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자녀 특혜 채용’ 감사원 감사만 수용…與, '불복'으로 해석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2일 오전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리는 고위직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 관련 위원회의 참석해 눈을 감고 있다. 2023.06.02. / 서울뉴스통신 이민희 기자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2일 오전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리는 고위직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 관련 위원회의 참석해 눈을 감고 있다. 2023.06.02. / 서울뉴스통신 이민희 기자

【서울 = 서울뉴스통신】 신현성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여권의 계속된 압박에 ‘고위직 간부 자녀 특혜 채용 문제’에 대해서만 감사원 감사를 수용했다. 그러면서 감사원 감사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기로 했다. ‘전면 감사 수용’을 내걸었던 국민의힘은 사실상 ‘불복’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때문에 현 선관위 체제로는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없다고 판단한 국민의힘과 ‘선관위원 전원 사퇴’ 없이 ‘일부 감사’를 수용한 선관위 간 갈등이 격화될 전망이다.

선관위는 9일 오후 2시께부터 3시간40여 분간 노 위원장 주재로 전원회의를 가진 결과,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한해 감사원 감사를 부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선관위는 장고 끝에 ‘고위직 간부 자녀 특혜 채용 문제’에 대해서만 감사원 감사를 받기로 했다. 자녀 특혜 채용 문제에 대해 국민적의혹이 큰 만큼 의혹을 조기에 해소해 내년 총선을 준비할 수 있도록 ‘특단의 조처’를 했다는 설명이다.

선관위는 다만 감사원 감사 범위가 불확실하다고 보고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으로 청구하기로 했다. 행정부 소속인 감사원이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규정된 선관위의 고유 직무를 감사하는 행위가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06.08. /서울뉴스통신 이민희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06.08. /서울뉴스통신 이민희 기자

국민의힘은 선관위의 결정을 사실상 ‘오만한 발상’, ‘불복’으로 해석하고 규탄에 나섰다.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해 국민의힘 의원 30여 명은 이날 오후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선관위 규탄대회를 갖고 선관위를 향해 이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당초 국민의힘 의원들은 과천 선관위를 찾아 규탄대회를 열려 했지만 국회에서의 규탄대회로 계획을 변경했다.

김기현 대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할 선관위가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전원 사퇴한다고 해도 신통치 않을 선관위가 뭘 주장할 게 있다고 요거는 받고 저거는 받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무슨 권리로 그렇게 막 결정하는 건가”라고 질타했다.

김 대표는 “선관위는 헌법 위에 있고, 선관위는 법률 위에 있고, 자기들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만약 선관위가 전면적인 감사원 감사를 거부한다면 ‘감사원법 위반죄’로 고발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반쪽짜리 결정”이라며 “국가 공무원으로서 최소한의 사명감이라도 있다면 선관위의 명백한 불법 의혹과 국민의 지엄한 평가에 대해 먼저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께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도 “선관위가 스스로 명예를 지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결국 걷어찼다. 일말의 양심도 없는 낯 두꺼운 행태”라며 “어떤 감사를 할지는 감사원이 결정할 문제이지, 선관위가 어떤 감사를 받을지 선택할 권리도, 자유도 없다”고 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간사인 이만희 의원은 “선관위의 일탈과 폭주가 극에 달하고 있다”며 “감사원 감사를 부분 수용하면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다고 하는데, 참으로 오만하고 뻔뻔한 선관위의 자세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2일 오전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고위직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 관련 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2023.06.02) / 사진 = 서울뉴스통신 이민희 기자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2일 오전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고위직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 관련 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2023.06.02) / 사진 = 서울뉴스통신 이민희 기자

지난 대선 당시 코로나19 확진자 소쿠리 투표로 뭇매를 맞았던 선관위가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북한 해킹 은폐 의혹, 업무추진비 부적정 사용, 선거철 휴직자 증가 등 내부 부조리 정황이 계속 드러나면서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5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노태악 선관위원장과 선관위원 전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7일에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8일에는 국민의힘 중앙청년위원회가 항의 방문했다.

국회 차원에서도 자녀 특혜 채용과 북한 해킹 은폐 의혹 국정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압박 강도를 높이기 위해 정부여당이 원치 않았던 ‘후쿠시마 오염수 청문회’와 선관위 국정조사를 맞바꿨다는 해석까지 나왔다.

국민의힘은 나아가 ‘선(先) 감사원 감사, 후(後) 국정조사’를 당론으로 정하며 감사 전면 수용을 재차 촉구했다.

게다가 국민권익위원회가 최근 7년간 선관위 내 특혜 채용과 승진 등 채용 비리를 중점적으로 조사할 계획이어서 선관위의 위기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앞으로 선관위가 감사원의 전면적 감사를 수용할 때까지 국민의힘은 지속적으로 감사의 필요성과 국민적 공분을 주장할 것”이라며 “필요할 경우 다음주 지속적으로 투쟁 강도를 높여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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