는 "예를 들어, 국무총리나 민정수석은 수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자리이니 사퇴하는 게 맞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그럴 가능성의 거의 없으니 사퇴가 의무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기준으로 볼 때, 조 후보자에 대해서는 다수의 의혹이 제기됐고, 법무부 장관이란 누가 보더라도 수사에 영향을 주지 않겠다는 말을 믿을 수 없는 자리인 만큼 기존에 장관으로 재임 중이었다 해도 사퇴하는 게 옳다. 조 후보자의 기준이 아니라 좀 더 강화된 제 기준에 의하더라도 말이다"라고 언급했다.

임 부장검사는 "하물며 사퇴가 아니라 새로이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자신에 대한 수사 보고를 받지 않겠다는 정도로 영향력 행사가 없었다고 믿으라는 건가? 그 자리에 있는 것이 바로 수사에 영향을 주는 행위다. 말을 듣지 않는 검사에게 '너 나가라'라고 말하겠다고 공언한 법무부 장관이라면 더 그렇다"고 피력했다.

이어 "법무부 장관에 취임한 사실 자체가 수사팀에 대한 '묵시적' 협박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 부장검사는 "시중에는 조 후보자와 관련된 세 가지 의혹에 대해 이미 결론이 정해졌다는 말도 떠돈다"며 "딸의 입시비리는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부인 정경심씨 개인의 행위로 정리하고 조 후보자는 무혐의. 웅동학원은 동생 조권씨 개인의 행위로 정리하고 조 후보자는 무혐의. 사모펀드는 해외로 출국한 조카 조OO씨가 소재불명이어서 참고인 중지 또는 조 후보자는 불입건할 예정이라고 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의는 실현되는 결과가 공정해야 하지만, 실현되는 방식 역시 정의로워야 한다'는 말이 있다"면서 "절차적 정의가 실체적 정의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 검찰이 조 후보자와 관련된 내용을 열심히 수사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만약 조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는 상황에서 조 후보자에 대한 사건이 시중의 예상처럼 결론 내려진다면 설사 그게 진실이라 하더라도 누가 그 결론을 믿겠는가? 이완구 전 총리, 우병우 전 민정수석 같은 분들은 그런 의구심을 없애기 위해 사퇴한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조 후보자는 더 이상 다른 공직을 탐하지 않겠다고 하기 전에, 우선 법무부 장관이라는 공직부터 탐하지 말고 자연인의 입장에서 검찰 수사에 임해야 한다"며 "그래야 수사 결과에 대한 시중의 오해를 불식할 수 있을 것이고, 검찰 역시 조 후보자가 2017년 3월 22일 트위터에서 말했듯이 '정무적 판단'을 하지 않고 진실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렇지 않을 경우 조 후보자에 대해 불기소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국민들은 누구도 그 결론을 믿지 않아 분쟁은 끝없이 계속될 것이고, 혹시라도 조 후보자의 혐의가 인정되는 안타까운 결론이 내려진다면 검찰에 구속되는 현직 법무부 장관이라는 사상 초유의 비극적 사태가 발생할까 두렵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임 부장검사는 "하지만 조 후보자를 지지하는 분들은 또 이런 말을 한다. 의혹은 누명에 불과하고, 조국은 사법개혁을 완수할 적임자로서 그만한 사람이 없다. 그러므로 반드시 법무부 장관이 돼야 한다고 말이다”면서 “저는 그런 측면에서도 조 후보자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는 많이 보도된 오상방위 에피소드가 있다. 조 후보자의 강의 중에 오상방위가 기재되지 않은 현암사 법전을 파본이라고 했다는 얘기 말이다"라며 이미 언론을 통해 공개된 바 있는 조 후보자의 일화를 예로 들었다.

임 부장검사는 "오상방위가 조문에 없는 강학상 개념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해서 무식하다고 비난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좀 더 준비를 하지 않은 불성실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조 후보자는 예전에 그런 일이 있었던 사실 자체를 부인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제는 그게 자신의 수업 방식 때문이라고 변명하는 걸 보면 오상방위 에피소드의 존재는 인정하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이 에피소드의 포인트는 조 후보자가 오상방위의 개념을 몰랐다는 게 아니다"라면서 "조 후보자가 법전에서 오상방위 조문을 못 찾자, 자신이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지 않고 단정적으로 법전이 파본이라고 말했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법률가에게 교차검증을 통한 오류의 시정은 필수적인 일"이라며 "법률가는 늘 자신이 틀렸을 가능성을 인식해야 하고, 교차검증의 기회를 고마워하는 것이 기본자세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조 후보자는 자신이 틀렸을 가능성을 용납하지 못하는, 무오류성에 대한 자기 확신이 굉장히 강한 사람"이라며 "이런 점에서 보면 조 후보자는 올바른 법률가가 아님은 물론, 법무행정을 맡을 자격 역시 없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임 부장검사는 나아가 "그런 사람이 법무행정을 통할한다는 건 정말 두려운 일"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경찰의 수사종결권에 대한 조 후보자의 입장이 바뀐 점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널리 알려진 것처럼 조 후보자는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줄 것인가 여부에 대해서도 과거와 현재의 말이 다르다"면서 "그리고 그 의견이 바뀐 이유는 '시대 상황이 바뀌었다'는 말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시대 상황이 어떻게 바뀌었다는 것인지, 시대 상황이라는 게 대통령의 뜻을 말하는 것인지는 설명하지 않는다"면서 "2005년과 2019년 사이에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줘도 경찰국가화의 위험이 커지지 않을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궁금한데도 말이다"라고 말했다.

임 부장검사는 "솔직히 저는 조 후보자가 주장하는 사법개혁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면서 "이렇게 자신의 무오류성에 대한 확신이 강한 2005년의 조국이 법무부 장관이 됐을 때와, 2019년의 조국이 법무부 장관이 됐을 때 대한민국 법무, 검찰, 형사사법의 모습이 달라진다면, 조국의 심경 변화에 따라 검찰과 법무부의 역할이 달라진다면 정말 웃긴 일이겠죠? 예측가능성을 생명으로 여겨야 할 법질서 수호 기관에서 말이다"라고 걱정했다.

이어 "이런 태도를 지닌 사람이 법무부 장관의 자리에 가서, 자신이 뭘 모르는지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법무행정을 지휘한다면, 그가 초래할 악영향은 얼마나 클지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라고 우려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조 후보자의 '조속한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옛말에 '그릇이 되지 않는 사람에게 과분한 자리를 맡기는 것은 그가 받을 화를 크게 만들기 위함' 이라는 말이 있다"면서 "조 후보자는 이미 과분한 자리를 노리다가 스스로 화를 자초했다. 그것도 일가족 전체에 화가 미치는 모양새여서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조 후보자가 지금이라도 족함을 알고 스스로 물러나 자신과 가족을 지켰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며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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