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탄시장은 내인생에 있어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인연”

▲ 안상근 (구)매탄시장 상인회장이 인터뷰에 앞서 카메라 앞에 포즈를 잡았다.

【수원=서울뉴스통신】 대담=김인종 편집위원장/ 글=김동초 대기자 =

상인간 단합 최우선 … 시장규모·점포수 더 확대
젊은주부들 위한 문화수업·먹거리로 시장 활성화
아케이드·주차시설 갖춰 고객 편의 확보 ‘자랑’
가족 고객 확보위해 시설현대화·프로그램 마련

시장이 독특하다. 아담하면서도 활기차다. 점포를 돌아보는데 10분이 채 안 걸리는 것 같다. 상인들의 표정이 밝다. 주차를 시키고 시장입구에 들어서는데 공연장으로 보이는 장소에 공사가 한창이다.

시장은 작은데 역동성이 있다. 살아있는 생물이 펄떡거리는 느낌의 시장이다. 상인들의 표정들 또한 상당히 밝고 맑다. ‘아~ 시장이 살아있네’라는 느낌이 흠뻑 다가오는 시장이다.

아담한 골목입구 2층으로 올라가니 역시 밝고 맑은 여성 실장님과 매니저, 두 분이 취재진을 반긴다. 친절함 뒤에 바로 아름답다는 느낌도 함께 따라오는 순간이었다. 얼마 후 정말 털털한 차림의 중년사내가 올라오는 목소리가 들린다.

필자는 초면이지만 편집장은 구면인 것 같다. 반갑게 맞이하며 덕담을 나누는데 강원풍의 목소리가 묻어나온다. 필자의 장난기가 발동했다. 안상근 상인회장을 향해 필자가 툭 한마디를 던졌다. “고향이 어디 래여?” 강원도 풍으로 물었다. 안상근 회장은 뜸도 들이지 않고 바로 “원주래요”라고 대답한다. 순박하다. 강원도를 세인들은 흔히 ‘감자바위’라고 부른다.

그렇지 않아도 순박한 강원도 출신에 모습 또한 ‘순박’ 그 자체다. 그리고 엄청나게 낙천적이다. 가끔씩 ‘허허허’ 웃는 웃음소리가 상대의 긴장을 완화시키며 기분을 업 시켜주는 묘한 효과가 있었다. 질문에 답을 하기 전에 거의 한 번은 ‘허허허’란 웃음으로 대화의 서두를 풀며 시작하곤 했다. 암튼 편안하다.

안상근 상인회장은 열일곱에 원주를 떠나 부산으로 내려갔다고 했다. 그 곳에서 목공일을 배우며 기술자가 되었고 그런대로 수입이 괜찮았고 ‘1급 기능공’으로 집을 지을 때 기본 틀을 짜는 게 주된 일이며, 급여는 지금으로 치면 한 달에 300만 원 정도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정이 많고 거절 할 줄 몰랐던 천성으로 딱한 처지에 있었던 자신의 친구와 친구의 외삼촌(일명 ‘왕빈대들’이라고 표현을 했음)이 숙식을 부탁해 거절하지 못하고 부양하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 안상근 회장만의 수입으론 처지가 궁핍해져, 4년 만에 그곳 생활을 접고 수원으로 올라 올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81년 상경 당시, 수원에는 누나들이 3명이나 살았는데 모두 구매탄시장에서 사업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첫째 누나는 식당을 운영했고, 둘째누나가 ‘계란도매업’, 그리고 셋째인 막내누나가 야채장사를 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 중 막내누나의 야채판매 일을 도우며 정착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수원이 낯설지 않고 푸근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야채판매업이 부진했고 고민을 하던 차에 화서동에서 수원서둔동 경찰서 기동대와 세류비행장(10전투비행단) 및 군견 반 등 여러 부서에 부식을 납품하는 매형이 도움을 청해 함께 일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당시 매형은 ‘군납필증’까지 획득하면서 매출을 올리던 차에 세류농협에 직판장을 차려 ‘건 고추’도매업을 시작했다고 했다. 건고추의 최저수매가를 예상하고 ‘수만 근’의 건 고추를 빚을 내 매입했다가 가격이 더 폭락하는 바람에 엄청난 빚을 지고 장사를 접게 되었다고 했다. 결국 세가 밀려 세류동 농협직판장에서 쫓겨나게 되었고 매탄동시장으로 다시 들어와 야채군납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무려 16번이나 장소를 바꿔가며 구매탄시장에서 뿌리를 내리게 됐고 죽기 살기로 자금을 모아 89년 당시 구매탄시장의 떡집을 권리금 1억5천이란 거금을 주고 인수했고 오늘에 이르렀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안상근 회장은 대담 도중 가끔씩 ‘씨~익’하며 미소를 흘리기도 했지만 분명 그 미소 속에는 인생의 험난한 ‘질곡’이 진하게 묻어나고 있었다. 워낙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라 티가 안날 뿐 이었다. 안상근 회장이 구매탄시장에서 처음 상인회장을 맡았던 적이 있었다고 했다.

94년 경, 야채장사를 할 적에 척사대회나 기타 행사가 있을때인가 무늬만 회장이지 그냥 명예직처럼 회장을 하던 시기라고 했다. 그리고 2010년 시장에 아케이트를 설치 할 때 부회장직을 맡으며 혼신의 힘을 다했고 했다. 2018년에 드디어 당당하게 회장직에 오를 수 있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순수함이 묻어나는 표정에서 해맑은 동심이 언뜻 스쳐지나간다. 시장생활이나 업무를 보며 힘들었던 시기에 대해 묻자, 별로 없었다고 했다. 상인들이 모두 열심히 하고 자신을 도와주어서 별 어려움이 없이 진행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단지 어려웠던 점은 회장직을 맡기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은 없고, 상인들의 원활한 화합을 이끌어내지 못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계속 노력을 경주하고 있지만 아직도 완전한 화합을 이루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최고의 단합을 이끌어내 시장의 발전에 초석을 놓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구매탄시장은 시에 등록된 기록상으로는 117개의 점포가 있지만 현재는 50개의 점포가 전통시장 정식회원으로 활동하고 60여 개 점포는 확실한 합류가 안 된 현실을 애석해 하며 빠른 시일 내에 완전한 화합을 이루겠다고 했다.

즐거웠고 보람 있는 부분을 묻는 질문엔 시장이 나날이 발전되어져 가는 모습이 정말 즐겁고 보람이 있다고 했다. 아케이트와 주차장에 이어 공연장 등이 들어서는 것이라고 했다.

공유마켓 등을 활용할 방침이며 주로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공간을 만들기에 힘쓸 것이라고 했다. 아이들이 시장을 찾게 되면 자연히 부모님이 동반하니 시장에서 먹거리와 볼거리가 생기고 즐길 거리까지 마련한다면 ‘금상첨화’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시에 바라는 점을 묻자 수원시의 경제국장이 강원도 원주출신으로 선배라서 오히려 도움을 청하는 게 어려워 웬만한 일은 그냥 참고 넘어간다고 한다. 마음이 여리고 무던한 타입으로 보인다.

가정에 대해 묻자, 30세가 되던 해에 막내누나의 중매로 매탄시장에 하숙을 하며 ‘삼성전기’에서 ‘금성전기’로 옮겨 직장을 다니던 사랑스런 아내를 만나 가정을 꾸렸다고 했다. 지금은 두 명의 아들(30세, 26세)을 두었고 큰 아들은 안정된 직장생활을 하며 작은 아들은 요리사코스를 밟으며 청년창업자의 길을 가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몹시 만족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모습에서 행복한 사내란 느낌이 들기에 충분했다. 시장생활을 위주로 한 삶에 대한 좌우명을 묻자 “성실하게 살자”가 자신의 좌우명이라고 했다. 스스로 열심히 하며 성실하게 살면 결국은 남과 주위에서 모두 인정받는 인물이 될 거라고 한다.

소박하며 진솔하게 마음을 적시는 말이다. 보이지 않는 구석에서 열심히 사는 참으로 사회에 꼭 필요한 사내란 생각이 드는 인터뷰였다. “고마움이 느껴진다”

▲ 구 매탄시장과 회장님의 인연이 있다면?

-청소년 시절 고향인 강원도 원주에서 부산으로 내려가 목공일을 배우며 친구와 생활 하던 중 부산생활이 어려움에 봉착했을 즈음 막내누님의 권유로 구매탄시장에 올라와 막내누님이 운영하던 야채도매장사를 돕게 되었습니다.
당시는 구매탄시장에서 누님 3분이 장사를 하고 계셨던 관계로 자연스럽게 구매탄시장과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후 잠시 부식 등 식품유통 쪽에서 몇 년간 외도를 하다 다시 돌아와 시장 내에서만 16번의 자리이동을 거쳐 오늘 날 떡집에서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어찌 보면 우리가족과 구매탄시장은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인연이 있는 것 같고 많은 가족들의 생계를 이어준 아주 소중한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구매탄시장이 제생활의 전부가 되었죠! 이 곳에서 제 사랑스런 제 아내도 만났고 금쪽같은 아들도 둘이나 얻었으니 그 만큼 인연이 깊고 소중한 곳입니다.
그래서 저는 당연히 이곳에서 열심히 생업에 종사하며 상인들과 함께 진실한 화합과 소통을 통해 구매탄시장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 구매탄시장의 상인회장을 맡고 계신 소감은?

-그저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구매탄시장의 보다나은 발전을 위해 늘 최선을 다하고자 하지만 항상 부족함을 느낍니다.
바램이 있다면 상인들의 단합이 하루 빨리 이루어져 시장규모도 확대하고 점포수도 늘려 나름대로 당당한 형태의 시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다행이 상인 여러분들이 부족한 저를 도와 자신의 일처럼 항상 애써주시고 협조해 주셔서 상인회장을 맡고 일해 나가는 데 별 어려움이 없습니다.
늘 상인들에게 고맙고 미안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도 최선을 다해 시장의 발전과 상인들의 화합을 위해 성실하게 노력하고 또 노력할 것입니다.

▲ 영통구의 관문시장으로 규모를 확장시키는 방안이 있다면?
-구매탄시장 근처에는 매탄공원, 효원공원, 경기도 문화의 전당 등 가족단위 문화 휴식공간들을 비롯해 대규모 아파트단지 및 다세대 주택이 밀집되어 있습니다. 주변환경과 위치를 토대로 지역 젊은 주부들에게 인기 있는 문화 수업이나 실생활에 관련된 먹거리에 관련된 행사를 정기적으로 시행해 홍보하며 시장을 활성화 시키고 확장시킬 계획입니다.

▲ 구매탄시장의 매출이 활발한 이유가 있다면?

-고객분들이 구 매탄시장으로 오시기에 대중교통이 다양하고 편리합니다.
인근 도보 10분 거리 내 버스정류장 다수 위치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시장을 찾으시는 자차를 이용하시는 분들도 시장 전용 주차장을 사용하시면 투명 지붕을 설치한 아케이드 아래 45개 점포가 백화점이나 마트처럼 편리하게 장을 보실수 있으십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거주 밀집 구역에 위치해 주민 친화적 성격을 갖고 있는 생활형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가게 간판이며 길 정비도 깔끔하게 정비되었고 농수축산물과 과일 야채 그리고 다양한 공산품과 맛집 먹거리로 활기 넘치는 곳....그곳이 바로 구매탄시장입니다.

▲ 구매탄시장의 가장 시급한 점이 있다면?

-수원의 모든 전통시장들의 문제점과 마찬가지로 구매탄시장도 시설현대화 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존 시설들의 보수와 보강도 필요하지만 고객들을 시장으로 유입시킬 수 있는 동기부여를 제공하기 위한 부대시설과 다양한 콘텐츠를 갖춘 알찬 프로그램의 작성 또한 상당히 시급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대형 유통센터나 쇼핑 몰들이 갖추지 못한 점들, 도심이 아닌 생활터전인 주거지에서 근접한 재래시장의 장점을 이용해 깨끗하고 현대적인 시설을 기본으로 가족단위의 고객에게 다양한 볼거리 즐길 거리 등을 마련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를 위해선 상인들은 물론 시와 주민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노력을 할 때 그 완성도가 높아지고 빨라지겠지요.

▲ 수원시와 구매탄동 주민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구 매탄시장은 매탄동-원천동-영통동을 통틀어 영통구에 유일한 시장이기에 그 자부심을 늘 기억하며 주변 상점들과 상생 번영하는 상인회가 되겠습니다.
또한 시장을 찾으시는 고객분들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고 만족하시도록 노력하고 언제나 신선하고 건강한 먹거리로 가족의 밥상을 책임지는데 주력 할 것이며 소담한 정겨운 우리시장의 품질 좋은 생필품으로 보답하고자 합니다.
지역 시장을 대표하는 곳으로서의 저희 시장을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지금처럼 앞으로 더 전통시장을 많이 사랑해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 삶에 대한 회장님만의 좌우명이 있으시다면?

-“성실하게 살자”입니다. 인간의 삶이란 어찌 생각하면 끊임없이 노력하며 노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해야 하므로 고달픔의 연속 일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근면 속의 결과’를 통해 맛보는 결실 속엔 희열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삶에 의미를 조금이나마 깨닫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있다면 그건 아마 성실함 일 것입니다. 제가 살아오면서 느꼈듯 제 자식들에게도 저는 먼저 근면 성실을 요구합니다.
열심히 근면하고 성실하게 살며 그 후 결과를 묵묵히 받아들이는 것이 최선의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사람들이 사는 가장 보편적인 삶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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