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위급한 생명 구하는 일에 큰 보람 느껴요”

▲ 이경하 소방사가 인터뷰에 앞서 카메라 앞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수원=서울뉴스통신】 대담=김인종 편집위원장/ 글=김동초 대기자 =

출산현장서 아기 받고 병원이송 보람
가정폭력 현장 감정 격앙…구조 애먹어
3교대 근무속 한주에 하루는 24시 근무
올해 27세…이성교제? “할시간 없어요”
좌우명은 “포기하지 말자 입니다”

가끔씩 뉴스에서 접했던 119구급대원들의 긴박했던 모습들은 늘 남의 일만 같았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움직이는 인물들의 노고나 위급함이 그렇게 실감이 나지도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필자도 언젠가 연로하신 어머님의 급작스런 돌발 사고로 출동했던 그들에게 느꼈던 감동과 고마움은 아직도 커다란 빚을 지고 있는 느낌으로 항상 가슴속에 일정한 채무의식이 상존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수원남부소방서 119 구급대소방사를 인터뷰하는 순간을 무의식적으로나마 몹시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흔히 우리가 느끼는 소방관의 이미지는 엄청나게 힘이 들고 외로운 모습이다. 그래서 대부분 소방관들의 모습은 우직한 남성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뉴스나 영화 속에서 보이던 소방관들의 모습은 늘 거칠은 화염 속에서 인명을 구조해 내는 모습이 마치 지옥을 누비는 정의의 사도와도 같은 느낌이 들곤 했다. 1991년 ‘론 하워드‘ 감독이 메거폰을 잡고 ‘커트 러셀’과 ‘윌리엄 볼드윈’ ‘로버트 드니로’등 쟁쟁한 할리우드 스타들의 열연으로 제작된 영화 ‘분노의 역류’ 1편에서 받은 감동이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30여년 만에 전작의 감동을 살리려 2019년 곤잘로 로페즈 갈레고 감독의 ‘분노의 역류’ 2편이 제작되기도 했다. 그래서 더욱 더 소방관 하면 남성의 이미지가 습관적으로 오버랩 되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의 인터뷰 주인공인 이경하 소방사를 만나는 순간 고정적이었던 소방관에 대한 이미지가 순간적으로 혼돈 속에 빠졌다.

가녀린 몸매와 아름답고 섬세한 ‘耳目口鼻(이목구비)’가 거칠었던 소방관의 이미지와 너무 안 어울려 잠시 동안 느꼈던 어색함을 가다듬어야 했다. 먼저 사진촬영이 시작됐는데 마치 잡지나 서적의 표지를 찍는 느낌이 들 정도로 컷이 아름다웠다. 암튼 살짝 당황한 상태에서 박영순 남부소방서 119구급대장님과 홍보담당 이민우 소방장의 도움으로 완성도가 높은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오늘의 인터뷰 주인공인 이경하 소방사는 1993년생이다. 우리나이로 스물일곱의 아직은 앳된 모습의 대원이다. 이경하 소방사는 수원에서 초·중·고를 나와 대학에서 전공인 응급구조학과에서 무려 4년간 응급구조·외상처치학·해부학·약리학·전문심폐소생술 등 ‘인명구조’를 위한 다양하고 전문적인 수업을 받았다.

이경하 ‘소방사’는 모든 과목이 다 재미있었다고 했다. 단지 암기를 위주로 한 과목인 ‘소방법’ 등에서는 애를 먹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실습위주의 스타일임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이경하 소방사는 대학 4년 과정을 마치고 ‘소방사특채’를 준비하기 위해 ‘응급구조사 1급자격증’을 취득했고 순천향 병원 응급실에서 ‘응급처치’·응급실환자분류·환자처치 등 2년의 ‘현장임상경력’을 쌓은 후 바로 ‘소방사특채시험’에 응시해 합격을 했다고 했다.

드디어 꿈에 그리던 소방사가 되어 2018년 7월 6일 자로 정자동에 소재한 수원소방서로 발령이 났고 권선동에 남부소방서가 신설되며 119 구급대에서 보람찬 소방대원 업무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특채 출신들은 119 구급대에 가서 구급차를 타는 것이 우선이라 영통 구급대에서 근무를 하며 임산부의 급한 출산 현장으로 출동해 아기를 받아내고 기도를 확보하며 병원까지 무사히 이송을 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당시 응급처치로 받아낸 아이가 지금까지 무사히 자랐고 일 년이 지난 후 산모가 감사의 전화를 해 왔을 때 직업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아기 이름도 기억하며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모습도 보였다.

이어진 업무들은 주로 현장처치 업무로서 심 정지환자가 발생된 곳에 도착하며 ‘심’ 정지 인지 후 ‘가슴압박’·전기충격·약물투여 등 ROBC(자발순환회복) 등을 실시해 20분 안에 심 정지환자를 소생시키기도 했다고 했다.

그리고 환자를 이송 시 구급차 안에서 의사와 영상통화를 하며 지휘센터와의 교신으로 1차 의료지도를 실시하는 업무라고 말했다. 병원으로 이송을 할 때, 환자상태를 호전시키기에 최선을 다해야 했다고 했다.

언젠가 정자동소재 한 공원에서 한 남성이 운동 중 심정지가 발생, 신고를 받고 출동해 바른 대처를 통해 심장박동을 회복했고 골든타임 안에 병원으로 이송을 할 수 있었다고 보람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한편 수원남부소방서 박영순 119 구급대장의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수원에서만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환자 수는 452명이나 되었고 자발순환회복이 된 환자는 63명으로 약14%로 경기도 전체의 12%를 넘어선다고 했다.

또한 외상환자가 발생해 긴급출동을 한 업무로 권선구 소재의 한 아파트에서 10세 초등학생이 7층에서 떨어져 내상과 다발성 골절 상태였다고 했다. 이경하 소방사는 현장에서 부목 등을 사용해 상처 악화를 막고 기도유지와 산소공급을 시도하며 병원으로 무사히 이송시켰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주로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대원들은 환자의 보호, 응급처치는 물론 보호자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그들을 안정시키고 위로하는 업무를 동시에 병행한다고 했다. 물리적인 응급조치는 물론 심리적인면도 상당히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는 게 박영순 구급대장의 설명이었다. 충분히 일리가 있고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공감대가 진하게 드는 순간이었다.

근무 중 힘들었던 순간을 묻자, 고등동쪽에서 신고가 접수 돼 출동했었을 때 조선족의 가정에서 주취폭력이 발생했고 당시 통제가 불가능한 위험한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게 두렵고 고통스러웠다고 토로했다.

가정폭력이 발생하면 주로 친족 간의 관계로 현장에서 접근성의 한계가 있고 감정이 극도로 격앙된 상태라 구조에 상당한 어려움을 느꼈다고 했다.
소방사의 업무일상에 대해 묻는 질문엔 출근하자마자 소방차량의 상태를 점검하고 청소를 실시하며 공람확인을 통해 신속하게 사고 발생에 대비하며 소방행정업무에도 항시 대응을 하고 있다고 했다.

3교대 근무가 이루어지며 1주일은 주간, 2주일은 야간, 비번·야번을 반복한다고 했다. 또한 주간 1일은 24시간 근무를 하기도 한다고 했다. 농담처럼 묻는 ‘이성 교제’에 대한 여부를 묻는 질문엔 ‘애정전선’을 돌볼 만큼 여유가 없다고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소방사로 입문해 지금까지 1년 반 동안의 업무소회를 묻자 자신은 생명을 구하는 게 몹시 자랑스럽고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일반직생활은 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지금의 ‘소방사’ 직업이 천직인 것 같다고 진지하게 말하기도 했다. 참으로 담담한 모습이 나이를 뛰어넘는 느낌이다.

독도에서 추락한 119 구급대 소방대원들 중 여자 대원의 이야기도 하며 부모님의 걱정 등 안전에 대한 우려를 묻자 부모님들은 늘 걱정과 염려를 하시지만 지금은 본인의 선택을 믿고 맡기시는 편이라고 했다. 세상 부모들의 자식에 대한 걱정은 자식이 어떤 직업을 갖든 걱정은 당연한 것이라는 투였다. 대견해 보이기도 하는 순간이다.

이경하 소방사는 아름다우면서도 서정적인 모습의 소유자다. 저런 여린 모습에 어떻게 현장의 참혹함과 위급함을 견디는지 의아한 생각도 잠시 스쳐지나가기도 했다. 아마 직업에 대한 사명감이 없다면 견뎌내기 어려운 직업이라는 느낌이 맞을 것이다.

가족관계는 어머님과 아버님, 그리고 32세가 된 언니가 있다고 했다. 아버님은 삼성의 벤더로 무난하게 사회생활을 하시는 분이며 언니는 일반회사에서 열심히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평범하고 온화한 가정 속에서 자라온 인물임이 느껴지기도 했다.

인터뷰 말미 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엔 트리플 세이버(triful saver)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라고 한다. 하트세이버, 브래인세이버, 트라우마세이버(hart saver, brain saver, trauma saver) 등 3대 자격증을 취득해 추락이나 교통사고 등을 겪은 환자들을 적절하게 치료해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위치로 이끌어 주는 업무를 하고 싶다고 했다.

감동어리고 뭉클한 인터뷰가 종반에 이를 즈음 이경하 소방사만의 삶에 대한 ‘좌우명‘을 묻자 역시 소방사의 직업에 어울리는 대답이 나왔다. 그것도 주저함이 없이….

“포기하지 말자”입니다. 라는 대답이다. 때론 두렵고 힘들 때도 있지만 자신이 포기하면 한 생명이 사라질 수 도 있기 때문에 사명감이 두려움을 넘어선다는 대답이다. 이경하 소방관은 DNA속에 희생정신이 녹아 있는 인물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경하 소방사같은 이들로 인해 반드시 사회가 좀 더 안전해지고 훈훈해질 것이다. ‘이경하 소방사’ 아름다우면서도 든든한 인물이다.

저작권자 © 서울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