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울뉴스통신】 이상숙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국내 경기에 대해 "작년보단 개선되겠지만 급격한 경기회복은 어렵다"고 전망하면서 "물가와 경기 상황을 봤을 때 한은이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2일 오전 한은 본부 기자실에서 기자들과 가진 신년 다과회에서 올해 경기 전망에 대해 이같이 말하면서 "미·중 무역분쟁이 성장률을 0.4%포인트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고, 반도체 가격도 급락한 여파가 컸다"고 지난해 경제를 평가했다.

이어 "올해는 지난해보다는 성장과 물가가 나아질 것으로 본다"라면서 "한국경제가 세계 10위권 경제에 편입된 상황에서 급격한 경기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소규모 경제라면 대외 여건에 따라 급반등할 수도 있겠지만, 경제 규모가 크다 보니 급반등으로 움직일때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지난해 성장률이 2.0%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는 "현재로선 가늠이 어렵다"면서 "12월 지표가 나오길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무역분쟁과 관련해선 "작년 11월 경제전망을 할 때 미중 분쟁이 완화될 것으로 전제했고, 한 달 후 결과를 보면 전망 당시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국제적인 저금리 상황 지속에 따른 자산가격 상승에 대해선 우회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이 총재는 "미국 주가를 두고 일부 시각이기는 하지만 '블로우-오프 톱'(blow-off top·가격 폭락 직전의 급등)이라는 평가도 나온다"면서 "유동성이 풍부하고 그에 따라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지나친 저금리가 가져온 부작용이 쌓여온 것이고, 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더 갈 수 있을지, 현재 위험한 수준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내년 4월 임기가 돌아오는 4명의 금통위원 교체에 대해서는 "4명이 다 바뀌는 것을 전제로 말하기는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재는 이어 4명이 모두 교체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금통위원 임명은 대통령의 인사권한으로 노코멘트 하겠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에 대해서는 당장 발행이 아닌 연구 중이라는 한은의 입장을 확인했다. 글로벌 유동성 과잉 우려에 대해서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또 지난 12월 정부의 부동산 대책 효과를 판단하기는 이르다면서도 가계부채 증가 억제 효과는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