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백건우씨, 아내 투병 사실 전해…바이올리니스트 백진희씨 "기억 잃어가면서도 '촬영 시간' 물어봐"

▲ 윤정희씨. 2010년 이창동감독의 영화 '시'에서 순수한 시를 꿈꾸는 여인의 모습을 연기했다.

【서울=서울뉴스통신】 이수진 기자 = 배우 윤정희(75)씨가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려 10년째 투병 중이다.

윤정희씨의 남편이자 피아니스트 백건우(73)씨와 딸 바이올리니스트 백진희씨는 10일 공개된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아내 윤정희씨의 알츠하이머 투병 사실을 알렸다.

백건우씨는 "연주 여행을 같이 다니면 환경이 계속 바뀌니까 겉잡지를 못했다. 여기가 뉴욕인지 파리인지 서울인지, 본인이 왜 거기 있는지"라며 "연주복을 싸서 공연장으로 가는데 우리가 왜 가고 있냐고 묻는 식이다. '30분 후 음악회가 시작한다' 하면 '알았다' 하고 도착하면 또 잊어버린다. 무대에 올라가기까지 한 100번은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고 증세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딸을 봐도 자신의 막내 동생과 분간을 못했다"고 설명했다.

파리에서 지난 5월부터 요양 차 돌보고 있 딸 백진희씨는 "내가 '엄마' 하면 '나를 왜 엄마라 부르냐?'고 되묻는다"면서 "엄마는 요즘도 '오늘 촬영은 몇시야'라고 묻는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털어놨다.

1960년대 문희, 남정임과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로 널리 알려졌던 윤정희씨는 1967년 영화 '청춘극장'으로 데뷔 후 총 320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1974년 영화 공부를 위해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났고, 그곳에서 만난 백건우 씨와 1976년 결혼해 파리에서 거주해왔다.

최근작은 2010년에 개봉한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 로, 알츠하이머 초기 증세를 겪는 할머니 '미자'를 연기해 대종상영화제와 청룡영화상, 그리고 미국 LA비평가협회로부터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미자'는 윤정희씨의 '본명'이다.

2010년에 개봉한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 포스터. 알츠하이머 초기 증세를 겪는 할머니 '미자'를 연기해 대종상영화제와 청룡영화상, 그리고 미국 LA비평가협회로부터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미자'는 윤정희씨의 '본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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