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 … 고통 속에 신음하는 이들의 편에 선, DJ의 정치적 신념 승계자

▲ "소멸위기에 처해 있는 농촌을 살리기 위해 젊은 세대의 귀농과 귀촌을 장려하겠다"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인 설훈 국회의원.

【서울=서울뉴스통신】 이상숙 기자 =
농촌이 소멸위기에 처해 있다. 농축산물 수입 급증, 국민 식생활의 변화, 고령화에 따른 농촌 인구 절벽 등으로 인해서다. 농업은 국가와 민족의 생존 문제와 직결된다. '농자지천하지대본'은 옛말이 아니다. 현대에도 여전히 적용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간 농업의 중요성을 간과해왔다. FTA 개방 때도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였다. 자동차·철강·전자산업의 보호 및 진흥이 명분이었다. 이제 더 이상 농업의 희생은 없어야 한다. 농업의 발전을 위해 국가가 적극 지원 정책을 펼쳐야 할 때다. 2018년도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은 지난해보다 약 109억 원이 늘어난 14조4996억 원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에게 근황과 농축산 정책을 듣는다.

■'무허가 축사' 적법화, 1년 3개월 유예
"요즘 '가축분뇨법' 때문에 특히 바빴어요. 축산관련단체협의회(회장 문정진) 소속 단체장들이 2월 7일부터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무허가 축사 적법화 해결을 요구하며 단식 투쟁에 돌입했거든요. 상임위가 환경노동위원회여서, 환경부장관과 대화했어요" 개정된 가축분뇨법이 잘못됐으며, 행정당국의 일 처리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는 설훈 위원장.

"적법화를 하지 않은 농가에 '사용중지'나 '폐쇄명령' 등이 내려지면 축산을 포기하는 농가들이 많이 나와요 이 경우 육고기의 가격이 급등해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된다고 경고하기도 했어요"

아울러 "얼마 남지 않은 무허가 축사 적법화 기한을 우선 연장하고,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3년 유예를 주장했으나, 1년 3개월 유예기간을 주는 것으로 정리 되었어요"크게 만족하지는 않지만, 한시름 놓았다고 했다.

'가축분뇨법'은 축사에 분뇨 처리시설을 갖추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무허가' 축사로 규정해 폐쇄 명령 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2014년 '가축분뇨법'이 개정됨에 따라 무허가 축사들은 3월 23일까지 '적법화'를 완료해야 한다. 그러나 2017년 12월까지 적법화가 완료된 농가는 총 6만190호 중 8066호밖에 안됐다. 완료율이 13.4%에 불과했다.

'가축분뇨법' 상임위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월 23일 환경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가축분뇨법)의 시행을 추가 유예하는 관련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소위는 3월 24일 이내에 간소화된 방법으로 허가를 신청하거나 신고하는 농가는 적법화에 대한 의지가 있다고 보고 이들에 한해서 별도의 이행기간을 부여했다. 특히 이 기간 동안에는 허가취소, 벌칙 등의 적용을 제외토록 한다는 게 법안의 주요 골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 설훈 국회의원 대담장면.

■농업에 대한 지원 규정, 헌법에 반영
농업의 위기와 4차 산업혁명기를 동시에 맞았다. 경영과 효율만이 아닌, 공익적 역할을 수행하는 농업으로의 농정패러다임 전환이 이루어져야 할때다.

최근 농업의 공익적 가치가 헌법에 반영돼야한다는 서명운동이 1000만 명을 넘었다.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니, 개헌 최적기로 볼 수 있다.

"국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농업에 대한 지원 규정을 헌법에 반영하는 일입니다. 농업에 대한 국가의 안정적 지원을 확보하기 위한 일이죠"라면서 이후 정책적 차원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한국형 스마트팜(농사 기술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여 만들어진 지능화된 농장)개발, 적극적 귀농·귀촌 정책을 펴나갈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개헌안에 반영돼야 할 농. 어촌 관련 이익 및 현안에 대해 먹거리 생산 및 소비에 관한 국가의 의무를 신설한다고 했다.

"이번 개헌에는 ▲먹거리의 소비자인 국민의 권리와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는 조항 신설, ▲먹거리의 생산자인 농민의 권리와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는 조항 신설, ▲농업의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에 관한 조항 신설, ▲경자유전의 원칙 조항 유지와 강화, ▲헌법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농어업 관련 조항을 통합·정리하는 작업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즉 국민의 생존과 직결된 먹거리 문제에 있어 국가의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농어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하여 농어업에 대한 국가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2016년 12월 3일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

■젊은 세대의 귀농·귀촌 장려
설훈 위원장은 농촌이 부강해지려면, 농업인의 경영 사고가 젊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따라 국회가 청년들의 귀농귀촌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젊은 세대의 귀농·귀촌이 농촌의 문화와 경제적 토대를 바꿔낼 수 있을 것입니다. 청년 농업인과 귀농 귀촌인을 위해 '귀농·귀촌진흥법'이나 '특별법' 등을 마련할 생각입니다"

2018년도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에서는 청년농업인 영농정착 지원금과 경영실습 농장 및 농지임대 지원을 연계해 패키지로 지원하는 등 청년 농업인에 대한 지원이 최대한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18일 생명산업과학기술대전 참석.

■ 쌀값 현실화 카드로 북한 지원도 고려
설 위원장은 쌀값 현실화를 위해 북한 지원도 고려하고 있다. 유엔 WFP(세계식량계획) 조사에 따르면 북한 5세 미만 어린이 10명 중 3명, 약 28%가 만성영양실조 상태다.

이중 4%가 급성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 북한은 유엔 FAO(식량농업기구)가 지정한 '외부지원이 필요한 식량부족국가' 37개국 중 하나로서, 국제사회 대북제제 영향이 커지면서 올해 북한은 극심한 식량난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북한 인구 1000만명이 영양부족을 겪을 것이란 분석도 있어요. 인도적 차원에서 국내 쌀 초과공급량을 북한에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대북 쌀 지원은 '쌀값 안정'과 '인도적 지원'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와 남북간의 화해를 구축할 수 있는 정책이기도 하고요"

특히, 국내 쌀 재고량이 줄어 보관 비용도 절감할 수 있고, 효율적인 수출방법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된다면서 쌀값 현실화 의견을 제시했다.

지난해 10월 1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 현장.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3번 투옥
설 위원장은 1953년 경남 창원에서 독립유공자이자 시인인 설철수 옹의 3남으로 출생했다. 마산중·고등학교를 졸업, 1974년 고려대 사학과에 입학했으나, 우여곡절끝인 2000년 2월 26년만에 졸업했다.

대학 입학 후 유신반대 시위를 주도하다 1975년 고려대학교에서 제적당하고,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3번 투옥되어 2년여의 감옥생활을 했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으로 투옥 7년 선고받고 2년 6개월의 감옥생활을 하였고, 2003년 1월 재심을 통하여 23년 만에 무죄판결을 받았다.

1985년 김대중 총재의 비서로 정치를 시작, 평민당 마산지구당 위원장, 성북갑 지구당 위원장, 김대중 총재 보좌관, 민주당 새정치국민회의 수석 부대변인을 역임했다.

도봉을 선거구에서 15대, 16대 국회의원에 당선되었고, 2004년에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며 총선 불출마 선언했다. 이후 중국 북경대학교 아태연구원의 객원연구원으로 1년간 유학했다. 19대 국회의원을 거쳐, 경기 부천시 원미구을에서 20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현재 지역구인 원미구는 농어촌과 무관하게 아파트만 들어차 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지 않았더라면 농민들의 마음, 어민의 상황, 축산업과 수산업의 상황을 모를뻔했어요" 그런면에서 그는 '행운아'라고 말했다.

"농림축산과 식품, 해양수산 분야는 국가안보만큼 중요합니다. 국가안보를 놓고 여야가 있기 힘들 듯 농수축산식품과 해양수산 발전에 여야가 뜻을 함께 해야 해요" 설 위원장은 농수축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분들이 조금이라도 살기 좋아지고, 형편이 나아지는 방향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1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 현장.

■정치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하늘이 바로 국민
동교동계의 막내로 불리는 설 위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정치를 이해하고, 정치를 어떻게 하는지 가르침을 받았다고 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정신과 정책을 이어받았습니다"라면서, DJ 정신을 승계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정치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국가가 나서서 도와주지 않으면 삶을 버텨내기 어려운 중산층과 서민들이 너무 많습니다. 저는 그런 분들이 희망을 가지며,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한 수단이 될 것입니다"라면서 정치철학을 설명했다.

설 위원장은 "정치적 스승인 김대중 대통령께서도 '우리에게는 국민 이외의 믿을 대상이 없다. 하늘을 따르는 자는 흥하고 하늘을 거역하는 자는 망한다. 하늘이 바로 국민이다'라고 말하셨습니다. 저 역시 국민을 위한 길을 갈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당내에서 가장 오래된, 군번 1호격인 정치인다. 당 경험이 많아도, 그가 사람들에게 제일 듣고 싶은 말은 '국민을 위해 밤낮으로 노력하고, 항상 국민을 향한 소신으로 열심히 발로 뛰어왔던 국회의원'이라는 말이라고 했다. 눈에 띄는 치적 쌓기보다, 국민의 삶을 보살펴야 한다는 정치 본분을 실천하는 일에 중점을 둔다고 했다.

설 위원장이 2011년에 펴낸 자서전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꿈꾸다'의 서문이 이 대목과 일치해 눈길을 끈다. "아무도 모르게 빛을 발하는 별이 되고 싶다. 내가 발한 미약한 빛이 먼 훗날 누군가의 가슴에서 맑고 밝게 빛나는 그런 별이 되고프다. 오늘의 별이 아닌 내일의 빛이고 싶다. 어느 별에서 언제 어떻게 온 것인지도 모르는 그런 이름 없는 빛이."

키 170cm, 몸무게 극비. 취미 바둑 3급이다. 술은 10년전 끊었고, 담배도 93년에 끊었다. 슬하에 2남 1녀. 설 위원장의 인생을 축약해낼 수 있는 단어는 '부지런함'. 아버지의 가르침인 "게으르지마라. 게으름은 나를 녹슬게 한다. 부지런하게 살아라"라는 지침을 따르며 살다보니, 어느새 '부지런한 정치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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