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통신】 한국은행이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비한 사전 대비책을 강구하고 나섰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서울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창립 제67주년 기념행사에서 통화정책 변화를 시사한 것이다. 이 총재는 앞으로 경기회복세가 지속되는 등 경제 상황이 보다 뚜렷이 개선될 경우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이런 가능성에 대한 검토를 면밀히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통화 정책의 최고 책임자인 한은총재가 저금리 장기화 국면에서 통화정책의 완화 수준을 조정하겠다고 언급하기는 처음이다. 주목되는 발언이자 시의적절한 입장 표명으로서 긍정 평가할 만하다. 예고 없이 기준금리의 방향을 틀었을 경우 발생할 금융시장의 충격을 막기 위해 중앙은행이 앞으로의 방향을 예고하는 '선제적 안내(포워드 가이던스)'의 일환이다.

'이주열 체제'에서 하락을 거듭했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새로운 갈림길에 선 것이다. 이 총재의 발언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연준은 오는 13∼14일(현지시간) 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연 0.75∼1.0%에서 1.0∼1.25%로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연준의 정책금리 상단이 한은 기준금리와 같은 수준이 된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연 1.25% 기준금리의 인상을 포함해 시중 유동성을 줄이는 '돈줄 죄기'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장기적인 기준금리 기조를 인하에서 인상으로 바꾼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 및 기업, 가계의 역할이 긴요하다. 가계부채 등 우리의 채무관리에 비상한 경각심을 갖고 대처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도 익히 경험했듯 미 달러화 강세가 초래하는 신흥개발국의 통화가치 하락은 외화 자금이 역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뜻한다. 급격한 자본 유출은 ‘신흥국 화폐가치 하락→수입수요 감소→총수요 둔화’라는 악순환을 일으킨다. 이미 심각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인도와 브라질, 러시아 등 9개 신흥국은 달러 대비 환율이 최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5개국은 최고치에 근접하는 등 자국통화의 약세가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고 있다.

우리는 외부충격에 대한 복원력을 높이려면 경제의 기초여건을 강화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을 주문한다. 예컨대 미국의 금리인상은 무엇보다 우리의 취약한 가계 부채에 충격파를 줄 수 있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저성장·저물가에 적절히 대응해 경제의 활력이 저하되지 않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1400조원에 가까운 전체 금융권의 가계부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대응책이 시급하다.

저작권자 © 서울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