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행안부에 '서명확인 및 인감증명 사무편람' 개정 권고

▲ 국가인권위원회.
【서울=서울뉴스통신】 윤대헌 기자 = 뇌병변장애인인 ㄱ씨는 지난 6월 활동지원사와 함께 주민센터를 방문해 인감증명서 발급을 신청했지만, 해당 주민센터 담당자는 사무편람에 따라 '뇌병변장애인 등은 통상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므로 법원에서 피성년후견제도 판결을 받아 후견등기사항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며 발급을 거부했다.

ㄱ씨는 그러나 필기 또는 말로는 의사소통이 어렵지만, 주먹을 쥐고 손을 세우는 손짓으로 '맞다' '아니다'를 표현하며 힘이 들지만 '예' '아니오'라는 짧은 대답은 가능하다. 이에 동행한 활동지원사가 주민센터 담당자에게 ㄱ씨는 '몸짓과 손동작'으로 의사표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지만, 이 담당자는 적극적인 노력은커녕 여전히 발급을 거부했다.

사무편람은 인감증명 발급 시 '본인의사 표현 여부는 다른 방법으로 담당자가 본인의 의사를 판단할 수 있다면 무방하고 의사능력은 개별적인 기준에 맞게 상황에 따라 판단'하도록 명시하면서, '정상적인 사고'에 대한 기준을 '구술 또는 필기로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및 인감증명서를 발급해 줄 것을 말하거나 쓸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행정안전부장관에게 뇌병변장애 등 장애 유형과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장애인에 대해 인감증명 발급을 거부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서명확인 및 인감증명 사무편람'(이하 사무편람)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구술 또는 필기는 사고를 외부로 표현하는 수단 중 하나이고, 구술과 필기를 못한다고 해서 정상적인 사고가 어렵다고 간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ㄱ씨와 같이 말로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장애인은 다양한 방법(수화언어, 필담, 손짓 등)을 통해 의사표현이 가능한 점, 주민센터 담당자가 ㄱ씨의 장애 정도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의사소통의 노력이 없었던 점 등을 들어 담당자가 성년후견제도를 안내하면서 ㄱ씨의 인감증명 발급을 거부한 것은 장애인을 차별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한편 '장애인차별금지법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26조는 '공공기관 등은 장애인이 생명, 신체 또는 재산권 보호를 포함한 자신의 권리를 보호·보장받기 위해 필요한 사법·행정절차 및 서비스 제공에서 장애인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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