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필 10여개 제작 "권력과 금력에 아부하는 곡필…왜곡과 허위보도를 독사처럼 쏘아대는 곡필…부정과 부조리 불의에 타협하다 못해 뼛속까지 썩어 문드러진 '부필(腐筆)'…직필의 모습이나 속은 부패하고 썩어 문드러진 '가필(假筆)'"

뉴스로 로창현 기자
뉴스로 로창현 기자

【 서울뉴스통신 】 서울뉴스통신 편집국 = 뉴욕에서 활동하는 서양화가 조성모 작가가 언론을 풍자하는 연필 입체 조형물을 공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10일부터 30일까지 뉴욕 '갈라 아트 센터(Gala Art Center)'에서 열고있는 '자연의 캔버스 & 지구의 마지막 연필(Nature as a Canvas & The Last Pencil on Earth)'전을 통해서다. 

세계 최초의 연필 조형물 시리즈인 연필 입체작품은 '지구의 마지막 연필'과 '지구 최초의 전자펜(The First Electric Pen on Earth)' 등 대형작품 두 점과 다양한 형태의 연필작품들과 진짜 연필을 매치한 두 개의 뮤지엄박스다.

조성모 작가의 통렬한 언론 풍자(諷刺)는 바로 이 뮤지엄 박스 안에 작은 비밀이 숨겨 있다. 뮤지엄 박스는 각각 3개의 연필이 있다. 하나는 색깔 있는 몽당연필(길이 27cm)을 형상화한 작품과 작은 연필작품, 그리고 진짜 연필, 다른 하나는 색깔 없는 몽당연필(길이 21cm)과 작은 연필, 진짜 연필이 매치돼 있다.

문제의 연필은 색깔없는 몽당연필 뒤로 매치된 휘어진 연필이다. 이름하여 '곡필(曲筆)'이다. 굽을 곡(曲)자와 붓 필(筆)을 조합한 곡필은 사실을 바른대로 쓰지 않고 굽혀서(왜곡해서) 쓰는 것을 이른다. 글을 쓰는 모든 사람들을 지칭하지만 대표적으로 사실을 사실대로 쓰지 않고 왜곡해서 쓰는 언론과 언론인을 칭하는 단어다.

사실과 진실을 보도하고 공정과 객관을 유지하는 언론이 '직필'이라면 '곡필'은 출세를 위해 학문(소신)을 굽혀 세상에 아부(阿附)하는 '곡학아세(曲學阿世)'의 전형이다. 가까운 과거엔 사이비언론이라고 했고 요즘 말로 하면 '기레기(기자 쓰레기)'인 셈이다.

이땅에 근대화된 신문이 도입된 이래 언론은 정론직필의 기개 넘치는 지사형 언론인이 있는가하면 입신영달(立身榮達)을 위해 나라를 팔고 불의와 타협한 곡필배(曲筆輩)들이 있었다.

연필의 형식을 무너뜨리는 조성모 작가의 곡필은 '사랑마운틴'에서 구한 천연 재료들과 작가적 상상력, 시대의 불의에 분노하는 예술인의 매서운 직관(直觀)이 낳은 산물이다.

곡필 작품은 사실 이것만이 아니다. 이번 전시엔 한 개의 곡필만 선을 보였지만 이미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곡필들을 10여개 제작해 놓았다.

완쪽부터 부필(썩은연필), 곡필, 직필(몽당연필) 작품 (사진 제공 = 뉴스로)
완쪽부터 부필(썩은연필), 곡필, 직필(몽당연필) 작품 (사진 제공 = 뉴스로)

마치 뱀처럼 구불구불한 곡필이 있는가 하면 코브라처럼 휘어진 몸을 곧추 세운 곡필도 있다. 전자가 권력과 금력에 아부하는 곡필이라면 코브라 곡필은 왜곡과 허위보도를 독사처럼 쏘아대는 고약한 곡필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썩은 연필'이다. 부정과 부조리 불의에 타협하다 못해 뼛속까지 썩어 문드러져 배배 꼬이고 흉측한 몰골만 남은 부패한 연필 '부필(腐筆)', 그런가하면 얼핏 직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속은 부패하고 썩어 문드러진 가짜 연필, '가필(假筆)'도 있다.

분단적폐 기득권적폐, 토착왜구의 정체성을 보이며, 아무렇지도 않게 허위 기사를 써갈기는 자들과 유투브를 통해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세력이 가짜 연필, 가필인 셈이다.

중견 화가로서 뉴욕 화단에 잘 알려진 조성모 작가가 이처럼 놀라운 작업들을 하고 있지만 는 그는 전혀 정치적인 인물이 아니다. 진보도 보수도 아니며, 다만 상식과 양심에 따라 성실하게 생활하는 보통 시민일뿐이다.

조성모 작가는 뮤지엄 박스 전시작에 대해 "뮤지엄 박스 안의 작은 공간에 실제 연필과 창작된 다른 크기에서 오는 시각적인 또 다른 경험을 갖게 하고 같은 공간의 하모니와 균형을 생각하며, 여러 형태의 연필을 통해 작금의 언론의 사회적 영향에 대해 은유적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업을 하면서 권력에 아첨하고 심지어 허무맹랑한 가짜 뉴스들을 퍼뜨리는 것을 보고 자연스럽게 정론직필의 정통 언론인들과 사이비 곡필 언론꾼들을 비교하는 연필 작품들을 구상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유투브 등 SNS의 뉴미디어 시대를 맞아 곡필의 사회적 문제는 단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성 언론은 물론, SNS를 통한 1인미디어 등 사실상의 언론 활동을 하는 모든 이들의 보도가 눈부신 전파속도로 인해 엄청난 나비효과를 일으키는 세상이 되었다. 조성모 작가의 독창적인 '연필 시리즈'가 향후 국내외에서 더욱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뉴스로 로창현 기자)

 (사진 제공 = 뉴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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