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단결권·교섭권…아직 공무원노조의 갈길 멀어”

▲ 유관희 경기도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이 인터뷰에 앞서 밝은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수원=서울뉴스통신】 대담=김인종 편집위원장/ 글=김동초 대기자 =

2015년 공무원연금 개악저지투쟁 앞장
우수공무원 해외시찰 부활과
공무원 소양고사 폐지 성과
노동기본권·정치기본권 제한하는
공무원노조법 하루속히 폐지해야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듣는 용어 중에 강하게 들리는 몇 가지 단어들이 있다.

전사, 투사, 쟁취, 투쟁, 파업, 강행 등이 아마 강성이미지를 포함하는 대표적인 단어들일 것이다. 이런 단어들의 성격을 모두 갖춘 단체가 바로 노동조합이다. 요즘은 웬만한 기업이나 단체들은 모두 어김없이 노동조합이 있다.

대개 노동조합의 역사는 투쟁의 역사로 점철돼왔고 그래서 강성이미지가 자연스럽게 ‘고착화’되었던 건 주지의 사실이다. ‘강하다는 의미의 정의’를 동반 할 때는 서민들의 가슴을 후련하게 해주는 단어이다.

어떤 의미에선 기업이나 조직, 나아가 거대 단체나 권력에 맞선 개인이나 소수 약자들의 최후 보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조 [勞組]’의 일반적인 뜻은 근로자가 노동 조건의 유지, 개선 및 경제적, 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를 ‘명명’한다고 되어있다.

원어로는 ‘노동조합(勞動組合)’이다. 한국 최초의 노동조합은 1898년 5월 운반부 46명이 조직한 ‘성진본정부두조합(城津本町埠頭組合)’으로 시작, 오랜 투쟁을 거치며 1987년의 6월 항쟁에 뒤이은 노동자 대투쟁이 한국 노동조합 역사에서 중요한 분수령이 되었을 것이다.

이후 오늘 날 무노조로 그렇게 유명했던 ‘삼성’이란 어마어마한 기업도 얼마 전 공식적으로 실질적인 노조가 탄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대한민국, 국가 내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公·私(공·사)단체에 존치되며 공정하고 합리적인 ‘상생’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보면 된다.

해서 경기도도 단체이며 우리나라 경제근간을 이끌어나가는 공·사기업이 즐비하게 있고 그에 걸맞게 공적 기관인 경기도가 존재, 그를 관장하는 도청이 있다.

경기도에는 2018년 기준 약 5만 5천 명의 공무원이 있었다. 2019년 12월 현재 약 6만 명 정도의 공무원이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는 대한민국의 가장 큰 광역단체로서 경제·문화·스포츠를 선도하며 정치 조직적으로도 가장 큰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방대한 조직에 종사하는 공무원 수 만해도 어마어마하다.

이런 공무원들의 근로조건을 개선시키고 사회적 지위를 향상하기 위한 최일선에는 경기도청공무원노동조합이 있다. 본지는 수많은 정치·사회·경제·문화·예술 분야의 인물들과 다양하게 인터뷰를 진행해온바 있다.

하지만 소속원들의 권익과 지위를 위해 애쓰는 기관의 장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설레이기도 했다.

해가 정오를 벗어나는 오후 3시경 경기도청 제3별관 3층에 위치한 경기도청공무원노동조합사무실에 들어서니 분주하게 움직이는 조합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상냥한 조합원들이 분주함속에서도 얼굴가득 환한 미소로 우리를 맞이해 준다. 영하의 바깥 날씨가 스르르 풀리는 순간이었다. 이어 넓직하게 마련된 탁자에 앉아 인터뷰 준비를 하고 있을 때 환한 웃음으로 밝은 노조위원장의 얼굴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유관희 위원장의 첫 느낌은 대형유통업의 중간매니저가 상냥하게 고객을 안내하는 느낌의 인상을 강하게 풍기는 인물이었다.

노조의 파란 조끼가 더욱 그런 느낌을 들게 했다. 강하고 전투적인 분위기는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얼굴선이 ‘동글동글’해 삼국지의 유비를 연상케 하면서도 아동틱한 분위기를 풍겼고 억양이 부드러워 서비스업 일선에 종사하는 친절이 몸에 벤 스타일의 청년타입이었다.

그는 1992년 공무원시험에 합격해 당시 병점에 소재한 경기도농민교육원에서 첫 공직생활을 시작했다고 했다.

이후 인계동에 있는 여성회관에서 공직생활을 이어갔으며 경기도문화예술회관·경기도 관광과(2004)·‘경기방문해의 추진단’ 파견(2005)·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오산)·경기도해양자원연구소(양평)·경기도건설본부(2011)를 거친 후 마침내 2012년 10월 전국광역노조 임원선거에 당선되어 그해 11월부터 전국광역시도공무원노동조합연맹 사무실(광화문 및 용산 소재)에 3년 7개월간 사무총장으로 근무를 했다고 한다.

드디어 2016년 8월에 친정인 경기도 회계과로 복직을 했고, 6대 전임위원장이 승진으로 위원장자리가 공석이 되어 그해 경기도청공무원노동조합 7대 위원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는 자산관리과 소속으로 8대를 거쳐 제9대 경기도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최초의 3선 위원장이라고도 했다.

그의 노련함과 진정성으로 조합원들로부터 꾸준한 신뢰를 얻고 있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노조에 입문하게 된 동기를 묻는 질문엔 의외의 답이 나오기도 했다. 자신은 처음에 노동운동이나 노조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들이 내는 노조비에 대한 투명한 회계관리에 대한 궁금증이 자신을 노조와 연을 맺게 한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노조비 집행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몇 번 질문과 답변을 요구하던 차 당시 경기도청공무원노동조합 제4대 위원장 후보였던 윤주용 후보의 권유로 드디어 노조의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 활동을 하기 시작한 게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노조생활을 묻는 필자의 질문엔 처음에는 교섭이나 간담회.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고 했다. 노동조합에 대한 공부도 안 되었고 자신의 직급이 낮지만 상대하는 인물들이 대부분 고위공무원들이어서 힘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점차 진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면서 차차 익숙해져갔다고 했다. 나중에 쌓게 된 ‘노하우’지만 원만한 노사관계를 위해선 무엇보다 사전 ‘교감과 소통’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노동조합은 말로 외치는 구호보다 ‘명분과 설득력’이 있는 정책, 그리고 잘 정리된 문서가 결과를 좌우한다는 말도 했다.

2015년 전국광역시도공무원노동조합연맹에 있을 당시 공무원 연금개악 저지 등을 강하게 밀어붙이며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와 국회정문 앞의 천막 투쟁, 그리고 행안부 앞에서 1인 시위를 펼치는 등 과거엔 강성활동이 많았고 그게 통하는 시대였지만 지금은 대화와 타협이 중요한 시대라고 강조했다.

당시의 사회분위기는 공무원들이 ‘세금 먹는 하마’ 취급을 받던 시대로 공무원들이 매도당하던 시기였다고 했다. 그래서 강렬한 투쟁이 필연적으로 발생하던 때라고 회상하기도 했다.

그렇게 열심히 투쟁을 한 배경을 묻자, 공무원연금의 태생은 낮은 보수와 신분적 제약 등 인사정책상 사후보상책과 퇴직금이 통합된 복합적 연금구조라고 했다. 공무원은 일반 직장인에 비해 2가지가 없다는 답이 나왔다.

한 가지는 정년 시 퇴직금이 없고 또 한 가지는 ‘겸직을 할 수 없다’고 했다. 다소 일리가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공무원에 대한 인사정책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참고로 독일은 공무원 기여금을 100% 국가가 지급한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은 일반국민연금의 기여금이 4.5%인데 반해 공무원연금은 2015년까지 7%에서 2020년부터는 9%로 늘어나고 지급율도 1.9%에서 1.7% 축소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공무원연금정책의 골자는 ‘결국 더 내고 덜 받는 정책’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에 덧붙여 공무원들의 연금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하향 평준화할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을 공무원연금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공적연금 강화’ 노력이 아쉽다고 했다.

앞으로 많이 연구하고 검토 보강을 해야 할 정책이며 노·사간의 합의가 잘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끝으로 자신만의 삶에 대한 철학이나 좌우명을 묻는 질문엔 단호하게 대답했다.

‘정직과 신뢰’가 최우선 아닌가요? 라고…. 사람이 정직과 신뢰의 바탕에서 욕심을 버리고 살면 모두가 행복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모든 불행과 화는 욕심에서 온다”며 자신은 자신의 분수에 맞게 경기도 6만여 명의 공무원들을 위해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참으로 푸근하고 든든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순간이었다. 세상에 가장 강성이라고 여겨졌던 거대 조합원의 대표위원장을 만났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다정하고 논리적인 아저씨와 세상사는 푸근한 대화를 하고 나서는 느낌이었다.

물속에 퍼지는 잉크처럼 어둠이 도청의 넓은 잔디밭에 내려앉는 타임에 푸근하고 훈훈한 여운을 잔잔하게 내려놓은 인터뷰였다. 경기도청 공무원들이 부럽다!

▲ 노동조합 활동을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이 있습니까?

-제가 2011년도에 노조간부로 제도권에 들어와서 선거를 5번 치렀는데 모두 좋은 결과를 보았습니다. 전국광역시도공무원노동조합연맹 1,2대 사무총장으로 당선되었고 그 이후에는 경기도청공무원노동조합 7,8,9대 위원장으로 당선된 게 가장 힘들고 보람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2015년 공무원 연금개악 저지투쟁과 30년 이상 장기재직 우수공무원 해외시찰 부활, 소양고사 폐지가 가장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소양고사 폐지는 이재명 지사님이 성남시장 시절부터 2019년 상반기 까지 실시해온 인사정책이었습니다.
노조에서는 2018년 11월부터 도지사와 인사부서에 소양고사의 불합리한 점을 알리고 소양고사 폐지를 줄기차게 요구하였으며 그해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추운 동절기에 도청 정문과 후문에서 아침 출근시간에 1인 시위를 이어갔습니다.
그 후에도 줄기차게 요구해오다가 마침내 올 하반기 노사공동협의회에서 소양고사 폐지가 결정되는 그 순간 느꼈던 짜릿함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 지금 노동조합의 현안사항은 무엇입니까

-노조에서 줄기차게 요구해온 가장 시급한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공무원 노조법 폐지입니다.
현행 공무원노조법은 헌법에서 국민에게 보장하는 노동기본권과 정치기본권을 제한하면서 권력의 하수인으로 옭아매고 있는 악법 중에 악법입니다.
그동안 노조에서는 공무원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과 정치참여 보장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투쟁하고 노력해왔습니다. 국회의원들의 립 서비스에 금방이라도 개정될 것 같았던 공무원노조법은 국회에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공무원노조를 식물노조로 만드는 공무원노조법은 공무원의 온전한 노동3권 실현과 정치참여 보장을 위해, 우리 공무원의 주권자성 확립을 위해 당장 폐지되어야할 법입니다.
노동3권중에 단결권은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는 조직을 부여했는데 현재는 6급 이하만 가능하고 감사, 인사, 조직, 예산부서 등은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없는 반쪽짜리 단결권이고, 교섭권은 노사가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교섭인데 공무원에게 가장 중요한 인사, 조직은 교섭 권한이 없어 이 또한 반쪽짜리에 불과 합니다. 행동권은 아예 공무원에게 주어지지 않은 권한이고요. 큰 기대도 하고 있지 않습니다.
민간에 있는 노조전임자 타임오프제도 적용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으로, 차라리 공무원노조법을 폐지하고 민간노조법을 적용받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무늬만 노동조합인 게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둘째는 ILO 핵심협약 비준입니다.
우리정부는 1991년 ILO에 세계 152번째로 가입한 이후 28년이 지난 지금까지‘결사의 자유’와 ‘강제노동금지’를 골자로 하는 핵심협약 4가지에 대해 아직 국회 비준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습니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정부의 오래된 국제적 약속이었고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입니다. 한국과 같이 4개 이상의 핵심협약을 비준하고 있지 않은 나라는 중국, 마셜제도, 팔라우, 투발루, 통가 등 총 6개국이 전부입니다.
앞으로 비준동의안이 국회 동의와 입법화 추진이라는 험로가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이는 공무원노동자의 완전한 노동3권 확립을 위해 그리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이 당당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써 노동 중심의 선진 사회로 발돋움하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할 최대 숙원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셋째는 초과근무수당 개정입니다.
사실 공무원의 근무환경과 가정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데 초과근무수당 개정 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5급 이하 공무원은 「공무원수당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월67시간 이내 직급별 기준 호봉의 55%(민간은 150%지급)를 시간외근무수당으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또한 1시간을 공제하고 하루최대 4시간까지만 인정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명백히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사항으로 공무원노조는 2019년 1월 정부교섭 협약을 근거로 최근까지 초과근무수당 개선 실무협의회를 정부, 전문가와 함께 운영해왔습니다.
전문가 위원들은 단계적으로 55%감액조정률을 폐지하고 67시간의 상한시간을 30~40시간으로 축소하는 중재안을 제시하였으나 정부측은 전문가 위원의 중재안을 거부하여 현재 협상이 난항에 빠진 상태입니다.
만일 초과근무수당 개정이 전문가 의견대로 수용되면 공무원의 근무환경과 일하는 방식에 혁신적 변화가 따를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가정이 행복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워라밸을 이룰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앞으로도 남은 임기동안 공무원이 변해야 대한민국이 변한다는 굳은 신념을 바탕으로 불합리한 제도 개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자합니다.
또한 공무원노동조합의 발전으로 공무원이 또 공직사회가 변하는 모습을 국민들께 보여줄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마지막으로 국민들께서 언제나 공무원노동조합을 믿고 지지해주시길 바라며,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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