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102개 대학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 발표

▲ 국가인권위원회.
【서울=서울뉴스통신】 윤대헌 기자 = 국내 대학 운동선수들의 언어폭력과 신체폭력, 성폭력 모두 초·중·고생 선수보다 무려 2~3배나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은 지난 7~10월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회원대학을 중심으로 총 102개 대학 7031명의 학생선수에 대한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그 결과 (성)폭력 경험의 경우 언어폭력 1514명(31%), 신체폭력 1613명(33%), 성폭력 473명(9.6%)에 달해 학생선수 가운데 가장 높게 나타났다. 특히 대학교 운동선수의 31%(1514명)는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이나 욕, 비난, 협박'을 들으며 생활하고 있었고, 주로 경기장(88%)과 숙소(46%)에서 선배선수(58%)나 코치(50%), 감독(42%) 등에 의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습적인 신체폭력 경험은 2010년 조사에 비해 오히려 증가했다. 대학교 운동선수 가운데 33%(1613명)는 구타 등 신체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고, 이중 15.8%(255명)는 1주일에 1~2회 이상 상습적인 신체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했다. 이는 2010년 인권위가 조사한 '대학생 운동선수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에 나타난 11.6%*보다 오히려 증가한 수치다.

또 성폭력 피해 경험자는 9.6%(473명)로, 초·중·고 선수 피해실태보다도 훨씬 높게 나타났다. 성폭력 피해는 주로 '특정 신체부위의 크기나 몸매 등 성적 농담을 하는 행위'(4% 203명, 남 3% 여 9.2%), '운동 중 불쾌할 정도의 불필요한 신체접촉 행위'(2.5% 123명, 남 2.2% 여 3.3%) 순으로 나타나 여학생이 언어적 성희롱의 위험이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가슴이나 엉덩이, 성기 등을 강제로 만짐'(1.2%), '신체부위를 몰래 혹은 강제로 촬영함'(0.7%) 등 피해의 정도가 심각한 강제추행이나 불법촬영에 해당하는 성폭력도 발생했고, 성폭행에 해당하는 '강제로 성행위'(강간)를 당한 경우도 2명이나 됐다.

대학생들의 자기결정권 침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대학교 학생선수 가운데 84%(4,184명)가 현재 대학교 내 기숙사나 별도의 합숙소 등에서 합숙 생활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선수들은 정규 운동시간이 종료되는 저녁시간과 주말에도 자유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출이나 외박이 필요한 경우 일일이 보고하거나 확인, 허가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등 항상 관리·감시·통제 속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과도한 운동량으로 학업 병행이 곤란하거나 친교, 대학활동(동아리 등) 등의 기회도 박탈당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대학교 운동선수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를 분석한 이규일 경북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는 "대학교 학생선수들의 자기결정권이 억압받고 있고, 성인 대학생으로서 누려야 하는 자율 대신 관리라는 명목으로 통제된 삶을 살고 있다"며 운동 중심의 운동부 문화 해체와 자율 중심의 생활로의 전환, 일반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는 통합형 기숙사 운영 방식으로 전환 등의 개선안을 제시했다.

한편 인권위는 16일 대한체육회와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문체부, 문체부 혁신위원회 등 체육관계자와 전문가들을 초청해 '정책 간담회'를 열고, 개선방안을 검토해 대학교 운동선수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정책권고로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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