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전 경기적십자사 회장.
김훈동 전 경기적십자사 회장.

문화는 몸과 마음을 지니고 있는 기호(記號)다. 그것은 암호처럼 해독하는 이에게만 그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문화와 예술은 우리 삶 가까이에서 어울어진다. 수원문화재단이 출범 10주년을 맞았다. 문화⦁예술 확장의 부푼 꿈을 안고 닻을 올렸다. 필자는 재단 출범 당시부터 이사를 맡고 있어 감회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재단은 ‘수원에 있다. 문화와 도시를 잇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다양한 기념사업을 펼친다. 올해는 수원시가 특례시로 얼굴을 바꿔 광역도시로 나아가는 해다. 그에 걸맞은 사업들이 이어질 예정이다. ‘수원특례시와 문화⦁예술도시 수원의 미래’라는 주제로 포럼이 상반기에 열린다. 하반기에는 지난 10년간의 발자취를 정리한 기념백서를 발간한다. 재단의 비전과 미래 계획을 제시할 중장기(2023~2027년)발전 계획 연구용역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수원특례시와 포스트 코로나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정책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예술인과 예술단체와 문화⦁예술지원사업의 발전 방향도 함께 머리를 맞대고 모색한다. 수원문화재단 길영배 대표이사는 “수원특례시를 대표하는 문화 플랫폼의 역할을 다하고자 낮은 자세로 시민들게 밀도 있게 다가가겠다.”고 밝혔다.

세상에 주먹구구식으로 되는 일은 없다. 문화사업은 옛날 같은 ‘하이 리스크(high lisk), 하이 리턴(high return)’에서 벗어나 ‘로 리스크(low lisk), 하이 리턴’으로 나아가려면 불같은 예술의 가슴에 얼음처럼 찬 기획력과 기술력의 머리가 뒤따라야 한다. 문화는 목소리가 큰 시민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독창성과 개성, 꿈과 끼를 지니고 넓은 세계로 비상하려는 이들에게서 살아난다. 우리는 아무리 땅을 파봐야 석유는 나오지 않는다. 뚫어야 할 시추공(試錐孔)은 바로 시민의 머리와 가슴이다. 묻혀 있는 시민들의 창조력이야말로 문화⦁예술도시 수원의 잠재력이자 번영을 담보하는 자원이다. 문화는 경계가 없다. 가로막는 담도 없다. 그렇다.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머리가 굳은 시민들이 ‘소프트(soft)’ 해져야 ‘소프트 수원’이 된다. 그렇지 않으면 영영 역사의 플랫폼에 홀로 남게 될지 모른다. 유전자는 하늘이 주신 것이지만 그것을 소프트 파워로 만든 것은 시민의 힘이다. 세상은 부국강병(富國强兵)의 하드 파워에서 문화의 소프트 파워로 옮겨가고 있지 않은가.

지방분권시대다. 문화분권에 대한 역할 역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10년차 수원재단도 숱한 관문에 가로막혀 쉽지만은 않았다. 문화사업 집행에 대한 권한부족, 지자체 산하기관이 가지는 한계에 부딪혀서다. 하지만 재단은 많은 문화⦁예술사업을 벌려 일상의 문화가 삶이 되는 수원을 일궈냈다. 시민들과 전문 예술인들과의 소통에 방점을 뒀다. 문화관광체육부의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됐다. 문화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오명(汚名)도 지웠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새로운 일상에 맞춰 비대면 형식으로 끊임없이 다가갔다. 특례시 위상에 맞는 문화⦁예술도시로 성장하기 위해 다양한 명제를 갖고 시민들과 소통하며 다채로운 사업을 펼쳐가길 바란다. 구석구석 문화의 홀씨가 번져 남녀노소가 웃음꽃 활짝 피어나게 해야한다. 시민들은 문화⦁예술 활동에 단순 참여로 머물지 않고 함께 기획하고 참여하는 시민축제의 주인공이 되는 프로젝트를 만들어 가야 한다. 시민들의 문화적 삶을 추구하는 수준이나 참여 열망은 수원화성문화제를 통해서도 드러났다. 수원은 넓고 인구도 많다. 4개 구청 간 문화격차를 해소하는 일도 중요하다. 원래 예술가들의 하는 일은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니 뭘해도 불순해 보이는 것이 세상이치다. 위축된 예술가들에게 지속 가능한 맞춤형 창작지원사업을 지원하고 연습실, 전시실, 창작실 등 문화공간을 제공하는 일도 뒤따라야 한다. 누구나 공감하고 참여하는 문화⦁예술도시를 만들어 가야한다. 이러한 수사(修史)를 끌어모을 중심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하면 시민과 문화⦁예술의 교차점을 만들기가 버거워진다. 문화가 도시를 숨쉬게 한다. 수원특례시민들이 일제히 일어나 ‘새로운 문화와 예술의 도시’를 맞이하는 기립 박수 소리가 들려오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서울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