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시인, 전 경기적십자사 회장)

【수원=서울뉴스통신】 김인종 기자 = 문인은 위대한 실존이고 문학은 숭고한 가치다. 문인이 품위를 잃으면 문학의 가치도 절하된다.

수원문인협회장을 역임한 이창식, 밝덩굴, 윤수천, 임병호, 김훈동, 김현탁, 이순옥,안희두 등 여덟 명 전원이 수원문협 탈퇴를 선언한 지 8개월 만에 정상화됐다. 회장단 직선제 정관개정 등을 포함한 운영상의 문제점을 개선할 것을 촉구했다.

그 후 언론인 출신 이창식 전 회장이 수원문협정관개정위원장을 맡아 7개월여 작업 끝에 임시총회에서 찬성 49, 반대 3표로 민주적 절차에 의거 압도적으로 통과되어 새 정관에 따라 제29대 정명희 회장이 선출되었다.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두 명의 회장이 연이어 중도사퇴하고 직무대행체제로 몇 개월 운영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 모두가 수원문협 창설 52년 만에 처음 겪는 일이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이어지지 말아야 한다.

흐트러진 문협의 모습을 올바로 세우는 기초법규인 정관개정에 참여한 위원들의 노고를 칭찬한다. 역사는 단절되는 것이 아니고 이어지는 것이다. 잘 된 것은 이어가 수원문협의 명예를 드높이는 축적된 자산이 되기 바란다.

신임 회장단과 전직 회장들이 한 자리에 모여 향후 문협의 진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많은 문제가 도출됐다. 문학인의 집 운영, 잡다한 문학상 정리, 수원문학 발간, 신입회원자격, 문학의 완성도를 높이는 문제 등을 논의하며 앞으로는 공감과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문협을 이끌어 갈 것을 당부했다. 수원문협은 전국 180개 문협 가운데에서도 우수한 문협으로 인정받아왔다. 전국문학인 대표자 대회도 개최한 문협이다. 그만큼 무게감 있는 문협이 아닌가.

윤수천 시인은 “문협은 떼로 몰려다니며 으쌰으쌰하는 곳이 아니다. 문학은 혼자서 하는 것이다. 외로움 속에서 문학의 꽃이 피어난다.”라고 했다. 문인은 혼자 힘으로 깨쳐가며 글을 쓴다. 글쓰기만큼은 어떤 순간에도 한 번도 양보하지 않는다.

문인이 낡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스스로를 다그치며 작품을 써야 한다. 평범한 체험에서 비범(非凡)을 발견하는 사색으로 삶을 윤택하게 하는 문학의 역할을 깨닫게 하는 말이다. 문학을 통해 성숙된 문인으로 나아가는 자신을 발견하는 기쁨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보람이다.

문인들의 독서습관이나 창작 방식, 작품 구상 과정 등을 들쳐 내는 일도 필요하다. 다양한 사람으로 구성된 다채로운 세상처럼 작가들도 자기만의 생각과 방식과 고집으로 글을 써나간다. 그래서 문인들은 개성 있는 작품을 풍요롭게 누릴 수 있다. 누구나 완벽함을 꿈꾼다.

문학이야말로 모순과 모호함과 창조적 재생을 특성으로 하는 인간 정신의 보루(堡壘)다. 수원문협에는 전업 작가도 드물다. 작품을 쓰거나 문학에 전념할 수 없는 것은 대부분의 문인들이 생활을 버틸 여력이 없기에 그렇다. 그나마 활동하는 문인들은 세상에 예리한 틈을 내고 자기 세계를 쌓은 이들이다.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소식이 들리지 않는 문인들을 깨우는 작업도 필요하다. 문인은 즐길 수 있을 때까지 글쓰기에 익숙해져야 한다. 휘둘리거나 흔들리면서도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과 작가적 철학을 늘 새롭게 다잡아야 할 것이다.

가볍고도 꽉 찬 느낌이 드는 2020년 숫자처럼 신임 정명희 회장에게 어울려 기대가 된다. 국내 굵직한 문학상을 거머쥐는 문인이 나와야 한다. 범속한 시민들은 문단이란 ‘그곳’에 잔뜩 화가 나 있다.

매우 다양한 생각을 담은 문인들이 펜을 들고 글을 쓸 자기 나름의 길을 찾아내도록 분위기를 이끌어가야 한다. 이미 정명희 회장이 내건 10대 공약을 하나하나 실천에 옮기다보면 제29대 정명희 회장이 내건 슬로건 “도약하는 인문지성 클린 수원문협”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본다.

문학인으로 존중받는 풍토조성, 공정한 회계처리, 작가의 산실로서 분위기 쇄신, 수원시민들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 내실 있는 문협활동 추진 등 공약을 통해 소통과 화합과 배려로 문인들을 환히 아우르는 수원문인협회장이 되길 바란다.

저작권자 © 서울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