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치아를 드러내고 함박웃음을 짓는 매일이기를

▲ 이영길 수원예총 회장.
【수원=서울뉴스통신】 김인종 기자 = 우리는 태어나 걸음마를 배우고 걷고 뛰면서 늘 꽃길만 걷는 꿈을 꿔 왔었지만, 어디 삶이, 그리 호락 하던 때가 있었던가. 올라야 할 험난한 산길도 있었을 것이고 혹은 내리막과 신작로와 비바람 부는 태풍의 흙탕길, 눈보라 치는 빙판길 등을 헤쳐 나와야 하는 상황이 다반사였을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걷다보면 바지 걷어 부치고 맨발로 건너야 할 도랑물도, 죽을힘을 다해 헤엄쳐 건너야 할 내와 큰 강도 만났을 것이다. 돌아보면 그렇게 걸어온 것이 우리들의 삶이고, 이는 빠르건 늦건 반드시 경험해야 하는 거스를 수 없는 통과의례이자 무게였을 것이다.

아울러 매순간이 어떤 상황과의 관계지음이고 그로인한 결과의 연속이라는 것을 그 긴 시간을 통해 충분히 확인하였을 것이다.

물은 높은 곳에서 출발하여 낮은 곳으로 향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인위적으로 가두려 하면 머지않아 그 장애물을 넘어 뚫거나 허물고 지나든지 아니면 우회하여 새로운 길을 개척하여 흐른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스스로를 기화시켜 안개가 되거나 구름이 되어 넘어서고 무게를 더한 그것은 비가 되어 처음의 그 길 위에 자신을 더하고 남은 여정을 이어간다.

누구도 가늠 커나 눈치 채지 못할 은밀한 움직임을 통해서 말이다. 언제 그랬냐는 듯 처음 그때와 같이 낮은 그 곳을 향하여 자기 길을 가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자연의 힘이자 자신을 이기고 매진하는 극기상진(克己常進) 정신의 다름 아닌 것이다.

따라서 인간에게 있어서 자연은 정복하거나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기대고, 의지하고, 지탱하며 사는 관계지음이자 그 속에서 성립되는 아름다움인 것이다. 막으려는 자(인간)와 넘어서려는 자(자연) 간의 이기고 지는 승부가 아닌 서로를 이해하고 상생하고자하는 궁극의 가치인 것이다.

사회에 만연해 있는 반목과 질시, 내편 네편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그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다. 현재를 사는 우리는 그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다고 생각해 내 것이 아닌 것에 집착하기도 하고 빼앗으려 욕심을 낸다. 우리가 자연을 통해 배워야 하는 이유는 그 자연스러움이다.

억지로 묶어두려는 노력이나 얻고자 하는 욕망도 결국은 다 흘러가버리게 마련이다.

그러기에 나를 이겨 매일 정진한다는 것은 결국은 사리사욕을 버리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숨 가쁘게 지나온 한해를 한순간 긴 한숨을 몰아쉰 그 끝에서 돌아보니 삶의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임중도원(任重道遠)이 따로 없었던 것 같다.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건만 스스로가 조바심하며 섣부른 결과를 구하느라 예단하는 우매함은 왜 그리 많았는지..., 그러니 혼자 보다는 더불어서, 애면 불면보다는 천천히 생각하고 쉬엄쉬엄 행동하는 지혜를 함께 모으는 것도 다가오는 새해를 더불어 즐겁게 맞이하는 방법이자 방편이 될 것 같다.

다 아는 바와 같이 세상이 별 수고로움 없이 얻어지는 것이 단 하나도 없다. 아무리 바빠도 신발 끈은 단단히 동여매고 마음의 창을 굳건히 다스리고 난후 그 출발 선상에서 2020년 경자년(庚子年) 새해를 출발했으면 좋겠다. 올해는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흰쥐의 해라고 한다.

올 일 년도 우리 모두에게 상서로운 기운이 넘치는 매일이었으면 좋겠고 도전함에 있어서도 포기하지 않는 나날의 연속 속에서 무사평온과 그 뜨거운 꿈의 이뤄짐이 있었으면 좋겠다.

올 한해도 우리들의 삶이 이해인 수녀의 ‘희망에게’라는 시 귀의 한 구절처럼 매순간 하얀 치아를 드러내고 함박웃음을 짓는 매일 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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