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정책은 여전히 유효한 경기안정화 정책"

▲ 한국은행 BOK경제연구 '국방비 지출 충격 증가로 인한 반응'. 진한 파란선은 국방비 지출 증가 충격에 대한 점추정치 반응을 나타내고, 파란 점선은 68% 신뢰구간을, 빨간 점선은 90% 신뢰구간을 나타낸다.(자료 = BOK경제연구)

【서울=서울뉴스통신】 이상숙 기자 = 정부 재정정책이 국내총생산(GDP)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하는 정부 지출은 경제 활성화에 상당한 효과를 나타낸다는 분석이다.

16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BOK 경제연구 '새로운 재정지출 식별방법을 이용한 우리나라의 정부지출 승수효과 추정' 보고서를 보면 5년 누적 정부지출 승수효과가 1.27로 계산됐다. 5년간 정부지출이 1조원 많아졌다고 가정했을 때 GDP는 1조2700억원 상승한다는 의미다.

이는 2000년 1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분기별 군사비 정부지출뉴스 충격과 GDP, 정부지출, 조세수입, CD금리를 VAR모형으로 분석해 도출한 결과다.

분석 결과 누적 정부지출 승수효과는 정부 지출 계획 발표 시점으로부터 4분기가 지난 후 가장 크게 늘어나고 서서히 감소했다. 정부지출은 평균 6분기에서 7분기 이후 실제 집행됐다.

정부지출 승수효과는 정부가 지출을 늘렸을 때 GDP가 얼마나 변화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정부 예산에 투자가 늘어난다면 실제 정부가 쓴 돈 이상으로 GDP가 불어날 수 있다. 이 경우 승수효과는 1 이상이 된다.

재정정책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부지출을 늘렸을 때 생산이 얼마나 증가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정부지출 승수효과를 정확하게 추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미래의 정부지출에 대한 뉴스를 가지고 미리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는데 기존의 연구 방법론들은 이러한 정보를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승수가 정확하지 않게 계산될 가능성이 있다.

이 연구는 경기변동에 따라 자동으로 증감하는 지출은 제외하고 자의적인 정부지출에 한정해 승수효과를 계산했다. 그 결과 정부지출 증가가 총생산을 늘리는 경로가 높은 신뢰수준에서 유의하게 존재함을 확인했다.

경기변동으로 인한 실업급여 지출 등 자동적으로 증가한 경우는 분석대상에서 뺐다. 반대로 일본 수출규제에 정부가 소재·부품 국산화 예산을 새로 잡는 경우나 기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는 경우는 포함했다.

정부가 지출을 늘린다는 뉴스가 가계와 기업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했다. 정부가 복지를 확대한다는 소식을 들은 가계는 미래에 들어올 소득을 고려해 현재의 소비를 늘릴 가능성이 있다. 국방비 지출을 늘린다는 뉴스를 접한 기업이라면 실제 정부 구매가 이뤄지기 전이라도 투자를 확대할 수도 있다.

미래 재원을 현재에 끌어써 경기변동의 폭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재정정책이 여전히 유효한 경기안정화 정책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기존 방법론을 통해 도출된 결과보다 승수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 것은 사전정보를 통한 선행지출증가를 포착했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이 연구를 통해 정부지출충격을 외부도구변수로 사용하는 후속연구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됐다.

박광용 한은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2000년대 초반 이전에 개발된 방법론을 사용한 경우 정부 지출 충격을 제대로 계산해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 지출만을 발라내서 분석한 결과 GDP는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방법론보다 승수효과가 더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기존에 고려되지 않았던 사전정보를 통한 선행지출증가를 포착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정부지출 확대 소식을 접한 경제주체들의 의사결정을 분석에 반영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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